26.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by김동은WhtDrgon

지키기 위해 떠나보내기 Shoo the Dog:

함께 있으면 위험해질 상대를 일부러 멀리 보낸다. 이별을 선택한 사람의 좋은 의도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상대의 경험이 어긋난다.


26_멀어지는 손의 뒷면_종이콜라주_초현실주의_공간을띄운종이상자_색지·면실·나무_그림자상자정면.png26_멀어지는 손의 뒷면_종이콜라주_초현실주의_공간을띄운종이상자_색지·면실·나무_그림자상자정면


떠나라는 말이 사랑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토드와 코퍼〉에서 트위드 부인은 자신이 길러 온 여우 토드를 숲으로 데려간다. 토드는 부인의 차를 따라갈 수 없다. 집에서 함께 지내던 관계가 그곳에서 끝나고, 부인은 돌아선다. 토드를 해치려는 사냥꾼으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행동이지만, 남겨진 토드가 겪는 것은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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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부인이 토드를 아낀다는 사실을 안다. 그가 왜 떠나야 하는지, 부인에게도 얼마나 괴로운 선택인지 볼 수 있다. 그러나 토드는 그 사정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장면의 슬픔은 둘의 마음이 멀어져서 생기는 것만이 아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여전한데도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데서 나온다.


‘지키기 위해 떠나보내기’, Shoo the Dog는 이런 장면을 묶는 트롭스다. 이름에는 동물이 들어 있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보호자가 상대를 보내고, 상대는 떠나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더 강한 형태에서는 떠나게 만들려고 일부러 미움을 사기도 한다.


좋은 의도를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토드와 코퍼〉에서 부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관객과 토드의 처지는 다르다. 관객은 사냥꾼의 위협과 부인의 고민을 함께 볼 수 있지만, 토드에게는 익숙한 사람이 자신을 두고 가는 순간이 먼저 닥친다. 장면을 어느 쪽에 오래 머물게 하느냐에 따라 이별의 의미도 달라진다.


떠나는 사람의 눈물만 보여 주면 고통스러운 결단이 중심이 된다. 남겨진 존재가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버티는지까지 보여 주면 그 결단의 결과를 보게 된다. 토드는 집에서 돌봄을 받던 방식으로 숲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는 말 안에 적응의 문제가 남아 있다.


위험에서 떼어 놓는 행동과 이후의 삶을 마련하는 행동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야기가 둘을 구별해 보여 줄 때 보호의 어려움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단지 슬픈 이별 장면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믿는 결정에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런 장면에서는 이별 뒤의 짧은 시간이 중요하다. 떠나보낸 사람의 한숨에서 끝나는지, 남겨진 존재가 처음으로 혼자 밤을 보내는 모습까지 이어지는지에 따라 관객이 살피는 대상이 바뀐다.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미움을 산다

1987년 영화 〈해리와 헨더슨 가족〉에서는 더 거친 방법을 쓴다. 헨더슨 가족은 빅풋 해리를 인간들의 추적에서 보호하려 하지만, 해리는 가족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조지는 해리가 돌아오지 않게 하려고 모진 말을 하고 때리기까지 한다. 배급사의 작품 소개도 해리를 붙잡히기 전에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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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조지의 평소 애정과 지금의 행동이 크게 어긋날수록 관객은 괴로워진다. 해리에게는 그 변화가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 관객에게는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여야 한다. 두 방향의 전달을 한 장면에서 동시에 해내는 셈이다.


〈에어 버드〉의 조시 역시 개 버디를 학대하던 옛 주인에게 빼앗길까 봐 멀리 보내려 한다.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누르고 상대가 떠나게 만들려는 점에서 닮았다. 다만 버디는 다시 조시에게 돌아오고, 영화는 둘의 관계를 계속할 방법을 찾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별이 유일한 해결이었는지 결과가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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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위험이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같은 행동도 다르게 보인다. 곧 추적자가 닥쳐서 설명할 시간이 없는 경우와, 충분히 의논할 수 있는데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판단하는 경우는 같지 않다. 모진 말을 하게 된 사정이 구체적일수록 인물의 선택도 평가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안전해질까

〈물랑 루즈〉의 사틴은 크리스티앙을 지키기 위해 그를 밀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공작의 위협을 알고 있는 쪽은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사랑을 부정당하는 쪽은 그 진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사틴은 크리스티앙이 떠날 만큼 상처받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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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보내는 장면과 달리 여기서는 상대와 말을 나눌 수 있다. 그럼에도 사실을 알리기보다 거짓말을 택한다. 위험을 말해도 떠나지 않을 사람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연인을 잘 안다는 것이 연인에게 판단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이 선택은 보호와 통제 사이의 불편한 경계를 드러낸다.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 있겠다는 상대의 뜻을 존중하면 그가 다칠 수 있다. 반대로 안전을 위해 결정을 대신하면 관계에 대한 신뢰를 해친다. 어느 쪽도 아무 대가 없이 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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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2002년 영화의 피터는 메리 제인을 좋아하면서도 친구로 남자고 말한다. 자신을 노리는 적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에서도 이 마지막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피터가 마음을 접었다고 말하는 것과 적이 메리 제인을 더는 노리지 않는 것은 별개다. 적이 이미 관계의 중요성을 알아버렸다면 이별만으로 위험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남는 일

이런 이야기에서는 뒤늦게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이 큰 감정의 전환을 만든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을 지키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 앞선 행동을 다르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때 겪은 불안과 외로움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지는 않는다.


상대가 곧바로 용서하는 결말도 가능하지만,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화를 내는 반응 역시 설득력이 있다. 자신과 의논하지 않았다는 점, 거짓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시간을 보냈다는 점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와 상처의 존재를 함께 인정하면 재회의 장면에도 할 일이 생긴다.


보호하려던 사람이 자신의 판단이 완전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장면은 특히 중요하다. ‘너를 위해서였다’는 말만으로 대화를 끝내면 상대는 다시 설명을 듣는 쪽에 머문다. 무엇이 위험했고 어떤 다른 선택이 가능했는지 함께 말할 때 비로소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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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엘사는 자신이 안나를 해칠까 두려워 거리를 둔다. 하지만 이유를 충분히 모르는 안나는 그 거리를 거절로 겪는다. 이후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멀리하는 행동만으로 보호를 완성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떠나보내는 장면 다음을 보는 일

이별을 택한 인물의 고통은 눈에 잘 들어온다. 말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고, 등을 돌린 채 울고, 빈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반면 떠나야 했던 인물의 이후는 한 장면으로 축약되기 쉽다. 두 사람의 시간을 함께 살피면 익숙한 이별 장면에서 다른 질문이 나온다.


정말 더 안전한 곳으로 갔는지, 그곳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위험을 함께 감당할 방법은 없었는지 물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이별을 잘못된 선택으로 만들려는 질문이 아니다. 선택의 대가를 구체적으로 보기 위한 질문이다.


트위드 부인이 차를 돌리는 순간과 토드가 숲에 남는 순간은 하나의 사건이다. 하지만 두 인물에게 남는 경험은 다르다. 지키려는 사랑을 깊이 그리려면 결심한 사람의 눈물뿐 아니라 떠나보내진 존재의 다음 날도 필요하다. 그 다음 날까지 보여 주는 이야기에서는 ‘가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것을 결정했는지 드러난다.


함께 읽는 15가지 클리셰와 트롭스

상처를 주어 구한다 — Break His Heart to Save Him: 상대를 위험에서 떼어 놓으려고 사랑과 애정을 일부러 부정한다.〈물랑 루즈〉: 사틴은 크리스티앙이 공작에게 살해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떠나게 하려 한다.

도우려고 모질게 행동한다 — Cruel to Be Kind: 더 큰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로 당장은 잔인해 보이는 행동을 한다.〈정글북(2016)〉: 발루는 모글리를 쉬어 칸에게서 피신시키려고 꿀 때문에 이용했을 뿐이라고 거짓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택한다 — I Want My Beloved to Be Happy: 함께할 수 없더라도 상대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자기 소망을 양보한다.〈카사블랑카〉: 릭은 일자가 라즐로와 함께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내 적이 너를 노릴까 봐 — It’s Not You, It’s My Enemies: 자신의 적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표적이 될까 봐 관계를 멀리한다.〈스파이더맨(2002)〉: 피터는 메리 제인을 사랑하면서도 친구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움을 거부하는 외침 — Leave Me Alone: 문제를 혼자 감당하려는 인물이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낸다.〈겨울왕국〉: 엘사는 안나를 해칠까 두려워 얼음 궁전에서도 돌아가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달라 — Stay with Me Until I Die: 죽음을 앞둔 인물이 두려움 속에서 누군가의 동행을 청한다.〈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 에이스가 부탁하자 배트맨은 그네 옆에 앉아 마지막까지 손을 잡아 준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과 — Rejected Apology: 잘못한 인물이 사과해도 상처받은 쪽은 즉시 용서하지 않는다.〈아바타: 아앙의 전설〉: 카타라는 일행에게 합류하려는 주코를 처음에는 믿지 않고 거부한다.

작별 인사를 막는다 — Never Say Goodbye: 위험을 앞둔 이의 작별 인사를 불길한 징조처럼 여겨 중단시킨다.〈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마지막 전투를 앞둔 던은 버피가 작별처럼 들릴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도움을 준 뒤 떠나는 사람 — But Now I Must Go: 문제를 해결한 조력자가 더 머무르지 않고 떠난다.〈메리 포핀스〉: 가족이 다시 가까워지자 메리 포핀스는 우산을 타고 떠난다.

자유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 Not Used to Freedom: 오래 의존하던 환경에서 벗어난 뒤 혼자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쇼생크 탈출〉: 브룩스는 출소한 뒤 달라진 세상과 혼자 사는 생활을 감당하지 못한다.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입양 — Unsuccessful Pet Adoption: 반려동물을 데려왔지만 함께 사는 관계가 유지되지 못한다.〈윔피 키드: 개 같은 날들〉: 헤플리 가족이 키우던 개 스위티는 할머니 집으로 보내진다.

안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람 — Secret Secret-Keeper: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아냈지만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지킨다.〈스태틱 쇼크〉: 버질의 아버지는 아들의 정체를 짐작해 왔음을 나중에 밝힌다.

끝내 전하지 못한 인사 — Never Got to Say Goodbye: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죽음 때문에 마지막 말을 나누지 못한 후회가 남는다.〈스파이더맨(2002)〉: 피터는 벤 삼촌과 다툰 뒤 화해하지 못한 채 그를 잃는다.

필요하다고 여긴 비정한 행동 — Shoot the Dog: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도덕적으로 괴로운 행동을 선택한다.〈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자일스는 글로리가 되돌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벤을 죽인다.

떠나지 말라는 간청 — Please, Don’t Leave Me: 관계가 끊길까 두려운 인물이 떠나는 상대를 붙잡는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은 자신을 떠나는 레트에게 남아 달라고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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