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장례식이 삶의 목표인 사람도 있다.

by김동은WhtDrgon

의미 있는 장례 Meaningful Funeral: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의식에서 남은 사람들의 관계와 선택이 드러난다. 누가 찾아오고, 어떤 말을 하며, 그 뒤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장례식의 의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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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에야 동료로 인정받기도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모였다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남자의 장례식에 우주선들이 나타난다. 생전에 그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이제 와서 왜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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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욘두는 우주를 떠도는 무법자 집단 라바저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거래하지 말라는 규율을 어겨 공동체에서 추방됐다. 옛 동료 스타카르는 그가 죽더라도 라바저의 장례 예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알린다. 욘두는 살아 있을 때의 소속과 죽은 뒤의 대접을 함께 잃었다.


영화의 끝에서 욘두는 자신이 키운 피터를 살리고 목숨을 잃는다. 로켓에게 그의 희생을 전해 들은 라바저들이 장례에 찾아오고, 그중에는 스타카르도 있다. 피터에게는 자신을 길러 준 사람과의 작별이고, 찾아온 동료들에게는 배척했던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는 행동이다. 같은 장례식에서 서로 다른 관계가 마무리된다.


이때 함선의 등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크기나 숫자보다 타고 온 사람들이다. 늘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였다면 익숙한 이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다. 앞서 끊어진 관계를 알고 나면, 장례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판단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욘두가 피터를 구한 순간에는 그의 선택이 끝난다. 장례식에서는 그 선택을 알게 된 사람들이 응답한다. 죽음과 장례를 모두 보여 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 인물의 마지막 행동만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장례식에서는 이렇게 누군가를 다시 동료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감추었던 비밀을 들키기도 한다. 고인을 기리는 말이 싸움의 시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죽었는지를 알고 있어도, 그를 보내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직 모른다.


추도사를 막으려다 싸움이 시작됐다

〈안도르〉는 제국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항에 나서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시즌 1 마지막 회에서 페릭스 주민들은 주인공 카시안의 어머니 마바를 떠나보내려고 거리로 나온다. 악대가 연주하고 장례 행렬이 움직이는 동안, 제국군은 주민들의 모임을 감시한다. 주민들은 고인에게 예의를 갖추려 하고, 제국군은 군중을 통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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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에 관 대신 벽돌이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띈다. 페릭스에서는 고인의 유골을 벽돌로 만들어 마을의 벽에 넣는다. 주민 브라소가 들고 가는 벽돌에는 마바의 유해가 담겨 있다. 주민들이 오가는 건물에 죽은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관습이다. 벽돌 하나를 보고 나면 이 마을 사람들이 왜 장례에 함께 나오는지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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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바의 목소리는 드로이드 B2EMO가 재생하는 홀로그램 영상에서 나온다. 생전에 녹화한 메시지 속에서 마바는 주민들에게 제국에 맞서 싸우라고 촉구한다. 이를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제국 측이 송출을 끊으려 하면서 충돌이 벌어진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온 주민들이 이제 눈앞의 병사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


브라소는 마바의 장례 벽돌로 병사에게 맞선다. 조금 전까지 두 손으로 운반하던 추모의 사물이 싸움의 도구가 된 것이다. 관습을 소개할 때 등장했던 물건이 사건의 한복판에 다시 쓰이므로, 장례 방식에 관한 설명도 따로 떨어진 설정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바의 말과 주민의 행동, 마을의 풍습이 같은 장면에서 이어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추도사가 군중의 행동을 바꾼다. 암살된 시저의 동료 안토니우스가 장례 연설을 이어 가자, 시민들은 시저의 죽음에 분노하고 암살자들을 처벌하라고 외친다. 다만 안토니우스는 군중의 반응을 보며 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마바는 이미 녹화를 끝냈다. 그 말을 듣고 무엇을 할지는 온전히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욘두의 옛 동료들은 참석하는 행동으로 마음을 드러냈다. 페릭스 주민들은 함께 듣던 말이 제지당하자 행동에 나선다. 두 장례식 모두 사람들이 모이는 데서 시작하지만, 한쪽에서는 끊긴 관계를 되찾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충돌을 일으킨다.


품위를 지키려다 장례식을 망친다

장례식에는 서로 오래 보지 않던 친척과 고인의 지인들이 찾아온다. 가족이 그들의 사정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모인 사람들은 예의를 지켜야 하지만, 무슨 말을 꺼낼지까지 미리 맞추고 온 것도 아니다. 코미디에서는 이런 불편한 만남이 사고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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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 영화 〈데스 앳 어 퓨너럴〉에서 대니얼은 아버지의 장례를 무사히 치르려 한다. 그런데 피터라는 낯선 조문객이 자신과 고인의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를 밝히고, 그 사실을 감추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대니얼은 아버지를 추모해야 하는 날에, 자신이 알던 아버지의 모습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니얼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피터는 나가려 한다. 대니얼의 형제 로버트가 그를 붙잡고 대니얼도 가담하는데, 피터를 진정시키려고 먹인 약이 하필 환각제다. 약을 먹은 피터가 머리를 부딪쳐 쓰러지자 형제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의 관 안에 숨긴다. 그러나 장례가 다시 시작된 뒤 피터가 깨어나고, 감추려던 사진까지 드러난다.


이 사건이 장례식 밖에서 벌어졌다면 당사자들 사이의 협박과 은폐 이야기였을 것이다. 장례식에서는 바로 옆에서 조문객들이 기다린다. 대니얼은 아들로서 침착하게 손님을 맞아야 하고, 다른 방에서는 들켜서는 안 될 일이 커진다. 격식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의 간격에서 웃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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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유쾌하던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웃음을 멈추면, 그 변화가 상실을 더 선명하게 한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는 개러스의 연인 매슈가 장례식에서 시를 낭독한다. 앞선 결혼식들에서 친구들이 나누던 농담 대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슬픔을 듣게 된다. 같은 모임의 인물들이 전과 다르게 행동하므로 분위기의 변화도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두 영화에서 장례식의 엄숙함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한쪽에서는 지키려 할수록 어려워지는 격식이 소동을 키우고, 다른 쪽에서는 평소의 농담이 멎으면서 관계의 깊이가 드러난다. 검은 옷을 입힌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차이는 아니다. 이 사람들이 평소에 어떻게 함께 지냈는지를 먼저 알 때 더 잘 보인다.


함께 살던 방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장례 장면의 대사만큼, 무엇을 이용해 떠나보내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인물들이 평소 사용하던 장비나 몸에 익힌 행동이 마지막 예우에 쓰이면, 짧은 장면에도 그들의 직업과 공동생활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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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2: 칸의 분노〉에서 스포크는 동료들을 살리고 죽는다. 엔터프라이즈의 승무원들은 그의 시신을 담은 어뢰형 관을 우주로 발사한다. 우주선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그 배의 설비로 동료를 떠나보낸다. 땅에 묻는 장례를 그대로 옮겨 놓지 않아도, 남은 사람들이 예의를 갖춰 작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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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의 아이스맨 장례에서는 비행 편대 중 한 대가 위로 이탈한다. 나머지 기체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잠시 전까지 함께 움직이던 대형에 빈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조종사들은 평소 익혀 온 편대 비행으로 동료 한 사람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관을 멀리 보내는 장면과 편대의 한 자리를 비우는 장면은 작별을 서로 다르게 보여 준다. 앞에서는 떠나는 사람의 이동을 보고, 뒤에서는 남은 집단의 빈자리를 본다. 어떤 장례가 더 성대한지를 비교하기보다 무엇이 화면에서 달라지는지 살피면, 의식의 작은 동작도 이야기를 읽는 단서가 된다.


빈 의자를 남길 때와 내려놓을 때

장례식 뒤에는 함께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진다. 의식 중에는 순서에 맞춰 인사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집에 돌아오면 이전의 생활을 혼자 이어 가야 한다. 고인의 부재가 매일 쓰는 물건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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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업〉의 칼과 엘리는 거실에 의자를 나란히 두고 살아왔다. 엘리가 죽은 뒤에도 의자는 두 개다. 칼의 곁에 놓인 의자가 비어 있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함께했던 평범한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비싼 유품이나 특별한 비밀이 없어도, 늘 사람이 앉아 있던 곳이 비었다는 변화만으로 잃어버린 생활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자들은 영화 끝까지 거실에만 남아 있지 않는다. 칼은 엘리의 모험바카라에서 부부가 함께한 일상의 사진들을 발견한다. 거창한 여행을 하지 못했더라도 엘리에게는 두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소중한 모험이었다. 뒤에 남긴 메모는 칼에게 앞으로의 모험을 권한다.


그 무렵 칼과 함께 여행하던 소년 러셀은 붙잡힌 새 케빈을 구하러 혼자 떠난다. 러셀을 뒤따르려는 칼은 풍선에 매단 집을 다시 띄워야 한다. 하지만 집이 너무 무겁다. 그는 의자와 가구를 밖으로 내보내고, 가벼워진 집으로 출발한다. 두 사람의 의자는 폭포 위에 나란히 남는다.


빈 의자가 처음 등장할 때는 엘리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칼이 그 의자를 내려놓을 때는 살아 있는 러셀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중요해진다. 같은 물건을 남기는 행동과 놓아주는 행동이 서로 다른 시점의 칼을 설명한다. 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라졌다기보다, 그 마음을 간직한 채 새로운 관계에도 응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 인사가 끝낸 일과 시작한 일

장례 장면을 보고 나면 누가 가장 많이 울었는지는 흐릿해져도, 뜻밖의 사람이 찾아온 모습이나 한 사람이 떠난 대형은 오래 남을 수 있다. 슬픔을 설명하는 말보다 관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이 슬픈 장면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안에서 벌어질 일까지 정해지지는 않는다. 누가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왔는지, 어떤 말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였는지, 평소 쓰던 물건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했는지가 저마다 다른 마지막 인사를 만든다. 한 사람의 삶이 끝난 뒤에도 남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할 일이 있다.


함께 읽는 15가지 클리셰와 트롭스

죽은 사람에게 갖추는 예우 — Due to the Dead: 시신과 유해를 존중하고 고인을 예우하는 행동에서 남은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난다.〈쉰들러 리스트〉: 생존자들과 배우들이 쉰들러의 무덤에 돌을 올리며 기억을 이어 간다.

떠난 동료를 위한 건배 — To Absent Friends: 함께한 사람들이 건배하며 그 자리에 올 수 없는 동료들을 기린다.〈스타트렉 비욘드〉: 커크의 생일 모임에서 일행은 함께할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 잔을 든다.

유품이 알려 주는 삶 — Personal Effects Reveal: 죽은 사람의 소지품을 살피며 몰랐던 삶을 발견하거나 그 부재를 새삼 느낀다.〈왓치맨〉: 로어셰크는 살해당한 블레이크의 집을 조사하다 숨겨진 장비를 발견하고 그가 코미디언이었음을 확인한다.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소동 — The Fun in Funeral: 엄숙해야 할 장례에서 실수와 뜻밖의 사건이 이어지며 웃음을 만든다.〈데스 앳 어 퓨너럴〉(2007): 유족들은 협박하러 온 조문객이 죽었다고 착각하고 그를 고인의 관 안에 숨긴다.

비워 둔 의자 — Empty Chair Memorial: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을 기리며 그가 평소 앉던 의자를 비워 둔다.〈업〉: 칼의 거실에는 엘리가 앉던 의자가 남아 있어, 두 사람이 함께하던 생활과 지금의 부재가 겹쳐 보인다.

무덤을 찾는 시간 — Grave-Marking Scene: 무덤이나 추모 장소를 주기적으로 찾아 고인과의 관계를 이어 간다.〈블리치〉: 이치고 가족은 어머니의 기일에 무덤을 찾아간다.

빈자리를 남기는 편대 — Missing Man Formation: 대형의 한 자리를 비우거나 한 대가 이탈하는 비행으로 돌아오지 못한 동료를 기린다.〈탑건: 매버릭〉: 아이스맨의 장례에서 네 대의 비행기 중 한 대가 위로 이탈하고 나머지는 앞으로 날아간다.

바다에 맡기는 장례 — Burial at Sea: 시신이나 유해를 바다로 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타이타닉〉: 떠다니는 잔해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로즈는 숨진 잭의 손을 놓아 바다로 떠나보낸다.

불붙은 배로 떠나보내기 — Viking Funeral: 고인을 실은 배를 불태우는 의식으로 마지막 작별을 표현한다.〈토르: 다크 월드〉: 아스가르드 사람들은 프리가를 실은 장례의 배에 불을 붙여 떠나보낸다.

사물을 애도하다 — Mourning an Object: 함께했던 물건을 잃을 때 소중한 존재와 헤어지듯 슬퍼하거나 작별을 고한다.〈아폴로 13〉: 승무원들은 자신들을 지켜 준 달 착륙선을 분리하며 작별 인사를 한다.

죽기 전에 밝히는 비밀 — Deathbed Confession: 임종을 앞둔 인물이 비밀이나 중요한 사실을 남은 사람에게 전한다.〈제다이의 귀환〉: 죽음을 앞둔 요다는 루크에게 또 다른 스카이워커가 있음을 알려 준다.

죽은 뒤에 알아 가는 인물 — Posthumous Character: 이야기 시작 전에 죽었지만, 남은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레베카〉: 새 안주인은 저택 사람들의 말과 남아 있는 흔적을 접하며 먼저 죽은 레베카를 알아 간다.

우주로 보내는 장례 — Burial in Space: 시신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는 의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스타트렉 2: 칸의 분노〉: 승무원들은 스포크의 시신을 담은 어뢰형 관을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사한다.

장례식에 내리는 비 — It Always Rains at Funerals: 비와 흐린 날씨를 장례식에 배치해 침울한 분위기를 더한다.〈왓치맨〉: 코미디언의 장례에 모인 인물들은 비를 맞으며 고인과의 서로 다른 과거를 떠올린다.

마지막 순간의 활약 — Dying Moment of Awesome: 죽음을 앞둔 인물이 마지막까지 뛰어난 용기나 능력을 발휘한다.〈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보로미르는 화살을 맞으면서도 메리와 피핀을 지키려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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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WhtDrgon@MEJE.k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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