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1의 숙소에는 커다란 투명 돼지저금통이 매달려 있다. 참가자가 탈락할 때마다 돈이 쌓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돈을 올려다보지만, 돈이 늘어나는 까닭은 조금 전까지 곁에 있던 누군가가 죽었기 때문이다. 상금의 크기와 사라진 사람의 수가 한 화면에서 연결된다.
경기를 오래 버텼다고 자기 몫을 조금씩 확보하는 구조가 아니다. 앞의 게임을 통과한 사람도 다음 게임에서 탈락하면 그동안의 성과를 가져갈 수 없다. 참가자 456명과 상금 456억 원이라는 조건은 경쟁의 규모뿐 아니라 보상이 집중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넷플릭스 시즌 1 결말 해설
이런 구조에서 마지막 문제는 다른 문제와 같은 무게일 수 없다. 지금까지 얻은 전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면 밖에서 보면 다른 질문도 가능하다. 주최자가 정한 승리의 기준을 인물의 삶 전체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가.
여러 단계로 나뉜 경기는 인물의 실력을 보여 주기에 편리하다. 처음에는 약했던 사람이 점점 강한 상대를 이기고, 관객은 그 변화를 확인한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만 보상하는 규칙에서는 성장이 보장된 수입이나 안전으로 바뀌지 않는다. 이전 경기의 승리는 다음 위험에 참가할 자격만 줄 수 있다.
이 차이를 분명히 해야 긴장도 정확하게 만들어진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정답을 맞힐 때마다 일부 금액을 확정해 주는 경우와, 틀리면 전부 잃는 경우는 같은 액수라도 다른 선택을 요구한다. 도중에 멈출 수 있는지, 멈춘다면 무엇을 가져가는지도 중요하다. 상금 숫자만 크게 적는 것으로 이 차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게임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규칙을 몰라서 위험에 빠졌다는 설명을 어렵게 만든다. 밖의 생활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참가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선택 가능한 조건이 충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인물의 욕심만 비난하면 주최자의 역할이 흐려진다. 누가 보상을 한곳에 모았고, 누가 탈락의 대가를 정했으며, 누가 경기를 관람하는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참가자에게는 목숨이 걸린 판단이 관람자에게는 재미의 변화일 수 있다. 같은 경기장에서도 잃을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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