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알림이 울린 건 다음 날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민재는 팀장에게 보낼 자료를 고치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한 번 진동했지만 바로 보지는 않았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화면을 켰다.
하이닉스가 전날보다 다시 내려와 있었다.
어제 설정해둔 가격 아래였다.
성호가 먼저 말했다.
“야, 또 빠진다. 나 수익 거의 다 없어졌어.”
민재도 차트를 열었다.
며칠 전 추가한 500만 원은 손실 구간에 들어가 있었다. 오래 들고 있던 물량의 수익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전체 계좌는 아직 플러스였다.
민재는 관련 뉴스를 몇 개 확인했다.
실적 전망이 바뀐 것은 없었다. 회사에 특별한 악재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밤사이 미국 반도체주가 약했고 외국인 매도가 늘었다는 기사 정도였다.
성호가 물었다.
“넌 안 팔아?”
“이걸 왜 팔아.”
“더 빠질 수도 있잖아.”
“그건 휩소야. 가만히 두면 오를거야.”
민재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주문창을 열었다.
전날 정해놓은 가격이었다.
500만 원.
잠깐 차트를 더 보다가 매수 버튼을 눌렀다.
체결 알림이 떴다.
성호가 물었다.
“샀어? 얼마나?”
“오백.”
“물타기네.”
“이건 추가매수지.”
“떨어져서 산 거잖아.”
“내가 산 이유는 그대로인데 가격이 싸졌잖아.”
민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오전에는 회의가 두 개나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갈 때 다시 확인하니 아침 저점에서는 조금 올라와 있었다.
성호는 아까 살 걸 그랬다고 했다.
민재는 대답하지 않고 회사 뒤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기다리다가 성호가 물었다.
“근데 너 지금 하이닉스에 얼마 있어?”
민재가 물을 따랐다.
“천 좀 넘지.”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다.
예전에 일부를 팔았고 그 뒤로 다시 조금씩 샀다. 현재 평가금액으로 보면 천만 원대 중반이었다.
성호가 말했다.
“생각보다 별로 안 많네.”
“얼마나 넣으려고.”
“난 네가 한 삼천쯤 넣은 줄 알았지.”
“결혼 앞두고 무슨 삼천이야.”
민재는 반찬 접시를 성호 쪽으로 밀었다.
그때 은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 중도금 이체한도 확인했어?
다음 주가 중도금 날짜였다.
민재는 은행 앱을 열었다.
1회 이체한도가 부족해 추가 인증을 거쳐 올렸다.
완료 화면을 캡처해 은서에게 보냈다.
— 됐음.
— 굿.
민재는 대화창을 닫았다.
오후 두 시쯤 하이닉스가 더 올라왔다.
아침에 민재가 산 가격보다 위였다.
성호가 말했다.
“너 아까 산 거 벌써 플러스 아니야?”
민재가 앱을 열었다.
몇만 원 정도였다.
“조금.”
“네 말이 맞았네. 악재 없는데 떨어졌다고 했잖아.”
“오늘 다시 오른다고 한 적은 없거든.”
“그래도 결과는 맞았잖아.”
결과만 놓고 보면 맞았다.
떨어졌을 때 샀고 몇 시간 뒤 가격은 다시 올라와 있었다.
퇴근할 무렵에는 전체 계좌의 수익률도 조금 회복돼 있었다.
민재는 주문 내역을 한 번 봤다.
최근에 추가한 가격보다 오늘 산 가격이 낮았다.
평균단가도 내려와 있었다.
별것 아닌 변화였지만 계좌가 전보다 나아 보였다.
중도금 보내는 날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왔다.
아침에 은서가 계약서의 계좌번호와 예금주를 다시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민재는 출근해서 보내겠다고 답했다.
한 달 전 계약금 8천150만 원을 보낼 때는 송금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몇 번씩 숫자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회사에 도착해 오전 업무를 처리한 뒤 열 시가 넘어 은행 앱을 켰다.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매도인 이름.
계좌번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00,000,000원.
이체.
추가 인증을 마치자 완료 표시가 떴다.
민재는 화면을 캡처해 은서에게 보냈다.
— 보냄.
은서에게 답이 왔다.
— 이제 진짜 우리 집 되는 것 같다.
민재는 중개사를 통해 매도인의 입금 확인까지 받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1억이 움직였는데 회사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민재는 잠시 은행 앱의 잔액을 봤다.
계약서를 쓸 때보다 집을 산다는 사실이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돈이 제자리로 간 느낌이기도 했다.
중도금은 원래 오늘 나갈 돈이었다.
앱을 닫으려는데 주가 알림이 떴다.
하이닉스가 오르고 있었다.
전날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였다.
최근 추가한 물량도 다시 플러스였다.
은서에게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 소파 색은 밝은 거 할까?
— 둘 다 맨날 커피 쏟잖아.
— 조심하면 되지. 거실 환했으면 좋겠어.
민재는 은서가 보내준 사진을 열었다.
계약한 집 거실에 그 소파가 놓인 모습을 생각했다.
— 그래. 그걸로 하자.
오후에는 하이닉스가 더 올랐다.
성호가 말했다.
“나 복구했다.”
“산 지 며칠이나 됐다고 복구야.”
“마이너스였다가 플러스 됐으면 복구지.”
민재도 자기 계좌를 확인했다.
최근 추가한 물량이 전부 플러스로 돌아와 있었다.
전체 수익도 다시 백만 원을 넘었다.
며칠 전 떨어졌을 때 500만 원을 추가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잘 맞았다.
성호가 물었다.
“너 이번에 빠질 때 더 샀지?”
“응.”
“얼마 벌었냐.”
“백 조금 넘네.”
“역시 떨어질 때 현금 있는 사람이 이긴다니까.”
민재가 말했다.
“떨어진 이유를 봐야지.”
“너는 떨어지는 걸 봤는데도 산 거잖아.”
민재는 자기 화면을 봤다.
“그러니까 한 번에 다 안 사는 거고.”
말하고 보니 꽤 그럴듯했다.
실제로 민재는 한 번에 큰돈을 넣지 않았다.
일부 팔았고, 내려왔을 때 다시 샀다.
이번에도 기다렸다가 가격이 내려오자 추가했다.
그리고 다시 올랐다.
퇴근 후 은서를 만나 잔금대출 본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했다.
은서는 소득서류를 준비해뒀고, 민재도 회사에서 발급받기로 했다.
부모님 지원금이 들어오는 날짜까지 적고 나니 할 일이 몇 개 남지 않았다.
은서가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잔금 치르면 진짜 끝이다.”
“이사도 해야지.”
“그건 좋아. 우리 짐 한집에 넣는 거잖아.”
중도금은 보냈고, 주식도 다시 올랐다.
기다렸다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성호에게 메시지가 왔다.
— 오늘도 수익 중이십니까 형님
— 얼마나 됐다고 형님이냐.
— 저점매수 고수님
— 다음 매수 언제임?
민재는 저점매수 고수님이라는 말에 잠깐 시선이 멈췄다.
— 내가 그걸 알면 너한테 말해주겠냐.
— 다음에 빠지면 나도 삼.
민재는 휴대전화 화면을 끄려다가 증권 앱을 열었다.
하이닉스는 장중 고점보다 조금 내려왔지만 여전히 상승 마감이었다.
추가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천만 원 정도라면 당장 예정된 생활비나 결혼 준비에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고 오늘 살 생각은 없었다.
오른 날 따라가는 건 싫었다.
며칠 전처럼 한 번 더 조정이 오면 그때 사면 됐다.
민재는 가격 알림을 설정했다.
현재가보다 5퍼센트 아래.
알림 이름을 입력하라는 칸이 떴다.
민재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저장했다.
그리고 메모장에 숫자 하나만 적었다.
10,000,000.
천만 원.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며칠 전 점심에 성호에게 했던 말이 잠깐 생각났다.
결혼 앞두고 무슨 삼천이야.
아직은 그 말이 이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