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가 유진을 소개해준 선배에게 연락한 건 수요일 저녁이었다.
퇴근 후 지하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앉은 채 카지노톡을 열었다.
선배에게 유진의 남편 이야기를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둔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집을 계약했다는 얘기부터 꺼내면 될 것 같았다.
— 형, 잘 지내?
답은 금방 왔다.
— 갑자기 왜ㅋㅋ
— 결혼 준비 잘 되냐
— 집 계약했어. 이제 좀 정신없네.
— 오 축하
— 어디 샀냐
민재가 동네를 알려줬다.
선배는 요즘 집값 많이 올랐겠다며 몇 마디를 더 했다.
대화가 끊기기 전에 민재가 보냈다.
— 근데 나 거기서 예전에 형이 소개해준 유진 씨 봤어.
이번에는 답이 조금 늦었다.
— 유진이가 거기 살아?
— 응. 우연히 봤는데 결혼했더라.
— 작년에 했잖아ㅋㅋ
선배는 민재의 결혼식 날짜를 묻고 청첩장이 나오면 보내라고 했다.
알겠다고 답하면 끝날 대화였다.
민재는 입력창을 다시 눌렀다.
— 걔네 서린파크 들어간다던데.
— 맞아. 전에 얘기 들었어.
민재가 바로 입력했다.
— 서린파크 자기 집이래?
—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 분양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민재의 손이 멈췄다.
— 언제?
— 야 내가 남의 집 산 날짜까지 어떻게 기억해
— 결혼 전부터 있던 집이었던 것 같은데
민재는 몇 글자를 썼다가 지웠다.
선배가 먼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 근데 왜 이렇게 관심 많아ㅋㅋ
민재가 웃는 이모티콘을 붙였다.
— 내가 이번에 집 사서 그런가 봐. 아파트 얘기만 들으면 가격부터 궁금해짐.
— 집 사면 다 그러더라
— 몇 년 지나면 안 볼걸
민재는 대화방을 닫았다.
시동을 걸기 전에 부동산 앱을 켰다.
서린파크 가격은 이미 여러 번 봤다.
이번에는 검색창에 단지 이름과 ‘분양’을 같이 입력했다.
몇 년 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왔다.
84㎡ 기준으로 7억 안팎.
타입과 층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최근 실거래는 10억 초반이었다.
민재는 모집공고 연도를 다시 확인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있던 집이라는 선배의 말과 시기가 얼추 맞았다.
처음 서린파크 가격을 봤을 때는 유진 부부가 10억이 넘는 집을 산 줄 알았다.
자기들보다 2억 넘게 비싼 집.
당연히 그만큼 돈이 더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7억에 분양받은 집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 자기와 은서가 산 집보다도 쌌다.
민재는 계산기를 열었다.
10억 3천에서 7억을 뺐다.
330,000,000.
3억 3천.
정확한 분양가도 몰랐고 몇 층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숫자는 바로 나왔다.
분양가가 7억 2천이었다고 해도 3억이 넘었다.
차라리 최근에 10억을 주고 샀다고 생각했을 때가 이해하기 편했다.
연봉이 높거나, 부모가 많이 보태줬거나, 대출을 많이 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먼저 집을 샀다는 이유로 자산이 3억 늘었다고 생각하니 계산이 달라졌다.
민재는 자기 단지의 과거 거래를 찾아봤다.
몇 년 전에는 6억대 거래가 있었다.
그 뒤로 올랐다가 내려갔고 최근에는 다시 8억 안팎이었다.
서린파크만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자기들이 산 집도 몇 년 전에 샀다면 훨씬 쌌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다르게 보였다.
집의 차이보다 시기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자기 집도 몇 년 뒤 10억이 될 수 있을까.
민재는 그 생각을 하다가 앱을 닫았다.
차를 출발시키고도 신호에 걸릴 때마다 조금 전 숫자가 생각났다.
3억.
집에 도착해서 은서와 통화할 때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 침대 배송은 잔금 다음 주로 잡았어.
“잘했네.”
— 그때부터는 주말에 매장 안 다녀도 된다.
민재가 웃었다.
“남은 가전가구 안 살 거야?”
— 하루쯤은. 소파에 누워서 영화 보자.
“소파 아직 안 샀잖아.”
— 그러니까 이번 주말에 하나만 더 보자.
민재는 알겠다고 했다.
은서는 다음 주 중도금 날짜도 한 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달력에 적힌 중도금 날짜를 봤다.
민재와 은서에게는 이제 막 집에 돈을 넣는 날이었다.
유진 부부가 먼저 샀다는 집은 그 사이 삼억이나 비싸져 있었다.
하이닉스 뉴스 알림이 떠서 증권 앱을 열었다.
며칠 전 추가로 산 500만 원까지 포함해 계좌는 여전히 수익이었다.
일부를 팔지 않았다면 조금 더 벌었을 것이다.
민재는 주문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지금 따라붙으면 또 남보다 비싸게 사는 셈이었다.
다음 날 아침 성호가 출근하자마자 말했다.
“나 어제 또 샀다.”
민재가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얼마.”
“오백.”
“이제 이천이네?”
“응.”
성호가 웃었다.
“너도 더 사. 리포트 봤잖아.”
“너무 빨리 올랐어.”
“넌 빠지면 살 거야?”
“가격 봐서.”
민재는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점심시간, 사무실에 혼자 남은 민재는 서린파크를 다시 검색했다.
이번에는 분양 당시 기사와 입주 이후 거래를 봤다.
계속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입주 전후로 많이 올랐다가 시장이 안 좋을 때는 가격이 내려간 시기도 있었다.
지금의 10억만 놓고 보면 처음부터 계속 잘된 집 같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민재는 차트를 보다가 조금 안심했다.
유진 부부도 집을 산 뒤 계속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가격이 내려간 시기도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 10억이 넘을 줄 몰랐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안 팔았으니까 지금 10억인 거 아닌가.
민재는 부동산 앱을 닫았다.
주식 앱을 켰다.
하이닉스는 오전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있었다.
곧 성호에게 메시지가 왔다.
— 야 갑자기 왜 빠지냐
민재가 차트를 확인했다.
특별한 악재는 없어 보였다.
오전에 많이 오른 뒤 차익실현이 나왔다는 기사 정도였다.
— 이 정도는 빠진 것도 아니지.
— 나 어제 산 거 벌써 마이너스임
— 며칠 들고 갈 거면 신경 쓰지 마.
메시지를 보내놓고 민재도 자기 계좌를 확인했다.
아침보다 평가금액은 줄었지만 전체는 아직 수익이었다.
오후에는 조금 더 떨어졌다.
성호는 괜히 샀다며 계속 시세를 확인했다.
민재는 일부러 앱을 열지 않았다.
이 정도 움직임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퇴근 직전에 한 번 확인했을 때 하이닉스는 전날보다 4퍼센트 가까이 내려가 있었다.
며칠 전 추가로 산 500만 원도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손실액은 크지 않았다.
민재는 주문창을 열었다.
500만 원.
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빠지면 가격을 보고 사겠다고 했다.
지금은 지난번에 추가매수했던 가격보다도 낮았다.
손가락을 매수 버튼 위에 올렸다.
잠깐 그대로 있었다.
다음 주에는 중도금 1억을 보내야 했다.
민재는 주문창을 닫았다.
오늘까지 살 필요는 없었다.
대신 가격 알림을 하나 설정했다.
지금보다 3퍼센트 아래.
거기까지 내려오면 다시 보기로 했다.
서린파크 모집공고를 보면서 생각했던 7억이 떠올랐다.
그때 샀다면.
몇 년 전 가격에는 이제 살 수 없었다.
민재는 알림이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이번에 정한 가격까지 내려오면 놓치고 싶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조수석에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