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2억 차이

by서재원

10억 3천.


출근한 민재는 중개사와 전화를 끊고 부동산 앱을 열었다.

중도금 날짜를 확인하던 중개사가 110동 세입자들이 이달 말 서린파크로 이사한다고 알려줬다. 전에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둔 적이 있었다.


3년 전 소개팅으로 두 번 만났던 유진이 남편과 들어갈 아파트였다.

84㎡의 최근 실거래가가 10억 3천이었다.


민재와 결혼할 은서도 그 부부가 지금 사는 집을 함께 봤다. 다른 동의 집을 골라 8억 1천5백에 계약했다.

그 집도 충분히 비싸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평형을 다시 확인했다.

84㎡.

자기들이 산 집과 같은 크기였다.


지도를 열었다.

차로 십오 분 거리인데 지하철역은 훨씬 가까웠고, 준공 연도도 네 해 늦었다. 세대수도 많았다.

매매 탭으로 돌아왔다.

10억 1천. 9억 9천5백. 다시 10억 3천.

한 건만 비싸게 거래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사진에는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특별히 고급 아파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새 아파트.

역이 가까운 대단지.

그 정도였다.


민재는 화면을 껐다.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오전 내내 정신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옆자리 동료 성호가 말을 걸었다.

“야, 하이닉스 또 간다.”

민재는 증권 앱을 열었다.

며칠 전 일부를 팔고 남겨둔 물량이 올라 있었다.


성호가 자기 화면을 내밀었다.

“나 이제 팔십 넘었어.”

“오백 샀다며.”

“그 뒤에 더 샀지.”

“얼마.”

“천오백.”

민재가 성호를 봤다.

“언제 그렇게 샀어?”

“어제. 네가 실적 좋다며.”


민재는 자기 계좌를 봤다.

일부를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수익이 조금 더 컸을 것이다.

전날까지는 별로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성호 계좌를 보고 나니 자신이 판 물량이 생각났다.


“너 판 거 아깝지?”

성호가 물었다.

“별로.”

“거짓말.”


민재는 계좌 화면을 한 번 더 훑었다.

“오르면 남은 거 먹으면 되고 떨어지면 판 게 잘한 거지.”

“어떻게 해도 네가 이긴 거네.”

“그러려고 나눠 파는 거잖아.”

성호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민재도 앱을 닫았다.


민재는 다시 업무 화면을 띄웠다.

오후에 쓸 자료를 마칠 때까지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았다.

퇴근할 무렵 은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 가전 설치일 잔금 다음 날로 잡아도 된대.

민재가 답했다.

— 입주청소가 먼저 아냐?

— 맞네

— 그럼 이틀 뒤.


잠시 뒤 하나가 더 왔다.

— 이번 주말에 침대는 진짜 사는 거다.

— 알았어. 이번엔 꼭 사자.

민재는 대화창을 닫았다.


은서가 보내준 침대 사진을 열었다.

방에 놓을 자리를 생각하다가, 아침에 본 아파트의 침실 사진이 떠올랐다.

민재는 침대 사진만 저장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토요일에는 정말 침대를 사기로 했다.


은서가 전날 밤 매트리스 브랜드 세 곳을 추려 보냈고, 민재가 동선을 확인했다.

마지막 매장만 조금 떨어져 있었다.

주소를 보던 민재가 익숙한 동네 이름을 발견했다.

서린파크 근처였다.


첫 번째 매장에서 은서는 마음에 드는 매트리스에 한참 누워 있었다.

민재도 옆에 누웠다.

“이거면 주말에 못 일어나겠다.”

“자기 원래 못 일어나잖아.”

은서가 눈을 감은 채 웃었다.

민재도 잠깐 천장을 봤다. 휴일 아침에 나란히 누워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두 번째 매장까지 돌아본 뒤에도 은서는 첫 번째 매트리스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예약한 곳만 더 보고 정하기로 했다.

민재가 내비게이션에 마지막 매장 주소를 넣었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 매장으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던 중 민재가 도로 건너편을 봤다.

석재 표지판에 익숙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서린파크.


“여기가 거기네.”

은서가 창밖을 봤다.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차가 정문 앞에 멈췄다. 길 건너에 지하철 출입구가 바로 붙어 있었고, 1층에 카페와 병원이 들어간 상가가 단지 옆으로 이어졌다.

휴대전화로 봤을 때보다 역이 훨씬 가까웠다.


“역 진짜 가깝네.”

“그러니까 비싸겠지.”

“여기가 우리 집보다 좀 새 거지?”

“한 4년.”

은서가 민재를 봤다.

“당신 이런 것도 알아?”

“찾아봤으니까.”

“왜 찾아봤는데?”


신호가 바뀌었다. 민재가 차를 출발시켰다.

“중개사가 말했던 사람 있잖아.”

“누구?”

“110동 살던 사람들.”

은서가 잠깐 생각했다.

“아. 당신 소개팅녀?”

“소개팅녀라고 하니까 이상하네. 두 번 본 사람인데.”

“두 번 본 사람 사는 동은 아직도 기억하면서.”


민재가 앞차를 따라 차선을 바꿨다.

“우리 집 보러 갔다가 알게 된 거잖아.”

“그래서?”

“저기로 이사 간대.”

은서가 다시 창밖을 봤다.

“자가로?”

“그렇다던데.”

“월세라며.”

“지금은 월세고. 자기 집은 저기였나 봐.”


은서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잠시 뒤 덧붙였다.

“이제 궁금한 거 다 풀렸네.”

민재가 은서를 봤다.

“내가 뭘 그렇게 궁금해했다고.”

“아니면 말고.”

은서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우리 늦겠다. 그냥 가.”


마지막 매트리스는 첫 번째보다 조금 저렴했고 은서도 제일 편하다고 했다.

둘은 매장 근처 카페에서 견적 세 장을 펼쳐놓았다.

“나는 마지막 거.”

“나도.”

“가격 때문이야?”

“그것도 있고.”


은서는 웃으며 마지막 매장의 견적서를 맨 위에 놓다가 물었다.

“아까 그 아파트 얼마야?”

“84가 최근에 10억 3천.”

“와.”

은서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비싸네.”

“우리 집이 8억 천오백이니까.”


은서가 잠깐 계산했다.

“거의 2억 차이네.”

“응.”

“나는 거기까지 대출받고 싶진 않아.”

“역 가까운 건 좋잖아.”

“우리도 걸어갈 만해. 그 정도는 걷자.”


은서는 다시 견적서를 펼쳤다.

“이거 카드 뭐로 해야 제일 싸더라?”

민재가 할인 조건을 설명했다.

몇 분 전까지 2억 차이를 얘기하다가 둘은 다시 백만 원 가까이 차이 나는 침대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쪽이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계산이었다.


서린파크는 애초에 둘이 보러 다닌 집도 아니었다.

가격이 맞지 않아 처음부터 후보에서 빠졌던 단지였다.

침대 계약을 마치고 은서를 집에 데려다준 뒤 민재는 혼자 돌아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바로 내리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서린파크.

84㎡ 최근 거래.

10억 3천.

자기 단지로 돌아갔다.

8억 1천5백.


이번에는 계산기를 열었다.

10억 3천에서 8억 1천5백을 뺐다.

215,000,000.

2억 1천500만 원.


아까 은서가 거의 2억이라고 말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민재는 숫자를 한동안 봤다.

한 달에 삼백만 원씩 모으면 1년에 삼천육백이었다.

그걸 하나도 쓰지 않아도 6년 가까이 걸렸다.

말이 안 되는 계산이었다.

두 집 가격이 6년 동안 그대로 있을 리도 없었고 매달 삼백만 원을 더 모을 수도 없었다.


민재는 계산기를 닫았다.

차 문을 열려다가 다시 휴대전화를 봤다.

이번에는 증권 앱이었다.

며칠 전 일부를 팔고 남은 하이닉스는 여전히 수익 구간이었다.


성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 나 이번 주 수익 120 넘음

— 내가 왜 처음에 500만 샀지


민재가 답했다.

— 지금 와서 보면 그렇지.

답이 바로 왔다.

— 너 판 거 안 아까움?

민재는 잠깐 생각했다.

— 조금.

— ㅋㅋㅋ 너도 똑같네


민재는 웃고 대화창을 닫았다.

매수 가능 금액을 확인했다.

지금 계좌에 있는 돈으로 조금 더 살 수는 있었다.


주문창을 열어 천만 원을 입력해봤다.

10퍼센트가 오르면 백만 원.

20퍼센트면 이백만 원.


2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식기세척기 값을 벌었다고 했던 칠십만 원도 그때는 꽤 크게 느껴졌다.

민재는 천만 원을 지웠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차에서 내렸다.


월요일 아침, 하이닉스는 장이 열리자마자 올랐다.

성호가 민재 자리로 왔다.

“나 천 더 넣을까?”

“너 이미 천오백 넣었다며.”

“계속 오르잖아.”

“그래서 지금 사면 평단 올라가.”

“그래도 더 가면?”


민재가 모니터에 띄워둔 증권사 리포트를 봤다.

실적 추정치는 또 올라 있었다.

“나 같으면 조정 한 번 기다려.”

“얼마 빠져야 조정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성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민재는 리포트를 조금 더 읽었다.

목표주가는 지금보다 위였다.

영업이익 전망도 좋아졌다.

휴대전화에서 주문창을 열었다.


500만 원.

토요일 밤에 천만 원을 입력했다가 지운 것에 비하면 절반이었다.

이 정도라면 처음부터 크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민재는 매수 버튼을 눌렀다.

체결 알림이 떴다.


예전에 신청해둔 주식대여 서비스도 생각났다.

어차피 오래 들고 있을 주식이면 수수료라도 받자는 생각이었다.

매매할 때 돈을 내는 건 아까웠지만 받는 건 달랐다.

민재는 대여 가능으로 표시된 것을 확인하고 화면을 닫았다.


성호가 곧바로 물었다.

“너 뭐 샀냐?”

“하이닉스.”

“얼마?”

“오백.”


성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나한테는 기다리라며.”

“나는 원래 갖고 있던 것도 있고.”

민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오백만 원은 무리한 금액이 아니었다.

10퍼센트가 떨어져도 오십만 원이었다.

이미 일부를 팔아 확정한 수익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새로 산 물량에도 수익이 붙어 있었다.

몇만 원이었다.


민재는 잠깐 숫자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아침부터 머릿속에 남아 있던 숫자는 다른 쪽이었다.

2억 1천500만 원.

오백만 원을 더 샀다고 그 차이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토요일 밤 주차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보다는 기분이 조금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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