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얼굴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에, 무엇이 사람을 증명할까요
브랜드는 지금 빠르게 얼굴을 지우는 중입니다.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고, 문의는 챗봇이 답하고, 배송 상황은 알림톡이 알려줍니다. 접점은 늘었는데 정작 사람은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그 흐름과 정반대인 장면을 만났습니다.
계산대 옆 직원들의 사진과 짧은 소개가 담긴 스탠드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진과 애칭 옆에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가 취향이나 특기와 함께 한 줄씩 적혀 있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이 가게를 굴리는 사람들을 먼저 만난 셈입니다. 메뉴판보다 그 스탠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주문할 때 괜히 이름을 한 번 더 보게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장치인데 가게에 대한 인상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 스탠드는 커피를 파는 장치가 아니라 신뢰를 파는 장치였습니다.
이 감각을 설명해 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라이언 뷰엘(Ryan Buell) 교수 연구팀은 대학 구내식당의 주방과 객석에 아이패드를 설치해 실시간 영상을 연결했습니다. 조건은 네 가지였습니다. 서로 못 보는 경우, 고객만 주방을 보는 경우, 요리사만 객석을 보는 경우, 그리고 서로를 보는 경우입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양쪽이 서로를 볼 수 있었을 때 고객이 평가한 품질은 22.2% 높아졌고 처리시간은 19.2% 줄었습니다. 같은 주방, 같은 재료, 같은 요리사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서로가 보였다는 사실 하나뿐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을 '운영 투명성(operational transparency)'이라고 불렀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효과가 한쪽 방향으로만 생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주방을 들여다보면 직원의 노고가 보이고, 그래서 서비스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덜 알려진 나머지 절반은 반대쪽에 있습니다. 직원이 고객을 볼 수 있게 되자 자기 일이 인정받고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느꼈고, 그 결과 직무 만족과 노력의 수준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투명성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여는 창이 아니라 양쪽 사이를 도는 피드백이었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코웨이의 '보이는 상담 서비스'는 고객이 문자로 받은 링크를 눌러 영상 지원에 동의하면 상담사가 고객의 휴대폰 카메라로 제품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도 이 서비스를 상담사가 얼굴을 공개한 사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향은 반대였습니다. 카메라는 고객 쪽에 있었고, 상담사가 고객의 문제를 보게 된 것입니다. 목소리만 오가던 상담에서 상대는 눈앞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구체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복원한 것은 서로의 얼굴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관계였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