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버가 이미 만든 것과, 다음에 참조할 네 개의 좌표
올해 상반기에 진행되었던 <AI 시대 새롭게 브랜딩을 정의하다> 세미나를 기억하시나요?
그 세미나를 발표했던 장소가 슈피겐홀이었습니다. 저는 이 공간에서 세 번 발표를 했는데, 올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장이라기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잘 갖춰진 곳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메타브랜딩 딥다이브 41기> 과정에서 슈피겐코리아의 국봉환 부문장을 뵙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페스티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뒤 이 사업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세 번이나 서 있었던 그 무대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기기 한 대를 쓰는 시간도 늘고 있습니다. 내구성을 경쟁력으로 삼아 온 폰케이스 업계에는 반갑기만 한 변화가 아닙니다. 제품이 오래 버틸수록 다시 살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슈피겐코리아(Spigen Korea)가 이 질문을 본업이 흔들린 뒤가 아니라, 성과가 견조할 때 먼저 꺼냈다는 점입니다. 이 회사는 2019년 미국 아마존 전체 판매자 순위 4위에 올랐고, 2026년 상반기에도 매출 2,235억 원과 영업이익 23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133.2%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0.6%입니다. 본업이 경쟁력을 잃어서가 아니라, 본업이 수익을 내는 동안 제품 판매 너머의 성장 방식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페스티버(Festiver)는 더 들여다볼 만한 사업입니다.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국봉환 부문장은 한 인터뷰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품이 튼튼한 것이 파는 입장에서는 단점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잘 만들수록 교체 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발언이 인상적인 이유는 진단의 정확성 때문만이 아닙니다. 대개 제조 기업은 신제품의 기능을 늘리거나 가격을 낮추는 데서 새로운 구매 이유를 찾습니다. 슈피겐은 다른 쪽을 봤습니다. 더 오래 쓰는 케이스가 아니라, 더 자주 바꾸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길입니다.
페스티버의 출발점은 IP 전략이 아니라 건물이었습니다. 2018년 강남 선정릉 사옥 지하에는 직원용 농구장이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차라리 강연장을 만들어 대관 수입을 올리자는 제안이 통과되면서 슈피겐홀이 생겼습니다.
강연장으로 설계된 공간은 곧 공연장이 되었습니다. 에스파와 아이브의 팬사인회, 댄스 크루 원밀리언의 팬미팅이 이곳에서 열렸고, 회사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국 공연장 평균 가동률이 24%에 머물던 시기에도 슈피겐홀은 66%를 넘겼습니다.
슈피겐홀 개관이 2018년, 페스티버 정식 오픈이 2023년 6월입니다. 5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국 부문장은 이를 경험 중심적 사고라는 회사의 원칙으로 설명했습니다. 무리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증명된 사업만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이 순서가 페스티버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봅니다. 브랜드가 팬덤을 배우는 데 지름길은 없습니다. 팬을 반복해서 만나는 자리를 먼저 만들고, 거기서 관찰한 것을 나중에 사업으로 옮기는 순서가 있을 뿐입니다. 정식 오픈 전 베타 기간에만 18건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60여 팀의 굿즈를 제작했으며, 하루 수익이 3천만 원을 넘긴 크리에이터도 나왔습니다. 5년의 관찰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페스티버의 협업 목록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름은 도로롱입니다.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도로시라는 캐릭터에서 유저들이 파생시킨 밈(Meme) 캐릭터입니다. 게임사가 기획한 공식 캐릭터가 아니라 팬덤이 스스로 만들어 낸 2차 창작물에 가깝습니다.
페스티버는 이 캐릭터를 정식 굿즈 라인으로 세웠습니다. 맥세이프(MagSafe) 폰케이스와 카드지갑은 물론이고 장마우스패드, 아크릴 팜레스트, 키캡, 디오라마까지 이어졌습니다. 모바일이 아니라 PC 바카라상 위를 겨냥한 구성입니다. 브랜드가 정한 상징이 아니라 팬이 정한 상징을 제품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 협업은 로고를 인쇄하는 기존 머천다이징과 결이 다릅니다.
2026년 5월 출시된 울산 HD FC 컬렉션은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홈 유니폼 디자인을 옮긴 폰케이스를 구매할 때 원하는 선수를 고르면, 그 선수의 등번호와 이름이 마킹되어 배송됩니다. 출시 당일에는 슈피겐홀에서 울산 HD와 강원 FC의 경기를 함께 보는 뷰잉파티가 열렸습니다.
T1과의 협업도 같은 문법을 씁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 횟수를 뜻하는 V5, V6 표기가 케이스에 들어가고, 페이커·케리아·오너·도란처럼 선수 이름을 단 실리콘 비즈스트랩이 따로 나옵니다. 굿즈에 이름을 새기는 행위는 소유의 표시가 아니라 소속의 표시입니다. 그 순간 케이스는 보호 장비가 아니라 유니폼이 됩니다.
출범 당시 페스티버의 슬로건은 '매일이 축제(EVERY DAY FESTIVAL!)'였습니다. 지금 홈페이지 첫 문장은 다릅니다. 'Doing, Digging, FESTIVER!'와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게'입니다.
작은 변화 같지만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흔적입니다. 축제는 사건이고 디깅(digging)은 습관입니다. 사건에는 날짜가 있지만 습관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앞서 말한 제조업의 역설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케이스의 교체 주기는 길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새롭게 표현할 계기는 계속 생깁니다. 우승할 때마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커뮤니티에 밈이 하나 더 생길 때마다 팬은 같은 마음을 다른 모습으로 드러내고 싶어 집니다. 페스티버가 팔기 시작한 것은 제품의 교체 주기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주기입니다.
같은 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파고든 회사들을 놓아 보면 페스티버의 자리가 선명해집니다.
케이스티파이(CASETiFY)는 디즈니와 마블 같은 대형 IP를 제품과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쪽입니다. 포스월(Fourthwall)은 크리에이터에게 자사몰과 주문형 인쇄(POD, Print on Demand) 공급망, 결제와 세무 처리까지 판매 도구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입니다. 국내의 이너부스(INABOOTH)는 저작권이 확인된 IP에 Verified 뱃지를 붙이고 표준 계약으로 IP 보유자와 기업의 만남을 주선하는 쪽입니다.
페스티버는 셋 중 어디에도 그대로 속하지 않습니다. IP와 도구와 만남 다음의 단계, 즉 기획을 실제 상품과 경험으로 완성하는 자리를 맡습니다. 기획과 진행을 대신 맡을 테니 크리에이터는 자기 매력에만 집중하라는 제안이 그 뜻입니다. 이 네 역할 가운데 완성은 가장 많은 경험과 실행 능력을 요구하고, 그래서 가장 모방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완성을 대신하는 사업은 사람과 공간을 많이 씁니다. 이 모델을 더 크게 굴리려면 네 가지 질문이 따라옵니다. 공간의 확장성, 수입의 정기성, 롱테일의 선별, 운영의 표준화입니다.
해외에는 이 네 가지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 본 회사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의 이벤트 머천다이징(Event Merchandising)은 1982년부터 40년 넘게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의 굿즈를 맡아 온 회사입니다. 런던 버링턴 아케이드의 007 스토어, 배터시 발전소의 트랜스포머와 페파피그 매장, UEFA 스토어, 런던 올림픽 공식 상품 사업이 모두 이 회사의 이력입니다.
주목할 것은 사업의 단위입니다. 이들이 맡는 범위는 장소를 찾고 공간을 설계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그 IP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 상품을 기획해 제조하고, 현장 인력과 재고를 운영하고, 온라인 스토어와 글로벌 배송까지 이어집니다. 팝업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상설점으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하나의 공간에 사업이 묶여 있지 않습니다. 팔리는 것은 매장이 아니라 매장을 만들고 굴리는 능력입니다.
페스티버에 대입해 보면 대비가 분명합니다. 슈피겐홀은 하나의 공간에 여러 IP를 불러들이는 구조이고, 이벤트 머천다이징은 하나의 운영 역량을 여러 공간으로 들고 다니는 구조입니다. 슈피겐홀에서 익힌 무대 연출과 현장 판매와 뷰잉파티 운영을 하나의 패키지로 정의할 수 있다면, 상대 구단의 홈구장이나 게임사의 행사장이 다음 무대가 됩니다. 그때 공간 확장은 새로운 고정비를 짓는 일이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장소와 자원을 조달하는 일이 됩니다. 슈피겐홀도 복제할 자산이 아니라 어디서든 다시 구현할 프로토타입이 됩니다.
여기서 갈리는 것은 품질입니다. 자체 공간에서는 조명부터 동선까지 통제할 수 있지만, 남의 무대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를 페스티버가 직접 운영하고 어디부터를 현지 파트너에게 넘길 것인지, 그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확장 속도와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굿즈 매출은 우승과 신작과 밈 같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반복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복 여부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입니다. 다음 사건이 언제, 얼마나 크게 올진 알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스키야키(SKIYAKI)는 이 문제를 수익 구조로 풉니다. 팬클럽 플랫폼 비트팬(Bitfan)을 운영하며 2026년 3월 말 기준 유료 회원 170만 7천 명을 확보했습니다. 1년 동안 약 38만 명이 늘었고,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마지막 한 분기에 집중됐습니다. 성장 배경에는 남성 그룹 M!LK의 공식 사이트와 앱 수주, Da-iCE와 GENIC을 비롯한 에이벡스 계열 팬클럽 일곱 곳의 운영 이전이 있었습니다.
성장세는 다음 분기에도 이어졌습니다. 2026년 6월 말 유료 회원은 180만 명에 도달했고, 같은 분기 플랫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6% 늘었습니다. 회사는 스톡 수익인 팬클럽 매출과 플로우 수익인 EC 매출이 함께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최근의 성장에는 자연 증가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팬클럽의 운영을 넘겨받는 B2B 수주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정기 수입은 팬을 처음부터 모아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이 모아 둔 팬의 관리를 맡는 방식으로도 생깁니다.
수익성의 차이는 국내 사례가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아티스트와 팬의 메시지 구독을 파는 디어유는 2025년 매출 838억 원에 영업이익 314억 원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률이 37%를 넘습니다. 사업 구조가 다르니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팬의 결제를 구독으로 묶은 사업이 어떤 이익 구조를 갖는지는 분명히 보여 줍니다.
페스티버에 대입하면 길이 하나가 아닙니다. 팬클럽 운영까지 직접 맡는 길, 기존 플랫폼과 제휴해 멤버십만 연결하는 길, 대형 IP의 운영을 수주하는 길이 각각 다릅니다. 필요한 개발 인력도, 감당할 고객 응대의 양도, 무엇보다 끝에 손에 남는 데이터가 다릅니다. 슈피겐홀에서 T1과 울산 HD와 아이돌 팬미팅을 운영해 온 이력은 어느 길로 가든 발판이 되지만, 어느 길이 맞는지는 지금 페스티버가 확보한 회원 접점의 규모와 재구매 데이터를 보고 정할 문제입니다.
페스티버의 강점은 전담 인력이 기획을 대신해 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로 무한히 늘리기 어렵습니다. 팬이 백 명뿐인 창작자에게 전담 PM을 붙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메이크십(Makeship)은 다른 방식으로 이 벽을 넘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인데, 절차가 두 단계입니다. 먼저 열흘 남짓 상품화 청원을 열어 보통 200명의 후원자가 소액을 걸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기준을 넘으면 21일간 본 선주문 캠페인이 열립니다. 미달이면 만들지 않고 청원 금액은 돌려줍니다. 크리에이터가 미리 부담하는 비용은 없습니다.
여기서 전담 인력을 대신하는 것은 자동화가 아닙니다. 사람이 언제 들어가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청원 단계에서는 수요만 확인하고, 통과한 뒤에야 디자인과 샘플 제작에 인력이 붙습니다. 본 캠페인에서 생산 수량이 확정되고, 종료 후 제조와 배송이 이어집니다. 미달이면 환불하고 프로젝트를 닫습니다. 팬이 스스로 수요를 증명한 건에만 사람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페스티버는 원래 펀딩 기능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그 기능을 롱테일 IP의 선별 장치로 다시 세우면, 중대형 IP에는 지금처럼 전담 기획이 붙고 소형 IP에는 통과 조건이 붙는 이원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슈피겐의 제조 품질을 지키면서도 문을 넓히는 방법입니다.
다만 200명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폰케이스와 데스크테리어와 봉제인형은 금형 유무도, 최소 발주 수량도, 기획에 드는 공수도 다릅니다. 페스티버에 필요한 것은 하나의 통과 기준이 아니라 제품군별 통과 기준입니다.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의 원가와 공수, 그리고 관심에서 결제로 넘어가는 전환율을 놓고 계산해야 나옵니다.
일본의 A3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IP의 굿즈를 기획부터 제조, 소매까지 직접 하는 회사입니다. 자사 오시카츠 브랜드 OSHI+를 운영하며 팬의 소비 행동을 현장에서 관찰해 왔고, 누적 5,000건이 넘는 IP 기획 실적과 회원 40만 명 이상의 자사 플랫폼 이오(eeo), 일본 내 8,000곳 이상의 유통망을 갖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2026년 4월에 시작한 'A3 오시카츠부(推し活部)'입니다. 오시카츠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넓히려는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서비스입니다. 타깃 선정과 브랜드 포지션 정의 같은 전략 수립에서 시작해, 오리지널 굿즈 기획과 제조, 체험형 메뉴 개발, 팝업스토어 운영과 자사 EC 테스트 판매, SNS 캠페인 설계와 팬 커뮤니티 구축까지 이어집니다. 자기 팬덤 사업에서 쌓은 운영 능력을 그대로 상품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순서가 페스티버와 겹칩니다. A3는 자사 브랜드로 현장 지식을 먼저 쌓고, 그 지식을 근거로 법인 서비스를 열었습니다. 슈피겐이 슈피겐홀에서 5년을 관찰한 뒤 페스티버를 연 순서와 같습니다. 다른 점은 A3가 한 단계 더 갔다는 것뿐입니다. 굿즈를 파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굿즈를 만드는 능력 자체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페스티버가 축적한 것도 같은 성격의 자산입니다. 어떤 IP에 어떤 경험이 어울리는지, 어떤 밈이 굿즈가 되는지, 팬이 어느 지점에서 지갑을 여는지에 대한 감각입니다. 다만 지금 그 감각은 상당 부분 사람에게 담겨 있습니다. 파는 물건으로 만들려면 IP 유형별 상품 구성 표준, 팬덤 성숙도에 따른 판매 예측, 협업 제안의 공통 포맷처럼 밖에서도 읽히는 형태로 옮겨야 합니다. 감각을 절차로 옮기는 일은 감각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프로젝트에서 동시에 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문제는 내부에 오래 축적된 감각일수록 무엇이 고유한 경쟁력인지 스스로 분리해 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서비스가 되려면 그 숙련은 고객이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정의되어야 합니다.
페스티버에 남은 질문은 네 가지를 모두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화할 것인가입니다. 이미 가장 어려운 것은 갖고 있습니다. 5년간 팬을 매주 만난 공간, 제조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품질 기준, 밈과 우승 서사를 제품으로 번역해 본 경험입니다. 이것들은 돈으로 사기 어렵고 짧은 시간에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네 좌표는 그대로 따라야 할 정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당깁니다. 공간을 옮기면 브랜드 경험의 품질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구독을 붙이면 굿즈와 다른 종류의 인력과 데이터 운영이 필요합니다. 롱테일을 열면 선별 기준이 있어야 하고, 표준화를 밀면 페스티버다운 기획 감각이 옅어질 수 있습니다. 넷을 동시에 최대로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아이디어를 하나 더 내는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협업을 같은 잣대로 다시 읽는 일에 가깝습니다. IP별 매출과 이익, 기획에 든 공수, 초도 물량의 소진율과 재구매율, 현장 참여자 수, 행사가 끝난 뒤 팬이 보인 행동입니다. 그 데이터를 한자리에 놓으면 전담형으로 키울 IP와 모듈형으로 바꿀 IP, 펀딩으로 먼저 검증할 IP가 갈릴 것입니다.
제조 기업이 팬덤 사업에 들어설 때 먼저 필요했던 것은 IP 계약서가 아니었습니다. 팬을 매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슈피겐은 그 자리를 5년 먼저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팔아야 할 것이 케이스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다시 표현할 이유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다음 5년의 경쟁력은 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크기가 다른 팬덤에 맞는 운영 방식을 하나의 체계 안에 설계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국봉환 부문장님과의 대화에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페스티버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갈지 응원하면서 지켜보려 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분야에서 브랜드 팬덤 사례가 궁금하시면 댓글로 신청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 찾아 분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