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 관계를 비용으로 바꿀 때 -FanCase20

관계의 호혜성이 증발하는 방식에 대하여

by박찬우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


2025년,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Chip Wilson)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제목은 간결했습니다. 그는 글에서 "룰루레몬은 지금 수직낙하 중(in a nosedive)"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연말에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상대로 이슬롯 교체를 요구하는 프록시 파이트(proxy fight,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에 맞서기 위해 주주들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대리 행사(위임)할 수 있도록 모아 표 대결을 벌이는 경영권 분쟁 전략 )까지 개시했습니다.


창업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장면은 드뭅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장면이 펼쳐질 때, 그 안에는 브랜드 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볼 가치 있는 무언가가 들어 있습니다.


이번 FanCase는 룰루레몬입니다. 정확히는, 커뮤니티를 성장의 토대로 쌓아 올린 브랜드가 규모가 커지면서 그 토대에 균열이 생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룰루레몬이 원래 잘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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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26-05-15 173848.png룰루레몬의 앰버서더 소개 페이지 https://www.lululemon.co.kr/ko-kr/story/ambassadors


룰루레몬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광고에 크게 기대지 않고도 성장한 브랜드였습니다. 나이키가 슈퍼스타를 샀고, 아디다스가 아이콘을 전면에 세울 때, 룰루레몬은 동네 요가 강사와 러닝 리더를 파트너로 초대했습니다. 매장 근처 스튜디오에 직접 찾아가 수업을 듣고, 관계가 쌓이면 제품을 건네며 앰배서더를 제안했습니다. 때로는 케이크를 굽고, 현수막을 걸고, 작은 이벤트를 열며 "우리는 당신을 본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그 관계는 계약서보다 먼저 신뢰를 만들었습니다.


강사들은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룰루레몬을 이야기했습니다. 신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피드백을 보냈고, 자신의 커뮤니티에 브랜드를 소개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행동이 광고 집행의 결과라기보다 진짜 좋아서 하는 추천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 지점에서 룰루레몬은 다른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다른 종류의 힘을 얻었습니다.


앰배서더의 입장에서 이 관계는 협찬 제안과 달랐습니다. 브랜드가 먼저 나를 찾아왔고, 내 수업을 들었고, 내 커뮤니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무언가를 건넨 다음에야 무언가를 부탁했습니다. 그 순서가 전부였습니다.


그 힘의 작동 방식을 단어 하나로 설명하자면 호혜성(reciprocity, 타인으로부터 도움이나 혜택을 받았을 때 보답하려는 심리적·슬롯적 성향으로,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상호 원리)입니다. 브랜드가 먼저 주고, 앰배서더가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흔한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다른 이유는, 거래의 순서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인플루언서 계약은 '게시물 후 대금 지급' 구조입니다. 룰루레몬의 방식은 '관계 먼저, 요청은 나중'에 가까웠습니다.


스크린샷 2026-05-15 174543.png출처: Daily Hive, 2020.3.26

그 상징이 2020년 팬데믹 초기에 나타났습니다. 매장이 문을 닫고 스튜디오 운영자들의 수입이 끊기던 시기, 룰루레몬은 앰배서더 지원 펀드 200만 달러를 조성했습니다. 재무적 규모로만 보면 110억 달러 매출의 회사에서 작은 숫자입니다. 그러나 관계의 언어로 읽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당신이 잘될 때만 함께하는 브랜드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관계의 균열


2025 회계연도 기준 룰루레몬의 연간 매출은 111억 달러, 전년 대비 5%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분해하면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메리카 순매출은 1% 감소한 반면 국제 매출은 22% 증가했고, 중국 시장은 29% 성장하며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올라섰습니다.


중국에서 29% 성장하는 브랜드와, 아메리카에서 comparable sales(동일매장 매출, 작년 같은 기간에도 운영되던 매장(또는 채널)만을 묶어 매출 증감률을 본 지표)가 5% 감소하는 브랜드가 동시에 룰루레몬입니다. 룰루레몬의 위기를 "브랜드가 약해졌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연말에는 7년간 재임한 캘빈 맥도널드 CEO의 퇴임이 발표됐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연간 매출은 26억 달러에서 111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를 유능한 CEO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퇴임 발표 당일 주가가 9~10% 올랐습니다. CEO 퇴임이 호재로 읽히는 상황 자체가, 시장이 이 브랜드의 다음 장을 어떻게 기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계가 달라진 방식


숫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룰루레몬의 앰버서더 커뮤니티가 무너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앰배서더는 1,500명 이상이고, 각 매장마다 15~20명의 로컬 앰배서더가 있습니다. 요가 강사, 퍼스널 트레이너, 스튜디오 운영자들이 매장에서 무료 수업을 열고, 러닝 클럽을 운영하는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미 에센셜 멤버십 회원은 회계연도 2025 기준 2,800만 명입니다. 숫자만 보면 구조는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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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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