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대치

와플스쿨

by김와플
























































그 연필은 한 번 부러진 적이 있다.


온라인카지노국 대전이 끝난 날이었다. 잿빛 하늘 아래, 타다 만 원고 더미 사이에 연필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심은 바스러졌고 파란 칠은 군데군데 벗겨져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 김와플은 그 조각들을 주워 품에 넣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없는 전쟁터에서, 그것만큼은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는 부러진 연필을 이어 붙였다. 이음매에는 지금도 가는 흉터가 남아 있다. 손으로 쥐면 엄지가 늘 그 자리에 닿았다. 매끈한 몸통 한가운데, 거기만 조금 거칠었다.


그날 하늘에서 내려온 문장 한 줄을,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었다. 외우고 싶지 않았는데도.


대전이 끝나고 온라인카지노국에는 이상한 평화가 찾아왔다. 무너진 마을이 다시 세워졌고, 사람들은 다시 웃었다. 그런데 아무도 울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사라진 이들을 위해 우는 사람이 없었다. 무덤도, 이름을 새긴 비석도 없었다. 사람들은 잃은 것이 없다는 듯이 살았다. 정말로 잃은 줄 몰랐기 때문이다.


김와플은 그때 알았다. 애도는 기억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은 슬픔조차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마봉 선생님이 남긴 말은 짧았다. 기억하라는 것.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없었던 사람이 된다는 것.


그날 그는 지워진 동료의 이름을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저기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까지만 알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함께 먹었던 밥의 맛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빈자리의 모양만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가 매일 열셋을 세는 것은 그날 떠올리지 못한 이름 하나 때문이었다.


시현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도진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름을 잊지 않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마지막에 외친 말도 전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기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기억은 지키지 못한 순간을 더 선명하게 만들 뿐이었다.


교실에서 그 아이를 위해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학교에 그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