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스승

와플스쿨

by김와플















































연필을 처음 받은 날을, 김와플은 비 오는 날로 기억한다.


온라인카지노국이 아직 하나였던 시절이었다. 소설 마을과 에세이 마을 사이에 담장이 없었고, 이야기는 강물처럼 이 마을 저 마을을 흘러 다녔다. 김와플은 그 강가에서 원고지를 줍던 아이였다. 누가 쓰다 버린 문장, 끝맺지 못한 첫 줄, 물에 젖어 번진 이름들. 그는 그런 것들을 주워 처마 밑에 널어 말렸다. 다 마른 종이는 바스락거렸고, 그 소리가 좋았다.


그날도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머리 위로 빗소리가 멎었다. 고개를 드니 누군가 우산을 기울이고 서 있었다. 긴 검은 머리가 빗물에 젖어 어깨에 붙어 있었고, 이마에는 작은 마름모 표식이 있었다.


“버려진 문장을 줍는 아이는 처음 보는구나.”


그 사람은 그가 말려 둔 종이들을 한 장씩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문장들을 오래, 천천히 읽었다. 김와플은 그렇게 남의 글을 읽는 어른을 처음 보았다.


“줍기만 해서는 지킬 수 없다.”


다음 날, 그 사람은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왔다. 그의 키만큼 긴 파란 연필이었다. 끝에는 분홍색 지우개가 달려 있었다.


“지우개는 왜 달려 있어요?”


“틀렸을 때 쓰라고.”


“선생님도 틀려요?”


“자주.”


그 사람은 웃었다. 김와플은 그 웃음을 오래 기억했다. 틀린다는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을, 그는 그 뒤로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날부터 그는 그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문장을 고치는 법보다 문장을 기다리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이야기에는 저마다 걸음이 있어서, 재촉하면 엉뚱한 데로 간다고 했다. 인물에게는 저마다 고집이 있어서, 억지로 끌고 가면 끝내 뒤돌아본다고 했다.


김와플은 그 말들을 받아 적었다. 그 파란 연필로.


연필 끝의 지우개는 그 무렵 자주 닳았다. 그는 많이 틀렸고, 많이 지웠다. 지우개 가루를 손바닥으로 쓸어 내며 다시 쓰는 일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지운다는 것은 더 나은 문장으로 가는 길이었으니까.


대전이 끝난 뒤, 그는 그 지우개를 다시는 쓰지 않았다.


지운다는 일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날 하늘 아래에서 보아 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작별 인사도, 행선지도 없었다. 김와플은 한동안 마을을 돌며 선생님을 찾았다. 강가에도, 무너진 성벽 아래에도, 처음 만났던 처마 밑에도 가 보았다. 어디에도 없었다.그렇게 소설의 이장은 사라졌다.


그래도 잊지는 않았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였다. 얼굴을, 목소리를, 우산을 기울이던 손의 각도를, 그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언젠가 돌아왔을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리고 오늘, 한눈에 알아보았다.


기억해 둔 얼굴 그대로였다. 이마의 표식도, 눈매도, 아주 작게 웃는 입꼬리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 알 수가 없었다.


김와플은 사람을 잃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워지는 것.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 막으면 아무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 그는 하나를 더 알았다.


기억하는 얼굴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