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침입자

와플스쿨

by김와플





























11명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비명도 있고, 무너지는 바카라상도 있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빛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일이 끝난 뒤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손이었다.


닿지 못한 손.


김와플은 그 손을 보았다.


린이 허공을 향해 뻗었던 손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손가락은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모양 그대로 굳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 손끝 너머에는 도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와플은 린의 이름을 부르려다 입을 다물었다.


린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을 한 번 쥐었다가 폈다. 마치 무엇인가를 놓친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놓쳤는지는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린아.”


린이 고개를 돌렸다.


“네, 선생님?”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다.


조금 전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며 울었던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김와플은 묻고 싶었다.


도진이를 기억하느냐고.


방금 네가 누구에게 손을 뻗었는지 아느냐고.


그러나 그 질문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자신이 대답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시현이 사라졌을 때도 그랬으니까.


한 사람의 자리가 비었는데, 아무도 빈자리를 보지 못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침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실종의 가장 잔인한 부분이었다.


사라지는 사람은 혼자가 된다.


남겨진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잃었다는 사실조차 빼앗긴다.


그리고 김와플만 기억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때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일이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작은 손이 떨렸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조금 전 도진이 앞을 막아섰을 때, 김와플은 그를 말렸어야 했다. 자신이 선생님이라고, 아이들은 뒤로 물러서라고, 위험한 일은 어른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도진이 먼저 움직였다.


늘 그랬듯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다치는 쪽을 선택했다.


그 아이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선택을 외쳤다는 사실이 김와플의 가슴을 찔렀다.


내가 어디로 갈지는 내가 정해.


그 말은 사라지는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었고, 남겨진 선생님에게는 변명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당신은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김와플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망토의 침입자는 여전히 교실에 서 있었다.


주황색 소용돌이 가면 너머로는 아무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김와플은 그 침묵이 견딜 수 없이 미웠다.


도진을 데려간 힘보다도, 한 사람의 삶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워 버릴 수 있다는 태도가 더 미웠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무릎이 떨렸다.


그 사실이 더욱 화가 났다.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도 자신인데, 이제 와서 분노할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김와플은 이를 악물었다.


도진의 이름을 잊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가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더라도.


그 아이가 앉았던 자리와 웃었던 순간과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내밀었던 손을, 적어도 자신만은 잊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지키지 못한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가장 초라한 약속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다음번에는 약속만으로 끝나지 않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