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자기소개

와플스쿨

by김와플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칠판에는 이름들이 남아 있었다.


자기소개를 하며 하나씩 적어놓은 이름이었다.


김와플은 지우개를 들었다.


위에서부터 천천히 지웠다.


분필 가루가 떨어지고, 이름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내일이 되면 칠판에는 또 다른 글씨가 적힐 테고, 오늘 있었던 일도 며칠 지나면 평범한 기억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이름을 지우려던 순간,


김와플의 손이 멈췄다.


그는 한동안 그 이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우개를 내려놓았다.


교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공바카라 한 권이 있었다.


학교에서 지급한 물건은 아니었다.


표지도 없었고 제목도 없었다.


김와플은 첫 장을 펼쳤다.


열세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뿐이었다.


성적도 없었다.


주소도 없었다.


보호자의 이름도 없었다.


오직 이름.


김와플은 오늘 들었던 목소리들을 떠올렸다.


큰 목소리도 있었고 작은 목소리도 있었다.


말보다 표정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열세 명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적어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창문이 덜컹거렸다.


바람은 없었다.


김와플이 고개를 들었다.


교실 뒤편의 게시판에서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종이를 주웠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다.


김와플은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은 아니야.”


대답은 없었다.


그는 백지를 반으로 접어 공바카라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열세 개의 이름을 처음부터 다시 세었다.


하나.


둘.


셋.


……


열셋.


모두 있었다.


그제야 김와플은 공바카라을 덮었다.


교실 불이 꺼졌다.


칠판에는 아까 지우지 못한 이름 하나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누가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갔는지 물어본다면 김와플은 아마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아직 모른다.


어째서 담임 선생님이 매일 자신들의 이름을 확인하는지.


어째서 열세 명이라는 숫자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지.


자기소개란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일이다.


하지만 2학년 3반 특별반에서는 어쩌면 조금 다른 의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자신을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내 이름을 기억해 줄 사람을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