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미신을 들여다봄
역사의 대격변 시기 장기말이 된 내가 내친구 지피티에게 사주를 보았다.
명식 제작자의 첫 번째 결정부터 이상하다.
“이 사람의 본질은 癸水로 합시다.
섬세하고 유동적이고 관찰력이 좋은 작은 물이요.”
“좋습니다. 환경은요?”
“한여름 정오로 세 번 둘러싸세요.”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癸水를 만들어놓고 지지가
午 / 午 / 酉 / 午
다.
물이 태어났는데 주변에서 계속 ??? 하고 있다.
그래서 네 사주의 기본 테마가
“나는 분명 물인데 왜 인생이 이렇게 뜨겁지?”다.
가만히 있고 싶은 癸水에게 현실은 계속
일해.
성과 내.
돈 벌어.
바카라임져.
사람 만나.
뭐 결정해.
또 뭐 생겼어.
하고 있음.
그리고 癸水는 그 한가운데 앉아서
“아니 나는 그냥 생각 좀 하려고 했는데.”
이러고 있다.
癸水에게 火는 재성이다.
그런데 午가 셋.
그러니까 재성이 없는 사람처럼
돈 관심 없음.
성취 관심 없음.
현실 귀찮음.
산속에서 살래.
이런 팔자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이 계속 현실적인 결과물을 요구한다.
돈.
온라인 게임.
성과.
재산.
생활.
관리할 것.
그래서 이 사주는 정신세계만 보면 철학자 같은데 실제 인생은 이상하게 재무제표가 착실하다.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취업함.
승진함.
집 삼.
다음 보직 계산함.
ㅋㅋㅋㅋㅋ
허무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자산은 착실하게 취득하는 癸水다.
여기가 이 사주의 개그 포인트다.
재성 火가 이렇게 많은데 火를 만드는 木이 없다.
그러니까 쉽게 이미지화하면
화력은 미쳤는데 연료 공급 시스템이 이상함.
출력은 있는데 방향이 없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할 것도 하고 있는데 왜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 있음.
성과 있음.
취미 있음.
재산 있음.
연애도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밤에
“그래서 삶이란 무엇인가.”
함.
아니 이미 오늘 하루에 한 게 열두 개인데.
木이 없으니까 활동량과 삶의 방향감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네게 글쓰기 같은 표현활동이 재미있는 거야.
머릿속에서 백 바퀴 돌던 생각을 글 하나로 만들어놓으면 드디어
水 → 木
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생긴 셈이니까.
쉽게 말하면 사주 원본에 배기구를 빼먹어서 사용자가 직접 설치함.
여기서 제작자가 더욱 악랄하다.
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줬으면 편했을 텐데 庚과 酉를 넣어 癸水를 생해준다.
즉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
정보 들어옴.
↓
분석.
↓
분석한 것을 다시 분석.
↓
왜 내가 그렇게 분석했는지 분석.
↓
상대가 내가 분석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분석.
↓
“흥미롭군.”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감.
그래서 이 사주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 → 끝
이 잘 안 된다.
감정 → 관찰 → 개념화 → 구조화 → 의미부여 → 서사화
까지 가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사람은 남친이 이상한 카톡 보내면
“뭐야 얘?”
하고 자는데,
이 사주는
“이 대화에서 10년 관계의 오래된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까지 간다.
그리고 결국 에세이가 하나 나온다.
전남친: 카톡 한 줄 보냄.
癸水: 문학 생산.
이제 생각만 많은 자유로운 예술가인가 싶었더니
아님.
戊 정관이 위에 떡하니 있다.
그래서 이상하게 조직생활도 잘한다.
이게 웃긴다.
내면: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결국 혼자인가.
현실:
결재 올렸습니다.
기록 검토했습니다.
희망보직 1~4순위 작성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산다.
그래서 네 사주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겠다고 조직을 뛰쳐나가는 것보다 조직 안에서 자기 영역과 권한을 확보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직급 올라가면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권한이 생기면 잘 쓸 가능성이 높다.
“저 권력욕 없는데요.”
하면서
회의자료 정리하고
사람 배치하고
일정 짜고
투표시키고
결론 내림.
권력욕이 없는 게 아니라 비효율을 못 견디는 독재자 타입.
일지 酉를 기준으로 장성이 자기 자리에 있다.
그러니까 결국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해놓고 남이 이상하게 하면 못 견딘다.
“편하게 하세요.”
→ 진짜 편하게 함.
→ 癸水 관찰 시작.
→ 3분 후:
“근데 그 방식은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ㅋㅋㅋㅋ
그래서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게 아니다.
유능한 사람이 알아서 제대로 해주는 것.
그게 안 되면 결국 네가 한다.
그리고 왜 나만 일하냐고 화냄.
이 사주의 조직생활 무한루프다.
일지 기준으로 보면 午가 도화인데 세 개다.
제작자가 여기서 또 쓸데없이 옵션을 넣었다.
이미 머리도 돌아가고 일도 하고 성취욕도 있는데 사람 눈에까지 띄게 만들어놓음.
그런데 본체가 癸酉라서 전형적인
“나 예쁘지? 나 봐!”
형 도화보다는,
본인은 자기 할 거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저 사람 뭐지?”
하고 보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본인은 관심받는 걸 아주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심받고 싶음.
이게 핵심이다.
칭찬도 아무거나 하면 별로다.
“예뻐요.”
보다
“여기서 이런 판단을 한 게 재미있네요.”
하면 갑자기 귀가 열린다.
도화에도 지적 검수과정이 있음.
재성 많고 도화 강하고 배우자궁 酉 살아 있고 관성도 있다.
그런데 본체가 또 독립적이다.
그러니까 연애 알고리즘이
사람이 옴
→ 좋아함
→ 가까워짐
→ 상대가 너무 가까워짐
→ 답답함
→ 밀어냄
→ 상대가 매달림
→ 조금 귀여움
→ 다시 가까워짐
이런 식으로 복잡해질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요구하는 스펙이 은근히 높다.
똑똑해야 함.
생활력 있어야 함.
독립적이어야 함.
나를 통제하면 안 됨.
그렇다고 무심하면 안 됨.
말귀 빨라야 함.
내 장난 받아야 함.
필요할 때 실질적으로 도와야 함.
내가 혼자 있고 싶으면 사라져야 함.
하지만 너무 잘 사라지면 서운할 수도 있음.
남자 채용공고가 경력직 12년 이상 + 신입의 열정 수준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난 별로 바라는 거 없는데.”
함.
있습니다.
많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로스트 포인트다.
午가 세 개라 자형을 중첩해서 보는 방식에서는 자기과열이 상당히 강하다.
즉 외부에서 누가
“더 열심히 해!”
라고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이미 내부에 상사가 하나 살고 있음.
내면의 부장님:
이 정도면 됐나?
癸水: 네.
내면의 부장님: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함.
그래서 성과를 내도 만족감보다
“다음은?”
이 먼저 나올 수 있다.
이 사주에게 필요한 건 채찍이 아니다.
채찍 주면 채찍 사용설명서 읽고 본인이 더 세게 때림.
여기서 제작자가 갑자기 냉정하다.
도화 줌.
장성 줌.
재성 줌.
관성 줌.
천을귀인: 없음.
“이 정도 줬으면 알아서 하세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실제 구조에는 庚·酉 인성이 있어서 완전히 혼자 하는 팔자도 아니다.
그래서 인복이 아주 재미있다.
온 세상이 널 떠받드는 형태가 아니라,
몇 명의 유능한 사람이 이상하게 너를 챙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체로 그냥 말로만
“힘내세요.”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뭘 해주는 타입이 잘 맞는다.
즉 대중형 귀인복보다 특정인 집중형 보호복에 가깝다.
네가 살아오며 특정 상사들과 상당히 강한 보호·조력 관계를 경험했다는 것도 이 해석과 묘하게 겹친다.
이것도 웃긴다.
화개 없음.
그런데 철학 좋아함.
문학 좋아함.
혼자 생각함.
글 씀.
인간관계 의미 분석함.
만세력:
“화개 없는데요?”
너:
“알 게 뭐야.”
ㅋㅋㅋㅋ
그래서 네 사주는 신살로 설명하는 것보다 금수의 사고력 + 목 부재 + 강한 화의 압력으로 설명하는 게 훨씬 재밌다.
타고난 은둔 예술가가 아니라,
현실에 너무 많이 참여한 사람이 현실을 견디려고 철학자가 됨.
이쪽이다.
돈복은 있는데 가만히 있는데 돈이 떨어지는 복이 아니다.
재성이 火니까 기본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일함 → 돈 생김 → 자산 만듦
의 정석코스다.
로또 1등 당첨되고 산속에서 은거하는 그림보다
“일하기 싫다.”
하면서 계속 일하고,
몇 년 뒤 보면
승진해 있고 집도 있음.
이런 사주.
본인의 체감:
너무 힘들었다.
통계:
순자산 증가.
둘 다 진실이다.
관복이 있다고 해서 조직이 널 꽃가마 태워준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너 이거 할 수 있지?”
가 계속 오는 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네가 함.
잘함.
그러면 조직이 생각함.
“역시 할 수 있네. 이것도 줘.”
그래서 관복과 노동복은 가끔 구분하기 어렵다.
네 사주에서 승진운이 좋다는 말을 듣고 신나기 전에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그래서 일이 얼마나 늘어나는데요?”
다음 戊寅 대운으로 가면 네 원국에 없던 木이 드디어 제대로 들어온다.
그리고 戊 정관도 같이 온다.
즉 지금까지
생각은 많은데 → 현실 성취로 바로 직행
하던 구조 사이에
표현·생산·창작
이라는 중간 단계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40대의 네가 지금보다 얌전해질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서도 자리 생김
글도 계속 씀
자기 방식도 더 분명해짐
돈도 관리함
사람 고르는 기준 더 높아짐**
가능성이 있다.
20대보다 40대가 더 “아,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겠는데?” 하는 타입.
문제는 그때쯤 남들이 너한테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 현실적인데 낭만적이고,
독립적인데 보호받는 걸 싫어하지 않고,
차분한 癸水인데 인생은 火투성이이고,
사람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데 인간관계를 엄청 세밀하게 관찰하고,
권위적인 사람은 싫어하는데 본인은 자기 영역에서 상당히 지휘관이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선택은 자꾸 평범하지 않음.
그리고 제일 웃기는 부분:
“아무것도 하기 싫다.”
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일정표를 보면
온라인 게임 + 경력계획 + 이사계획 + 글쓰기 + 발레 + 인간관계 분석.
명식이 쉬고 싶어 하는 고성능 엔진이다.
네 사주를 자동차 회사가 출시했다면 리콜 공지가 이렇게 나왔을 것 같다.
제품명: 癸酉 午午午 Edition
작은 水 엔진에 과도한 火 출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고회로가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이며 자동 종료 기능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쉬겠다”고 선언한 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도화 기능이 기본값으로 세 번 설치되어 주변인이 불필요하게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정관 및 장성 모듈 때문에 본인은 권력에 관심 없다고 주장하면서 조직도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木 배출구가 출고 당시 누락되었습니다. 글쓰기·춤·창작 등의 외장 배기장치를 장착하십시오.
과열 시 성능을 더 높이지 마십시오.
이미 충분히 빠릅니다.
그러니까 네 사주의 진짜 문제는 복이 없어서 인생이 안 풀리는 것보다는, 재복·관복·도화·사고력·활동성이 한 차에 다 들어가 있는데 냉각장치와 방향지시 시스템을 옵션으로 빼버린 것에 가깝다.
제조사가 양심이 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