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주와 살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미신을 들여다봄

byUbermensch





역사의 대격변 시기 장기말이 된 내가 내친구 지피티에게 사주를 보았다.







1. 일단 癸水를 만들어놓고 주변에 午를 세 개 깔아놓음


명식 제작자의 첫 번째 결정부터 이상하다.

“이 사람의 본질은 癸水로 합시다.
섬세하고 유동적이고 관찰력이 좋은 작은 물이요.”


“좋습니다. 환경은요?”


“한여름 정오로 세 번 둘러싸세요.”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癸水를 만들어놓고 지지가

午 / 午 / 酉 / 午

다.

물이 태어났는데 주변에서 계속 ??? 하고 있다.

그래서 네 사주의 기본 테마가
“나는 분명 물인데 왜 인생이 이렇게 뜨겁지?”다.

가만히 있고 싶은 癸水에게 현실은 계속

일해.
성과 내.
돈 벌어.
바카라임져.
사람 만나.
뭐 결정해.
또 뭐 생겼어.

하고 있음.

그리고 癸水는 그 한가운데 앉아서

“아니 나는 그냥 생각 좀 하려고 했는데.”

이러고 있다.



2. 재성이 너무 많다: 세상 모든 것이 자꾸 '현실적인 일'이 됨


癸水에게 火는 재성이다.

그런데 午가 셋.

그러니까 재성이 없는 사람처럼

돈 관심 없음.
성취 관심 없음.
현실 귀찮음.
산속에서 살래.


이런 팔자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이 계속 현실적인 결과물을 요구한다.

돈.
온라인 게임.
성과.
재산.
생활.
관리할 것.

그래서 이 사주는 정신세계만 보면 철학자 같은데 실제 인생은 이상하게 재무제표가 착실하다.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취업함.
승진함.
집 삼.
다음 보직 계산함.

ㅋㅋㅋㅋㅋ

허무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자산은 착실하게 취득하는 癸水다.



3. 그런데 木이 하나도 없음


여기가 이 사주의 개그 포인트다.

재성 火가 이렇게 많은데 火를 만드는 木이 없다.

그러니까 쉽게 이미지화하면

화력은 미쳤는데 연료 공급 시스템이 이상함.

출력은 있는데 방향이 없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할 것도 하고 있는데 왜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 있음.
성과 있음.
취미 있음.
재산 있음.
연애도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밤에

“그래서 삶이란 무엇인가.”

함.

아니 이미 오늘 하루에 한 게 열두 개인데.

木이 없으니까 활동량과 삶의 방향감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네게 글쓰기 같은 표현활동이 재미있는 거야.

머릿속에서 백 바퀴 돌던 생각을 글 하나로 만들어놓으면 드디어

水 → 木

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생긴 셈이니까.

쉽게 말하면 사주 원본에 배기구를 빼먹어서 사용자가 직접 설치함.



4. 庚金과 酉金은 왜 있냐: CPU는 또 좋음


여기서 제작자가 더욱 악랄하다.

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줬으면 편했을 텐데 庚과 酉를 넣어 癸水를 생해준다.

즉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

정보 들어옴.

↓

분석.

↓

분석한 것을 다시 분석.

↓

왜 내가 그렇게 분석했는지 분석.

↓

상대가 내가 분석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분석.

↓

“흥미롭군.”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감.

그래서 이 사주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 → 끝

이 잘 안 된다.

감정 → 관찰 → 개념화 → 구조화 → 의미부여 → 서사화

까지 가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사람은 남친이 이상한 카톡 보내면

“뭐야 얘?”

하고 자는데,

이 사주는

“이 대화에서 10년 관계의 오래된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까지 간다.

그리고 결국 에세이가 하나 나온다.

전남친: 카톡 한 줄 보냄.
癸水: 문학 생산.



5. 그런데 시주에 戊 정관까지 박아놨다


이제 생각만 많은 자유로운 예술가인가 싶었더니

아님.

戊 정관이 위에 떡하니 있다.

그래서 이상하게 조직생활도 잘한다.

이게 웃긴다.

내면: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결국 혼자인가.


현실:

결재 올렸습니다.
기록 검토했습니다.
희망보직 1~4순위 작성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산다.

그래서 네 사주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겠다고 조직을 뛰쳐나가는 것보다 조직 안에서 자기 영역과 권한을 확보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직급 올라가면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권한이 생기면 잘 쓸 가능성이 높다.

“저 권력욕 없는데요.”

하면서

회의자료 정리하고
사람 배치하고
일정 짜고
투표시키고
결론 내림.

권력욕이 없는 게 아니라 비효율을 못 견디는 독재자 타입.



6. 장성까지 있음: 남이 운전하는 차를 오래 못 탐


일지 酉를 기준으로 장성이 자기 자리에 있다.

그러니까 결국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해놓고 남이 이상하게 하면 못 견딘다.

“편하게 하세요.”

→ 진짜 편하게 함.

→ 癸水 관찰 시작.

→ 3분 후:

“근데 그 방식은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ㅋㅋㅋㅋ

그래서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게 아니다.

유능한 사람이 알아서 제대로 해주는 것.

그게 안 되면 결국 네가 한다.

그리고 왜 나만 일하냐고 화냄.

이 사주의 조직생활 무한루프다.



7. 도화는 왜 세 개냐


일지 기준으로 보면 午가 도화인데 세 개다.

제작자가 여기서 또 쓸데없이 옵션을 넣었다.

이미 머리도 돌아가고 일도 하고 성취욕도 있는데 사람 눈에까지 띄게 만들어놓음.

그런데 본체가 癸酉라서 전형적인

“나 예쁘지? 나 봐!”

형 도화보다는,

본인은 자기 할 거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저 사람 뭐지?”

하고 보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본인은 관심받는 걸 아주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심받고 싶음.

이게 핵심이다.

칭찬도 아무거나 하면 별로다.

“예뻐요.”

보다

“여기서 이런 판단을 한 게 재미있네요.”

하면 갑자기 귀가 열린다.

도화에도 지적 검수과정이 있음.



8. 연애가 조용할 리가 없음


재성 많고 도화 강하고 배우자궁 酉 살아 있고 관성도 있다.

그런데 본체가 또 독립적이다.

그러니까 연애 알고리즘이

사람이 옴
→ 좋아함
→ 가까워짐
→ 상대가 너무 가까워짐
→ 답답함
→ 밀어냄
→ 상대가 매달림
→ 조금 귀여움
→ 다시 가까워짐

이런 식으로 복잡해질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요구하는 스펙이 은근히 높다.

똑똑해야 함.
생활력 있어야 함.
독립적이어야 함.
나를 통제하면 안 됨.
그렇다고 무심하면 안 됨.
말귀 빨라야 함.
내 장난 받아야 함.
필요할 때 실질적으로 도와야 함.
내가 혼자 있고 싶으면 사라져야 함.
하지만 너무 잘 사라지면 서운할 수도 있음.

남자 채용공고가 경력직 12년 이상 + 신입의 열정 수준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난 별로 바라는 거 없는데.”

함.

있습니다.

많습니다.



9. 午午 자형 세트: 남이 안 볶아도 본인이 볶음


이건 정말 중요한 로스트 포인트다.

午가 세 개라 자형을 중첩해서 보는 방식에서는 자기과열이 상당히 강하다.

즉 외부에서 누가

“더 열심히 해!”

라고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이미 내부에 상사가 하나 살고 있음.

내면의 부장님:

이 정도면 됐나?


癸水: 네.


내면의 부장님: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함.

그래서 성과를 내도 만족감보다

“다음은?”

이 먼저 나올 수 있다.

이 사주에게 필요한 건 채찍이 아니다.

채찍 주면 채찍 사용설명서 읽고 본인이 더 세게 때림.



10. 그런데 천을귀인은 원국에 없음


여기서 제작자가 갑자기 냉정하다.

도화 줌.
장성 줌.
재성 줌.
관성 줌.

천을귀인: 없음.

“이 정도 줬으면 알아서 하세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실제 구조에는 庚·酉 인성이 있어서 완전히 혼자 하는 팔자도 아니다.

그래서 인복이 아주 재미있다.

온 세상이 널 떠받드는 형태가 아니라,

몇 명의 유능한 사람이 이상하게 너를 챙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체로 그냥 말로만

“힘내세요.”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뭘 해주는 타입이 잘 맞는다.

즉 대중형 귀인복보다 특정인 집중형 보호복에 가깝다.

네가 살아오며 특정 상사들과 상당히 강한 보호·조력 관계를 경험했다는 것도 이 해석과 묘하게 겹친다.



11. 화개도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냐


이것도 웃긴다.

화개 없음.

그런데 철학 좋아함.
문학 좋아함.
혼자 생각함.
글 씀.
인간관계 의미 분석함.

만세력:

“화개 없는데요?”

너:

“알 게 뭐야.”

ㅋㅋㅋㅋ

그래서 네 사주는 신살로 설명하는 것보다 금수의 사고력 + 목 부재 + 강한 화의 압력으로 설명하는 게 훨씬 재밌다.

타고난 은둔 예술가가 아니라,

현실에 너무 많이 참여한 사람이 현실을 견디려고 철학자가 됨.

이쪽이다.



12. 재복도 약간 악질적임


돈복은 있는데 가만히 있는데 돈이 떨어지는 복이 아니다.

재성이 火니까 기본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일함 → 돈 생김 → 자산 만듦

의 정석코스다.

로또 1등 당첨되고 산속에서 은거하는 그림보다

“일하기 싫다.”

하면서 계속 일하고,

몇 년 뒤 보면

승진해 있고 집도 있음.

이런 사주.

본인의 체감:

너무 힘들었다.


통계:

순자산 증가.


둘 다 진실이다.



13. 관복도 마찬가지


관복이 있다고 해서 조직이 널 꽃가마 태워준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너 이거 할 수 있지?”

가 계속 오는 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네가 함.

잘함.

그러면 조직이 생각함.

“역시 할 수 있네. 이것도 줘.”

그래서 관복과 노동복은 가끔 구분하기 어렵다.

네 사주에서 승진운이 좋다는 말을 듣고 신나기 전에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그래서 일이 얼마나 늘어나는데요?”




14. 40대부터 더 웃겨질 가능성이 있음


다음 戊寅 대운으로 가면 네 원국에 없던 木이 드디어 제대로 들어온다.

그리고 戊 정관도 같이 온다.

즉 지금까지

생각은 많은데 → 현실 성취로 바로 직행

하던 구조 사이에

표현·생산·창작

이라는 중간 단계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40대의 네가 지금보다 얌전해질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서도 자리 생김

글도 계속 씀


자기 방식도 더 분명해짐


돈도 관리함


사람 고르는 기준 더 높아짐**


가능성이 있다.

20대보다 40대가 더 “아,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겠는데?” 하는 타입.

문제는 그때쯤 남들이 너한테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15. 이 사주의 가장 큰 모순


엄청 현실적인데 낭만적이고,
독립적인데 보호받는 걸 싫어하지 않고,
차분한 癸水인데 인생은 火투성이이고,
사람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데 인간관계를 엄청 세밀하게 관찰하고,
권위적인 사람은 싫어하는데 본인은 자기 영역에서 상당히 지휘관이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선택은 자꾸 평범하지 않음.

그리고 제일 웃기는 부분:

“아무것도 하기 싫다.”

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일정표를 보면

온라인 게임 + 경력계획 + 이사계획 + 글쓰기 + 발레 + 인간관계 분석.

명식이 쉬고 싶어 하는 고성능 엔진이다.



최종


네 사주를 자동차 회사가 출시했다면 리콜 공지가 이렇게 나왔을 것 같다.

제품명: 癸酉 午午午 Edition


작은 水 엔진에 과도한 火 출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고회로가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이며 자동 종료 기능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쉬겠다”고 선언한 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도화 기능이 기본값으로 세 번 설치되어 주변인이 불필요하게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정관 및 장성 모듈 때문에 본인은 권력에 관심 없다고 주장하면서 조직도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木 배출구가 출고 당시 누락되었습니다. 글쓰기·춤·창작 등의 외장 배기장치를 장착하십시오.


과열 시 성능을 더 높이지 마십시오.


이미 충분히 빠릅니다.


그러니까 네 사주의 진짜 문제는 복이 없어서 인생이 안 풀리는 것보다는, 재복·관복·도화·사고력·활동성이 한 차에 다 들어가 있는데 냉각장치와 방향지시 시스템을 옵션으로 빼버린 것에 가깝다.

제조사가 양심이 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