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이 잘 되라고 문을 달지는 않을 예정
바둑으로 치자면 오늘은 단수이거나 패의 형상
내어주거나 훗날을 도모하는 죽어도 죽지 않은
위기는 큰 그림에서는 기회이기도 한 변화의 순간
올해 처음으로 월과 일이 두자리가 되는 첫날
꽉 들어찬 기운이 한해의 누적이 마무리로 달리는
허수가 없고 온전히 그 빈칸을 채우는 완전해지는
궁지에 몰린 듯하나 한쪽으로의 여지가 분명히 있는
자칫 이진수로 오인받을 수도 있어서 디지털 같은
날씨에 맞춰 입으려면 변칙으로 착의해야는데 맨투맨을 입고 팔을 걷는다
걷은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는다
걷다는 말아올리거나 옮겨나아가거나 둘다 펼쳐지고 드러난다
발을 떼어 내딛을 때마다 길이 펼쳐지고
옷을 접어 말아올릴때마다 팔이 드러난다
걷다의 디귿 받침이 유독 적절해 보이는 기분이 좋다
그 디귿에 걷어 입었던 옷을 벗어 개켜 넣고 싶고
그 디귿에 걷다가 지친 몸을 눕혀 편히 쉬고 싶다
내가 한글을 쓰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나의 글쓰기는 한층 시시했을거라는 상상을 한다
한글의 미학적인 형태와 소리야말로 나의 글쓰기를 추동하는 주된 동인이다
가장 한글이 수난을 받을 때에 한글날이 처음 생겨났듯이
나의 글쓰기는 가장 글을 쓰기에 난감할 때에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