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걷는

씨앗으로 누웠다가 비로소 피어나는

by이숲오 eSOOPo

아침 저 너머로 까마귀가 짖는다


길조냐 흉조냐는 관습보다 마음의 시선을 따른다


그러고보니 달력 속 오늘의 숫자가 마주보고 있는 새의 부리 같다


사랑을 나누거나

먹이를 주고받는


컨디션의 난조로 덮어버린 일정을 칼끝으로 벗긴다


다섯시간 가량을 진득하게 헌납해야 하는 각오


정보를 배우기보다는 깨닫거나 영감을 얻으러 가는


엠비티아이도 아이이고 대인공포도 심한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모르는 세계는 손내밀면 무궁하고 무진하다


그늘의 공기가 사뭇 달라진 요즘은 걷기가 제철


도중에 다리를 걸며 말을 건네는 나무의 그림자


잎 사이로 윙크하는 투명한 햇살


자꾸 고개를 들게하는 테두리가 모호한 구름들


이렇게도 괜찮아


주저하고 흔들리는 나를 시시때때로 위로한다


언제나 정면의 하늘은 놓치는 그것보다 작으므로


겸허해진다


자연의 몸짓만 보고 있으면 인간의 지식은 누추해


걸어야 보이는 것들

걸어야 들리는 것들

걸어야 느끼는 것들

걸어야 만나는 것들

걸어야 버리는 것들

걸어야 가지는 것들

걸어야 살리는 것들

걸어야 멈추는 것들


걷다보면 내 안에 걸리는 걸어지는 걷히는 것들


머리와 몸통은 아래위로

어깨와 엉덩이는 좌우로

양손과 양다리는 앞뒤로


걸을 때마다

공기를 온몸으로 밀고나가며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