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화장지로 코를 풀면 코가 웃지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을 들으니 고맙다
분명 있던 일인데 없던 일로 하자는 말로 없어지는건가 싶어서 갸웃했지만 고맙다
고마움은 감사함과 이렇게 결이 다르다
보통 없던 일을 있던 일로 하자는 요구가 오히려 드문 것은 사는 게 분필보다 지우개가 더 빈번하게 요긴한 탓이다
학창시절 당번의 주된 업무는 교시마다 쉬는시간에 빼곡한 칠판을 지우는 일과 창문을 열고 양손에 쥔 지우개를 심벌즈처럼 가루를 날리며 터는 일이다
선생님의 말씀보다 판서의 흔적들을 빡빡 지우며 이렇게 알아야할 것이 많은 세상이라면 이따금 실내화를 구겨 신어도 괜찮겠다는 푸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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