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쥐자 상대는 더 큰 주먹을 쥔다
주먹이 더 크다고 두려움이 작아지지는 않는다
먼저 마련하지 않아서 불안이 엄습한다
두려운 상태가 더 불안할까
불안한 상태가 더 두려울까
한 번 쥔 주먹은 스스로 풀기 어려운 구조
상대가 거들고 끼어들어야 해체되는 원리
상대의 볼맨소리는 가리는 것 투성이라 고집 사이의 연골을 잘 살펴야 한다
어쩌면 의도의 반대편에 방치되어 있기도 해서 다툴수록 입보다 귀의 발달된 신경이 더 요긴하다
들으면서 말의 뒷면을 살피는 것은
나의 고집을 말랑하게 바꾸기 위함
고집은 고수할 때보다 철회할 때 드러나는 진가
고집의 스위치는 상대의 손에 닿는 곳에 위치해
내가 부리는 것들은 페이크로 온통 가득하니까
가짜를 움켜쥐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고집이라고 여기니 그 형세가 고집스러울 뿐
고집은 말랑하게 소유해야 해
고집을 고집답게 사용하려면 유저 인터페이스에 신경써야 쓸모를 놓치지 않는다
사용자를 해치는 점이 유일한 고집의 오작동
오전에 고집스러운 누군가와의 기나긴 통화를 마치고
나의 고집들을 텅빈 방에 늘어놓고 빤히 쳐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