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고
추웠다가 다시 따뜻해지고
지쳤다가 다시 기운차리고
피었다가 다시 시들어지고
이를 반복하면서 닳고 낡고 늙는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다
산은 기필코 깊고 푸르르다
바다는 어차피 넓고 푸르다
이를 유지하면서 영원히 푸르다
나는 그사이 어디엔가 엉거주춤 있다
고로 지독하게 고독한 자세를 지닌다
불멸하고픈 찰나의 기대들이 켜켜이 쌓이고
소멸하려는 지속의 불안들이 층층이 겹친다
몰라도 너무 몰랐고
알아도 너무 알았던
이럴 거면 탈주의 비행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중력은 단호했고
관성은 성실했다
이러나저러나 몸을 일으켜 세운다
슬프지 않을 만큼만 거리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