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척 모든 일을 하고 있는
한철이어도 좋다
이 푸르고 경겨운 풍경
이 맑고 싱그러운 경치
아무렴 이런 격자로도 가둘 수 없는
자연의 속성
격렬한 침묵
초록을 뱉었다가
붉음을 머금다가
알 같은 씨앗을 낳고
날리고 흘리고 저멀리 차거나 던진다
팔도 없으면서
발도 없으면서
입도 없으면서
눈도 없으면서
다 가진 동물보다 역동적이다
다 가진 인간보다 부지런하다
대체 너의 무능은 무엇이니
글쓰기도 사는 일도 자연의 몸짓 같으면 좋으련만
목적하지 않고
쓸모찾지 않고
흉내내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지금의 리듬에 집중하고
여기의 박자에 흥분하고
겸허한 격렬이면 충분한
진정한 매력은 결코 뽐낸 적이 없어야
너무 나서고 나아가서는 절대 가닿을 수 없기에
자연의 무심하고 무자비한 권능이 새삼 경이롭다
나는 언제쯤 자연의 뒤꿈치에 입맞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