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인테리어 되어 있고 관계가 가구로 배치된
빈 공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편안함은 안도와는 다른 결을 가지는데 불안의 호흡과는 사뭇 다르다)
아무런 가구도 없고 아무런 장식도 없는 그런 공간을 보면 하나의 잘 마련된 폐허를 마주하는 기분
무수한 나의 폐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줌씩 공간의 부분들을 지워나가며 다지곤 했던 무수한 각오들이 풀풀 먼지를 내며 다가온다
네 개의 벽을 가지고도 아무런 작당을 하지 못하는 공간에 다리는 없지만 날개는 있다
못난 것이라고는 다른 공간과 차별하려는 완고한 의지
잘난 것이라고는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려는 작은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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