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셔서 차 한잔 해요
모든 행보는 우연으로 점철된다
어떤 행위는 계획대로 된듯 보이나 그건 착시다
대화
예술
일상
관계
진로
공간을 배치하고 꾸미고 정리하고 창조하는 일
동쪽으로 가는 글을 쓰다가 서쪽에 끌려 돌아선 일
규칙과 매뉴얼에 얽매이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선물
잘 모르겠다는 매력적인 푸념으로 건너는 무지개
다음이 확연하게 보이면 잘못 들어선 것이 분명해
월요일에는 달을 그린 그림을 벽에 걸고
화요일에는 작은 소화기를 구석에 비치하고
수요일에는 화장실 전체를 방수타일로 꾸미고
목요일에는 잎이 많은 나무를 나란히 세우고
금요일에는 시가 적힌 걸개를 걸 곳에 못을 박고
토요일에는 찰흙으로 허술한 빈 틈마다 메우고
일요일에는 기다란 창마다 시트지를 붙이고
100일 동안 새로운 공간을 셀프로 바꾸는 놀이
과감하게 버리고
소심하게 웃는다
건물 뒤편 담벼락에는 분리배출한 쓰레기가 산더미
저 많은 것들이 도대체 어디에 들어앉아 있었나
끌어안고 추억하느라 버리지 못한 미련의 미련함
다 버려도 잃은 것이 아닌데
언젠가는 쓰임이 있으리라는 불가능한 예언들도 쓰레기 사이에 구겨넣는다
덕분에 공간이 커지고 서랍이 생기고 벽이 열린다
초대할 기운이 생기고 발디딜 땅이 생겨난다
그곳에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들 듯
달라진 공간에서 발을 떼지못해 몇번이고 출입문으로 부채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