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은 것은 결함이 아니다
겉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덜 된 김치라서가 아니다. 겉절이에만 있는 맛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이 단순한 사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는 걸 알게 된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겉절이는 모자란 상태가 아니라 다른 상태다. 아직 오지 않은 무언가의 부족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맛이다. 이 글은 그 맛에 대한 이야기다. 오해 없길 바라며.
엔트로피는 방향이 있다. 낮은 엔트로피에서 높은 엔트로피로, 날것에서 익은 것으로. 그리고 그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 발효라는 현상 자체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이 갖는 '비가역성'만을 비유로 가져온다. 커리어도 이 비가역성 아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조금씩 익어간다. 경험이 쌓이고, 판단이 빨라지고, 실수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 흐름 자체를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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