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히지 않으면 되찾을 것도 없다
흰 도화지와 캔버스는 '일반적으로' 하얗게 잘 보존한다고 해서 가치가 드높아지지 않는다. 물감이든 뭐든 일단 바르면 그때부터 가치가 점차 쌓인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표현이 그렇지만 일단 더럽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커리어를 '관리'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보존'에 가깝게 대하는 것 같다. 실수하지 않으려 하고, 이상한 시도는 피하고, 실패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다. 마치 흰 도화지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것처럼.
그런데 미술관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백지인 경우는 없다. 물감이 쌓이고, 덧칠되고, 어떤 부분은 긁혀 나간 캔버스가 가치를 갖는다. 깨끗한 도화지는 미완성이 아니다. 시작을 포기한,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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