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이기지도, 보란 듯이 지지도 않는 것
주변에 있을 것이다. 딱히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오래가는 사람. 실력으로 설명이 안 되는데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들 앞에도 분명 담이 있었을 텐데, 어느 순간 넘어가 있다. 소리도 없이.
어떻게 저렇게 있을 수 있지. 불편하거나 억울하다기보다, 뭔가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질문이 됐고, 질문이 관찰이 됐다. 다른 조직에서도, 다른 업종에서도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보게 됐다. 오래 쌓인 그 관찰이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다. 저 사람이 왜 저기 있는가가 아니라 '오래간다'는 게 대체 무엇인가.
그런데 실력 있는 사람이 먼저 사라지는 경우도 봤다. 물론 실력이라는 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주관적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실력이 있으면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면 비교당하고, 비교당하면 싸워야 한다. 실력은 한번 세우면 계속 지켜야 하는 것이 된다. 그 압박이 날을 세우게 만들고, 세워진 날은 계속 무언가를 베어야 한다. 안 베면 무뎌진 것처럼 보이니까. 그렇게 싸움이 쌓인다.
연이은 전쟁은 강한 군대도 소진시킨다. 이기는 전쟁도 결국 병력을 깎는다. 조직에서 실력자가 소진되는 방식이 정확히 이렇다. 매번 이기면서 조금씩 닳고, 어느 순간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어진다. 그때 부러진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싸워서. 전선이 길수록 버티는 시간은 짧아진다. 실력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싸움을 불러오는 구조, 그 안에 함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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