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선거의 바카라임을 져라.

젊은 논평

by박재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말 그대로 선거를 관리하는 곳이다. 하지만 선거관리에 실패했다. 선거는 대의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불신받기 시작하면 국가의 근본이 균열되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젊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내 주변 친구들도 많이 분노했다. 왜 분노했는지는 엄청나게 많은 근거들과 이유가 있기에 필자가 특별히 숟가락을 얹을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정함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작금의 2030 세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일 때 태어났다. 선진국일 때 태어났기 때문에 물질적 풍요로움과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가는 세대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2030 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이미 민주화가 되었는데 무슨 투쟁과 운동을 하겠는가. 그저 부모님 세대의 지극 어린 정성과 관심으로 공부만 했을 것이다. 모든 2030 세대는 대학을 가기 위한 18년의 경쟁, 그리고 남자들은 국가에 강제로 복무하라는 2년간의 복무,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한 4년 간의 치열한 대학 내에서의 스펙경쟁, 그리고 거듭되는 좌절과 절망에 살고 있을 뿐이다. 인스타에 들어가면 잘 먹고 잘 사는 주변친구들의 스토리를 보며 왜 나는 대학에 실패했는가, 왜 나는 군대에 있는가, 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가, 왜 나는 월급이 적은가라는 자바카라에 빠져사는 것이 2030 세대이다. 물론 윗세 대들도 똑같이 경쟁을 했겠지만, 윗세대와 작금의 2030 세대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건 앞서 이야기했던 선진국 세대와 개도국 세대와의 차이점이다.


선진국 시기에 태어난 작금의 2030은 이미 저성장의 시대 때 태어났고, 경제상의 비약적인 성장은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세대이다. 당장 내년에 국가가 압도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인가? 취업이 편해질 것인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이고, 이미 공급이 없는 꽉 찬 슬롯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특혜, 차별대우가 보인다면 2030 세대는 분노를 넘어서 혐오한다. 우리도 20년에서 30년을 매번 경쟁하며 사는데 왜 그 특혜를 눈감아줘야 하는가, 왜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이다.


이번 부실선거 사태도 비슷한 이유에서 트리거가 된 것 같다. 모든 국민이 누리는 참정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뤄졌던 잘못된 관행과 채용비리, 그리고 오만한 태도와 방만한 운영, 그리고 참정권 침해... 모든 것이 2030 세대의 분노를 충족하기에 충족했다. 그런 결과가 작금의 상황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부정선거와 부실선거에 대한 정의구분을 지어야 하기는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개표참관인을 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일 수가 없다고 확신한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의 차이, 그리고 그 수개표 > 분류기 > 다시 수개표로 이루어지는 시스템과 수십 명의 개표참관인들의 감시는 부정선거를 일으킬 수가 없다. 특히나 개표참관인에는 참여하고 싶은 모든 정당의 참관인들이 선거 과정을 감시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심지어 황교안 대표가 있는 <자유와 혁신>의 개표참관인들도 개표의 과정을 모두 감시하고 의심했다. 하나의 선거구에서만 해도 이렇게 많은 감시와 언론기관의 주목이 있기 때문에 부정선거가 없다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 인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부정선거라는 것보다는 부실선거가 더 맞는 표현이 아닌가 조심스래 생각해 본다.


이번 부실선거 사태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을 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체 수준의 개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앞으로 선거가 열릴 것이다. 열릴 수도 있는 재보궐선거, 총선, 그리고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말 많은 선거가 기다라고 있는데, 이딴 선거관리위원회를 믿고 투표에 참여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국가 전체가 사활을 걸고 개혁해야 하는 반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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