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4월이면 도쿄를 찾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벚꽃이 만개한 이 시기의 도쿄는 나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준다. 매번 찾는 도시지만, 익숙함 사이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도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정말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편의점에서 일본인 점원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길거리를 청소하는 노년의 백인 남성이나, 식당 곳곳을 채운 외국인 스태프들. 어쩌면 편견이 없는거 같다. 일본 체류가 합법이고 일본어가 어느 수준이면 대부분 직군에서 차별없이 채용하는거 같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아니라, 이미 이 도시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 역시 외국인 거주자가 늘고 있지만, 도쿄의 밀도는 아직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인 듯했다.
흥미로운 점은 국적이 서로 다른 외국인들끼리도 당연하다는 듯 일본어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무조건 일본어를 써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흐른다. 간혹 영어를 쓰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방인들의 '현지화'였다. 타인에게 미안함을 전할 때 가볍게 목례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그들에게도 깊숙이 배어 있었다. 백인 남성이 자연스럽게 목례하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놀라웠다.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인도인으로 보이는 편의점 점원의 모습이었다. 가게 옆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그는(원래는 금지된 행동이겠지만), 흡연을 마친 뒤 주변의 꽁초까지 정성껏 주워 들고 들어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곳은 관광객이든 거주자든, 일본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는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