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더욱 독창적이고 실증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재현성(reproducibility)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의문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1849년, 스코틀랜드의 수필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꽤나 우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반세기 전,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는 인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풍년과 같은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인구 증가의 압박으로 인해 그 호황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이었죠. 달리 말해,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좋은 시절 뒤에는 반드시 나쁜 시절이 뒤따른다는 뜻이었습니다. 결국 칼라일은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적어도 속설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지금, 이 '우울한 과학'은 더 이상 우울하지 않습니다. 현대 경제학은 새로운 방법론과 하위 연구 분야가 폭발적으로 생겨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겪고 있습니다. 매년 경제학 분야에서 수천 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이 중 상당수는 인간의 행동과 슬롯적 규범에 대한 통찰력을 엮어냅니다. 실제로 경제학은 현재 영국 수능(A-level)에서 다섯 번째로 인기 있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점차 더 생소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박사 과정생인 톰 해리스(Tom Harris)의 연구 논문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24개 주요 경제학 학술지에 발표된 문헌과 2021년부터 2025년 사이의 전미경제연구소(NBER) 작업 논문들을 취합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작성한 논문의 비율은 2000년 19%에서 2025년 35%로 16%포인트나 급증한 반면, 단독 저자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34%에서 15%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학문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분야까지 손을 뻗은 하위 연구 분야일수록 이후 발표되는 전체 문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해리스는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협력 자체가 아니라 학문적 거리(intellectual distance)인 것 같다"며, "경제학의 먼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성장을 예측하게 하지만, 같은 상위 분야 내에서 인접한 주제로 확장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는 매커니즘이 '논문'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나 센딜 멀라이너선(Sendhil Mullainathan) 같은 경제학자들은 아주 넓은 지적 영역에 걸쳐 전혀 다른 분야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거치며 주류 연구 분야 역시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문헌에서 계량경제학 이론, 통화 정바카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감했습니다. 반면 개발, 범죄, 젠더에 관한 논문은 증가 추세입니다. 이는 지적 관심사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정바카라 입안자들의 우선순위나 외부 자금 지원 같은 수요 측면의 압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신뢰성 혁명(credibility revolu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이론적 모델을 피하고 실증적 접근 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한 현상입니다.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이나 무작위 대조 시험(RCT)과 같은 방법론이 학계에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응용 연구가 너무 빠르게 확장된 나머지 이론 분야가 버려졌다기보다는 그 성장세에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실증주의는 경제학자들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보코니 대학의 박사후 연구원 프라샨트 가르그(Prashant Garg)와 워릭 대학의 경제학 교수 티에모 페처(Thiemo Fetzer)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학에서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1990년에는 전체 문헌 내 주장의 7.7%만이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었지만, 2023년에는 이 수치가 32.6%로 치솟았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인과적 주장을 더 많이 담은 논문일수록 피인용 횟수가 높고 최상위 5대 학술지에 게재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제학은 점점 더 자연과학(hard science)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전환은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가져왔습니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와 실험에서 도출된 결과는 동일한 조건과 방법론 하에서 똑같이 재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검토된 경제학 논문의 최대 70%가 재현 불가능한 결과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가 손상되었거나 다른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논문 출판에 대한 압박, 데이터 조작, 자금 지원 패턴, 학계의 구조적 인센티브 등 다른 이유들도 무성합니다. 심지어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이나 데이터 조작과 같은 냉소적인 설명도 존재합니다.
인공지능(AI)은 경제학의 새로운 개척지입니다. 최근 한 학술 대회에서 저는 경제학자들이 데이터를 처리하고 수집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에는 연구팀이 몇 주 동안 매달려야 했던 작업이 단 몇 시간 만에 끝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연구자들은 이미지나 소리 같은 비텍스트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비선형성을 포착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AI가 저품질 콘텐츠를 양산해 내어 유명 학술지 편집팀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분기별 경제학 저널(QJE)'의 편집장인 래리 카츠(Larry Katz)는 투고 논문이 늘어난 것을 체감하지만, 현시점에서 AI가 생성한 논문은 "가볍게 훑어보기만 해도 쉽게 눈에 띄며, 인간 편집자들에 의해 빠르게 사전 거절(desk-rejected)된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편집 업무량이 늘어나 저널 측에서 공동 편집자를 한 명 더 영입할 계획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학 연구자 수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츠 교수는 "제가 보기에는 퀄리티 높은 투고 논문의 수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 아마도 AI가 문맥의 어색함을 다듬고 원고를 적절한 형식으로 맞춰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이 기술이 사소한 기술적 오류를 잡아내는 데도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최첨단 기술과 방법론을 수용하는 가운데, 학계가 엄밀성을 철저히 감시하고 유지하는 한 경제학의 미래는 매우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한때 그토록 '우울하다'고 여겨졌던 학문 치고는 꽤 멋진 행보입니다.
<출처: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