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낭만적인 ‘세기의 결혼’이 현실판 막장 드라마로 폭발했고, 모두가 이를 ‘세기의 이혼’이라 부르고 있다.
서울 — 블록버스터급 메모리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이 전직 대통령의 딸과의 동화 같은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국내 한 일간지에 보낸 3쪽짜리 편지 통해서였다.
편지에서 최 회장은 다른 여성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재판 기록에 따르면, 그는 27년의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삼각관계를 다룬 레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을 인용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수년째 이어진 이혼 소송이 이번 주 금요일 정점에 다다를 예정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의 약 50억 달러(약 6조 9천억 원) 규모 재산을 65세의 전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어떻게 분할할지 판결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이 소송은 돈과 로맨스, 권력형 비리와 배신이 얽힌 현실판 K-드라마처럼 한국인들을 매료시켜 왔다. 이 소송의 예상되는 결말은, 동종 업계 AI 투자 열풍의 정점에서 최 회장(역시 65세)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보이는 시점에 다가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최 회장은 지난달 서울의 한 북적이는 치킨집에서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의 정점에 선 두 재벌의 패기를 보여주듯 위스키를 거침없이 마셨다. 최 회장은 만석인 식당의 모든 손님들 몫으로 계산을 자처했고, 군중은 “SK! SK!”를 연호했다.
두 사람에게는 축하할 일이 차고 넘쳤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5년 초 이후 약 10배 폭등하면서 최 회장의 순자산도 두 배 이상 불어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비약적 성장을 뒷받침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바로 SK하이닉스다.
노 관장 측의 초기 재산 분할 청구 금액은 최 회장 재산의 절반이었다.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최근 가치가 폭등한 SK그룹 지주회사 주식 형태로 보유되어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 창업주의 조카로, 텐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계정에 황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곤 한다. 서구권에서 ‘토니(Tony)’라는 영문 이름으로 통하는 그는 지난해 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마러라고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방한 당시 그를 ‘친구’라 부르기도 했다.
최 화장은 또한 화이트칼라 범죄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었으나, 이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다.
노 관장은 2022년 약 5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660억 원) 규모의 이혼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금액은 최 회장 재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 금액이 “가정에 헌신해 온 여성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어진 두 차례의 재판에서도 분쟁은 해결되지 않았다.
최 회장의 전처인 노 관장은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불어난 최 회장의 막대한 재산과 업데이트된 자산 가치를 반영하여, 항소심에서 더 높은 비율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SK의 최근 성공에 기여한 바가 없으며, 재산 분할은 주가 대폭등 이전의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내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노 관장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은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 정도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루어질 경우 최 회장의 SK 지배력이 희석되어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의 압력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반면 최 회장 측 법률 팀은 그 액수가 훨씬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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