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Tether)는 어떻게 트럼프 측근들의 첫 미국 가상자산 법안 제정을 통해 이득을 보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거둔 첫 입법 성과라며, 가상자산 업계의 결정적 순간으로 포장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년 전 이번 달,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의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 서명했습니다. 그는 이 법안을 디지털 자산을 미국 금융의 제도권 중심으로 편입시키는 일대 전환점이라며 치하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의 종류에 최초로 연방 규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이 법안은 3,000억 달러 규모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기업들의 장부 공개를 의무화하여 사기 행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관계없이 미국 규제 당국의 감시하에 둠으로써, 범죄자·테러리스트·제재 회피자들의 지속적인 이용이라는 가상자산 시장의 고질적 우려를 해결하려는 의회의 노력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법안 협상을 둘러싼 내부 증언과 법원 제출 문서들을 통해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드러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후 수개월 동안, 그의 고문이었던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과 보 하인스(Bo Hines)가 백악관 뒷선에서 보호 장치를 완화하고,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다듬었다는 것입니다.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고문진 중 러트닉과 하인스는 테더에 친화적인 조항들이 최종 법안에 포함되는 입법 과정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본 취재에 응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로비스트, 전·현직 미국 정부 관리 등 수십 명의 인물들은 권한 없이 협상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모두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러트닉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무장관이 되기 전, 테더의 자산을 관리하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회장 겸 CEO였습니다. 의회 로비 기록, 연방 법원 제출 서류의 주장, 그리고 관련 브리핑을 받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24년 내내 그 위치를 활용해 테더의 악재를 방어하는 위기 관리자 역할을 맡았고, 테더가 반대하는 입법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려 시도했습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하인스가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당시 29세였던 백악관 보좌관 하인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사업가이자 가상자산 투자자로, 2022년과 2024년 공화당 후보로 의회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번 법안 추진 과정에서 스스로를 행정부의 '불도저'라고 칭했습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하인스는 테더가 원했던 특정 조항이 백악관의 '마지노선(Red line)'이라고 압박했다고 정통한 관계자 3명은 전했습니다.
법안 성립 과정에 대한 이번 재구성은 러트닉에 이어 하인스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테더를 위해 취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행보들을 보여줍니다. 또한 행정부의 정바카라 결정이 정권 인사들의 사적 금융 이해관계와 어떻게 일치했는지 새로운 단서를 제공합니다. 하인스와 러트닉 모두 테더사로부터 막대한 막후 이득을 취했습니다.
2024년부터 지니어스 법 통과 직후까지 약 18개월 동안 테더 경영진은 다음과 같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2024년 4월: 러트닉의 금융 회사에 수십억 달러 가치가 있는 자회사 지분 매수 권리를 6억 달러에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테더 회장은 사업 동료에게 "터무니없이 싼 가격(bloody cheap)"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24년 12월: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플랫폼 운영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여러 트럼프 측근들이 투자자로 참여한 적자 기술 기업 럼블(Rumble Inc.)에 7억 7,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2025년 8월: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하인스를 임원직으로 스카우트했습니다.
2025년 10월: 러트닉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수십억 달러 규모 사업 지분을 매수할 때, 이들의 신탁 기금에 대출을 제공했습니다.
내각 지명자에게 요구되는 연방 윤리 협약에 따라, 러트닉은 캔터 피츠제럴드 지분을 매각하고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서 손을 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기사 관련 세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러트닉이 윤리 협약을 준수하였으며 테더를 포함한 보유 지분을 처분했고 "지니어스 법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과 관련된 어떠한 사안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인스는 상세한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역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테더 측 대변인은 "스테이블코인 입법과 관련해 정바카라 입안자들과 나눈 소통이 부적절했다는 어떠한 시각도 강력히 부인한다"며, 당국 및 입법자, 수사기관과 "법적 테두리 내에서 투명하게, 그리고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테더의 외신 홍보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푸르쇼스타리 역시 지니어스 법이 "테더에 어떠한 특혜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미국 규제 프레임워크는 "규제 체계에 들어오려는 모든 발행사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 거래소, 신용카드사, 지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으로부터 격렬한 로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테더는 2위 경쟁사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압도적 1위 발행사였기에, 2025년 협상에서 가장 걸려 있는 이권이 컸습니다.
엘살바도르에 거점을 두고 운영되는 테더는 법안 서명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미국 소비자에 접근하고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새로운 미국 전용 토큰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테더의 주력 제품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인 USDT이며, 업계 연구원들과 정부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테러리스트, 북한 해커, Iran 및 Russia의 제재 대상 기관들이 애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지니어스 법의 조항에 따르면, 이 핵심 코인인 USDT는 앞으로도 미국 당국의 규제 관할권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니어스 법의 최종안에는 테더에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유동성을 제공하되 블록체인상에 영구 기록되는 알수 없는 계좌 주소 뒤에 실명을 숨기는 종전 의회의 규제 시도와는 사뭇 다른 조항들이 포함되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미 의회 의원들은 테더와 같은 외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판매하려면 자금세탁방지법(AML)을 포함한 미국의 규제 감시를 받도록 강제하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지니어스 법은 이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비판론자들이 '상호주의 구멍(Reciprocity Loophole)'이라 부르는 조항에 따르면, 미국 재무장관이 엘살바도르의 규제 체계가 미국의 방식과 대등하다고 판단할 경우, 엘살바도르에 새 본부를 짓고 있는 테더의 USDT는 엘살바도르 당국의 규제만 받으면 됩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세울 세부 규칙은 현재 제정 중입니다.
또 다른 변화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자사 토큰이 범죄자, 테러리스트, 제재 회피자들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바카라임을 제한한 점입니다. '디파이 구멍(DeFi Loophole)'으로 불리는 이 문구는 테더 같은 기업이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이라 불리는 2차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유통 경로까지 추적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행이나 정식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구매하는 사용자들과 달리, 디파이 이용자들은 신원 확인이나 자금 출처 증명 없이 블록체인상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규제 조항을 준수하기 전, 미국 내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습니다. 의원들이 세부 조항을 협상할 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18개월로 줄이자고 제안했으나, 테더 측은 3년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하인스가 개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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