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를 연구하기로 했다 247

눈동자에 비친 아버지

by그레이스 그레이트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내린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상하게도 내 힘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는 하늘을 잘 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믿었다. 안간힘을 다해 밀고 올라가야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염치없는 일처럼 여겼다.


‘내가 할 만큼은 해놓고 부탁해야지.’


하나님도 아버지처럼 이해했다.

내가 먼저 노력해야 겨우 인정해 주는 분, 아끼고 참고 견뎌야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분으로 생각했다.


오늘 본문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모세는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선포한다.


“그는 반석이시니 그가 하신 일이 완전하고 그의 모든 길이 정의롭고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시니 공의로우시고 바르시도다.”

— 신명기 32장 4절


이스라엘은 자신을 낳고 세우신 하나님을 잊었다. 광야에서 보호하시고 먹이신 은혜도 잊었다. 그러므로 모세는 마지막 노래에 한 문장을 새겨 넣는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

— 신명기 32장 7절


옛날을 기억하라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나를 낳아준 아버지를 무능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고, 율법처럼 옳은 말만 되풀이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와 다르게 살 거야.’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물건을 거의 사지 않았고 손에 돈이 생겨도 쉽게 쓰지 않았다. 내가 열 살 무렵이던 1979년, 아버지는 땅을 사서 이층 상가주택을 지었다. 당시 이천만 원을 주고 샀다고 들었다. 약 오십 년이 흐른 지금, 그 땅의 가치는 백 배 가까이 올랐다.


요즘 말로 하면 대단한 재테크다.

그러나 어린 딸에게 그것은 큰 그림이 아니라 추운 방이었다.


집을 짓던 무렵 오일쇼크가 닥쳤다. 기름을 사려고 줄을 서야 했고, 살 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었다. 우리 집은 기름을 충분히 때지 못했다. 얼음장 같은 방에서 겨울을 났다.


엄마가 손수 떠준 스웨터를 겹쳐 입었다.

엄마가 구운 카스텔라를 먹으며 추위를 견뎠다.


지금 돌아보면 스웨터의 올마다 엄마의 손길이 들어 있고, 노란 카스텔라에는 따뜻한 불빛이 배어 있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름답지 않았다.


용돈이 없어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지 못했다. 초대장을 받아도 갈 수 없는 형편을 설명하지 못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학원에 다닐 수 없었다. 이층에 살던 친구가 피아노 학원에 들어가면 나는 문밖을 서성거리며 건반 소리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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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오늘도 나를 연구합니다.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기.비난하기보다 관찰하기.판단하기보다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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