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두세 번 잠에서 깼다.
눈을 감아도 생각은 잠들지 않았다. 호흡을 길게 세어보았다. 들이쉬고, 내쉬고.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오늘 해야 할 일과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줄을 서 있었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났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몇 개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가족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작게 연주했지만, 마음속 소리는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
기도도 해보았다.
‘하나님, 저는 왜 이렇게 분주할까요. 어디에 쫓기듯 날마다 뛰어가는 걸까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때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던 또야가 눈을 떴다. 또야는 내 안에 오래 살아온 어린 아이다. 불안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고, 멈추면 뒤처지고, 쓸모가 없으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다.
또야가 내게 물었다.
“오늘 할 일을 빠뜨린 건 아니지?”
나는 그 아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괜찮아. 지금은 일할 시간이 아니라 잠들 시간이어도 돼.”
그러나 그 말은 또야보다 나에게 더 필요했다.
신명기 29장에서 모세는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과 모압 언약을 새롭게 한다. 하나님을 떠나 다른 신을 섬길 때 찾아올 저주와 흩어짐도 숨기지 않는다. 땅은 황폐해지고, 백성은 이방 나라로 쫓겨날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심판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네게 진술한 모든 복과 저주가 네게 임하므로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로부터 쫓겨간 모든 나라 가운데서 이 일이 마음에서 기억이 나거든”(신명기 30장 1절)
돌아옴은 먼저 기억에서 시작된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붙잡고 살았는지, 정작 누구의 곁을 비워두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이다. 이스라엘이 먼 나라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듯, 나도 일이라는 나라에 너무 멀리 쫓겨 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평생 일을 붙잡고 걸었다.
하루 여덟 시간만 해야 하는 일을 집까지 데리고 왔다. 밥을 먹으면서도 궁리했고, 돌아누우면서도 걱정했다.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일이 나를 불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더 해야 할 일을 찾았고, 부족한 구석을 찾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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