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줄을 서는데, 가게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도쿄에서 밥 먹으며 공부합니다 — 3박 4일의 여행에서 발견한, 맛있는 한 끼 뒤의 비즈니스 이야기입니다.
예약에 돈을 받는 방식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고급 식당에서는 이미 볼 수 있었죠. 하지만 대중적인 가격대의 라멘집에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긴자 하치고의 셰프 마츠무라 야스시도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할 때, 라멘집이 예약 수수료를 받는다는 게 죄송스러웠다고 회고할 정도였죠.
유료 예약을 도입하기 전에는 손님들이 미리 와서 원하는 시간대에 이름을 적어 두고, 그 시간에 다시 방문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갔던 나키류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시간대별 대기표를 나눠 주고, 해당 시간에 다시 오는 방식이었거든요. 당시 저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조식을 먹고 나서 무난하게 대기표를 받았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꽤 번거로운 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키류를 방문했던 날, 아찔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현금만 받는 가게가 종종 있는데요. 나키류도 주문하려면 현금 전용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식사 시간에 맞춰 가게에 갔다가, 가진 현금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겁니다.
현지에서 출금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첫 도쿄 방문이었던 터라 한참을 헤맸습니다. 그러다 약속한 시간에 한참 늦어 버리고 말았는데요. 다행히 미리 가게에 사정을 말해 둔 덕분에 겨우 식사는 할 수 있었지만, 상당히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건 저와 아내에게만 다급한 순간은 아니었을 겁니다. 가게 입장에서도 좌석 운영이 꼬일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나키류의 좌석은 고작 10개. 정해진 시간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 자리를 비워 둔 채 기다려야 하고, 뒤늦게 도착한 손님을 받다 보면 다음 손님의 식사까지 밀릴 수 있겠죠. 그때는 제가 라멘을 못 먹을까 봐 걱정했지만, 가게에는 가게 나름의 난처함이 있었던 겁니다.
긴자 하치고의 마츠무라 셰프도 바로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름을 적어 두고도 나타나지 않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던 거죠. 따로 보증금을 받지 않았으니, 빈자리를 제때 채우지 못하면 그대로 손실이 됐습니다. 좌석이 6개뿐이고 음식값도 비교적 저렴한 라멘집에는 상당한 타격이었다고 합니다. 훗날 유료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다른 식당들처럼 줄을 세우고 차례대로 입장시키는 방식이 답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름을 적는 방식을 그만두자 줄이 순식간에 길어져, 한여름을 앞두고는 대기 시간이 5~6시간까지 늘어났다고 하죠. 번호표를 나눠 주는 방식도 두세 달 시도했지만 신통치 않았다고 하고요. 이렇게 긴 기다림은 무엇보다 손님들을 지치게 합니다.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 버리면 맛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긴 줄에 피로감을 느끼는 건 줄을 선 손님들만이 아닙니다. 가게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주변 이웃과 다른 가게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줄 서는 맛집에 가면 이런 안내문을 흔히 보지 않으시나요? 다른 가게 앞이니 줄을 서지 말아 달라거나, 통행을 위해 길을 비워 달라는 안내 말입니다. 아예 대기 장소를 따로 마련해 둔 곳들도 많고요.
이런 안내에는 주변 주민과 상인들을 배려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면 통행이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고, 쓰레기가 늘어나거나 다른 가게의 영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요. 일본에서는 대기 줄로 갈등을 빚다가 잘되는 가게에 폐업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예약제는 이런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제가 이용한 긴자 하치고의 예약 시스템입니다. 메뉴 가격에 비해 적지 않은 예약 수수료 500엔을 받고, 취소해도 환불해 주지 않습니다. 좌석 이용 시간은 예약 시간부터 30분이고, 10분 이상 늦으면 예약이 취소됩니다.
가게 입장에서는 이 500엔에 두 가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손님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미리 돈을 낸 만큼, 아무 부담 없이 예약을 잡았을 때보다는 방문을 더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겠죠. 다른 하나는 음식값 외의 수입입니다. 이 수수료는 가게와 테이블체크가 나눠 갖는 구조라고 하는데요. 음식 가격을 올리는 대신, 기다리지 않는 편의에 따로 값을 매긴 겁니다. 가게에는 추가 수입이, 테이블체크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생긴 셈이죠.
엄격한 방침에도 이를 반기는 손님들은 있었습니다. 마츠무라 셰프도 해 보기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500엔을 내고도 기뻐하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예약이 5초 남짓이면 마감될 정도였고, 일본에 올 때마다 다시 찾는 외국인 단골도 생겼다고 하고요. 저처럼 시간 대신 돈을 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흥미로운 건 테이블체크가 이 서비스를 설계한 방식입니다. 다니구치 대표가 2016년 무렵 라멘집을 찾아다니며 제안했을 때는, 식당 주인들이 고급 식당처럼 모든 좌석을 예약제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줄 선 손님을 빠르게 받아 식사를 내고, 다음 손님을 맞는 것이 익숙한 운영 방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줄은 남겨 두되, 일부 시간대에 그 줄을 건너뛸 권리를 따로 파는 ‘패스트패스’가 나왔습니다. 긴자 하치고가 오전에는 줄 선 손님을, 정오부터는 수수료를 낸 예약 손님을 받는 것도 이런 방식입니다. 이후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대중적인 가게들이 늘어나, 2024년 6월 말 기준 약 30곳의 인기 매장에서 쓰였고 이용자는 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본 건, 긴자 하치고가 여전히 워크인 손님도 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여행 중 뒤늦게 좋은 가게를 발견했는데, 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말에 아쉬워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예약이 이미 끝나 버려 아쉬웠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긴자 하치고였습니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도쿄 여행 중이었거든요. 당시 앞서 소개했던 타베로그를 처음 제대로 써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진 저는, 매일 밤 숙소나 다음 날 방문할 곳 근처의 맛집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긴자 근처 가게들을 찾던 중 가장 눈에 띈 곳이 긴자 하치고였습니다. 하지만 발견했을 땐 이미 그전 토요일에 예약이 모두 마감된 뒤였습니다. 결국 다른 식당을 골랐는데, 하필 그곳이 명성에 비해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아 아쉬움이 크게 남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비장하게 예약 전쟁에 뛰어들었던 거고요.
저는 다른 식당을 택했지만, 누군가는 긴 대기를 감수해서라도 이곳의 라멘을 먹고 싶을 겁니다. 그런 손님들에게도 긴자 하치고의 문은 제한적으로나마 열려 있습니다. 마츠무라 셰프가 모든 시간을 예약제로 돌리지 않은 것도, 예약 없이 들르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서였다고 하죠. 워크인 손님을 받는 시간을 따로 정해 두니, 가게로서도 종일 줄을 세우는 방식보다는 운영을 예측하기 수월할 테고요.
만약 긴자 하치고가 영업시간 내내 줄 선 손님만 받았다면, 저는 아마 이번에도 방문하지 못했을 겁니다. 설령 몇 시간을 기다려 먹었다고 해도, 라멘 한 그릇에 거는 기대가 지금보다 훨씬 커졌겠죠. ‘맛있다’는 생각 뒤에 ‘그런데 이만큼 기다릴 정도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게 500엔은 그 질문을 덜어 주는 돈이기도 했습니다. 기다림에 지치지 않은 채, 기대하던 라멘을 먹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긴자 하치고의 라멘 맛이 어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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