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오벨뒤주의 모습은 집에서도, 로또방에서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알렉과 나는 오벨뒤주를 찾기 위해 금정산과 로또방, 목욕탕 골목을 잠복하는 형사처럼 오고 갔다. 그날 오벨뒤주가 로또를 샀을까. 샀다면 최소한 2등이나 3등에는 당첨되었을 것이다. 혹시 로또에 당첨되어 외국으로 이주해 버린 것은 아닐까. 1등 당첨금은 무려 40억이었다.
우리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오벨뒤주를 찾아다녔다.
“로또가 되더라도 우리하고 나누기로 했는데, 그냥 혼자 먹겠다고 사라진 것일까요?”
“ 안 주겠다면 할 수 없는 것이죠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닌데. 인간은 어떻게 튈지 모르니까.”
알렉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런데 오벨뒤주는 그전에 무슨 일을 했다고 하셨죠?”
“철물 가게를 하면서 이곳저곳 건축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냥 아비투스를 종합해 보려고요.”
“아비투스? 운명의지결합체?"
알렉은 운전하면서 나를 바라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비투스(Habitus)는 프랑스 슬롯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사용한 개념으로, 개인의 몸과 마음에 체화된 지속적인 성향,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뜻한다. 단순히 개인이 가진 생각이나 취향이 아니라, 성장 배경과 가정환경, 슬롯적 위치 속에서 오랫동안 몸에 밴 어떤 방식이다. 사람은 자신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판단과 선택의 상당 부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몸에 배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렉은 오벨뒤주가 살아온 일을 하나씩 맞춰보려는 것 같았다. 철물점을 했고, 건축일을 했고, 로또방에 오래 앉아 있었고, 금정산을 같이 하얀 개를 찾으러 다녔고 그날 그 번호가 1등 번호에 하나 빼고는 근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 조각들을 이어 붙이면 사라진 사람의 윤곽이 조금이라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때 알렉이 갑자기 말했다.
“요사이 자보도 한동안 게시판에서 연락이 없는데. 이 근처인데 잠시만요”
자보는 ‘우울한 이들의 아침 식사’ 모임에서 만난 여자였다. 알렉은 그런 사람이었다. 모임에 나오는 우울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누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걱정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리면 기억해 두었다.
알렉은 우울한 사람들 가까이에 있으려고 했다.
나는 그를 우울한 사람들을 구하려는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알렉의 태도는 나에게도 조금씩 전염된 것 같다. 요양병원에서 만난 오벨뒤주의 스스로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 때문에 계속 찾아다니는 것도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았다. 사라진 사람을 그냥 사라지게 내버려 두지 못하는 것,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궁금해하는 것, 결국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 주변을 뒤지는 것.
나는 배신감 때문에 오벨뒤주를 ‘동성탕’이라고 불렀다. 괘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금정산에 갔을 때 그분은 그 하얀 개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측면이 많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여리고 소심한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 속 자보의 심정입니다. 이 배신감. 동성탕, 그 사람 아주 나쁜 사람이네요.”
알렉이 말했다.
“그런데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요 저는 보지 않았는데 자보는 실연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남자를 구해주었다고 했죠 그런데 그 남자가 나중에 나치 간부가 되어 돌아오고, 결국 그 여자 때문에 그 남자는 자보를 수용소로 보내 버리죠 자기를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요. 가만 보면 배신이라기보다 자기 행위로 자기 무덤을 판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하튼 그 영화이야기를 듣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신은 사실 자기에게서 시작되기 때문에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요 ”
“결국 자기 업을 말하는 거네요.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자보는 어떻게 찾으시려고요?”
나는 궁금했다.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노출하지 않는 모임인데, 알렉은 자보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이전에 올린 사진 하나가 있어요. 카페 같은 곳에서 자기 앞에 놓인 콜라잔을 찍어 올린 적이 있어요.”
나는 속으로 놀랐다.
얼굴도 없고, 특별한 장소도 드러나지 않는 사진 한 장이었다.
“제가 AI에게 그 사진을 올려서 분석해 봤는데, 쟁반의 받침대나 받침 종이 같은 것들을 보고 00커피샆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00커피샆은 인테리어가 거의 다 똑같지 않나요?”
“그런데 배경이 아주 좁은 범위로 찍혔는데도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 장소를 찾은 거예요?”
“예. 이 근처예요. 잠시 한번 들러보지요.”
우리는 주차를 하고 00커피샆 안으로 들어갔다. 알렉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 콜라잔이 놓여 있던 자리의 배경과 실제 매장의 공간을 하나씩 맞춰보았다.
하지만 그곳은 아니었다.
“이 사진이에요. 아침에 간혹 일어나면 모닝커피를 간혹 마신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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