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메로스
이선작가에게 문자가 왔다 "온라인카지노에서 유몽인과 알렉시예비치의 글 읽었어요. 이제야 대강 하시고 싶은 일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어요"
" 예 저도 이선 작가님 블로그 글 읽어봤어요. 여튼 AI와 2시간 대화하면서 알았어요 .AI는 절대 '당신은 위대하다' 거나 '당신은 최고야! '라는 소리를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렇기에 사람만이 사람에게 '당신은 위대해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걸요. 위대하지 않더라도 . 아 참 그런데 그 남자의 아버지가 생선 장사를 하셨다는 걸 1년전 벌써 아셨던 것 처럼 보여요? 신기하더라고요 .글 속에 생선 냄새라는 게 꼭 그 남자의 아버지의 과거 내막을 아는 사람처럼 "
" 모르겠어요. 근처에 온천 시장이 신호등 건너에 있잖아요 그래서 그랬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죄송해요 두 달만 기다려주세요. 제 코가 석자라 "
나도 k드라마를 많이 본 탓에 그 남자의 아버지와 이선 작가의 새어머니를 연결시키는 망할 상상을 할 뻔했다.
00 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굴뚝을 보고 있었다. 그 기이한 오벨리스크의 글을 읽어서인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오벨리스크가 막 떠오른다. 이렇게 누군가의 상상은 전염되는 법인가?
한참 동안 서서 굴뚝을 보고 있으니 근처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어제보단 날이 좀 바람이 부네" 한 할머니가 연신 부채를 부치며 말을 떼자
옆의 할머니가 맞장구친다."어다 어제는 죽겠더니만 오늘은 숨은 쉬겠다"
한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붙인다 " 글뚝을 왜 그렇게 보고 있어요?"
고개를 돌려 대꾸를 한다 "예 뭔가 대단히 운치가 있네요"
"흉측한데.. 저걸 철거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든다네"
"목욕탕이 망했는데 어쩔 도리가 없지 뭐 "
"저 목욕탕 양반 아들에게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
그 남자의 이야기가 할머니들에게 나오는 순간 나는 한 여름 더운 도로에서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혹시 낯선 이가 그 이야기에 반응하는 걸 눈치챌까? 그녀들의 이야기가 끊어질 수도 있으니깐 그냥 꽁꽁 얼어 있기로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상놈, 호루자식이지 그렇게 혼자 힘들게 키웠잖아"
"아니야 아들이 얼마나 점잖은 데 "
"아니야 그런 소문이 들리던데... 그 때 경찰들이 오고 가고 했잖아"
"지 아부지 때렸으면 감방에 들어가 있겠지.. 요사이도 자주 보이던데"
"아들을 감방 안 보내려고 그 양반이 입을 닫았다는 말도 있어 "
"그 뒤 목욕탕 이 씨 저 전철 앞 요양병원 들어갔잖아"
"나이가 이제 80 넘었을 텐데.. 사는 게 뭔지 그 양반도 고생했지 뭐"
"혼자 목욕탕을 하면서 아들 키우면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
짐짓 모른 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목욕탕 긴 굴뚝의 위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목욕탕 보다 굴뚝이 유달리 길었고 오늘은 더욱 더 길어진 것 같다.
나는 유몽인을 다시 떠올린다. 교과서적인 역사에서 분명히 착각하는 게 있었다.
억지로 모반 혐의를 걸어 국문을 당했을 때 굳이 광해군에 대한 충절을 더 높이는 게 그 자리에서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아들과 함께 어차피 죽을 마당에 "내 충절 강하요! 그냥 죽갔소 "하며 뻐길 자리인가?
유몽인의 유연한 성품이 어유야담을 낳았다. 다른 엄숙한 권위적 관료라면 제 아무리 지방관을 하며 돌아다녀도 귀에 들어올 이야기도 아니었다. 민초들의 말의 세계에서 떠돌던 그 풍부한 창작물들이 왜 유몽인에게 기록되었을까? 그의 낮은 이들을 향한 깊은 심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몽인은 사육신처럼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하겠다는 정치적 정절주의자와는 달랐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내 아들이 사태를 모르고 그저 시를 읊으며 불만을 품었을 뿐입니다. 모든 허물은 이 아비를 모르는 자식의 철없는 동조에서 비롯된 것이니, 차라리 이 늙은이의 목을 베고 아이는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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