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짜로 목소리를 만들자는 거잖아요."
이선 작가는 그 말을 칼처럼 내려놓았다. 요즘 세상에 목소리는 더 이상 지문이 아니다. 몇 분의 녹음만 있으면, 텍스트를 얹기만 하면, 기계는 죽은 사람의 목소리로도 시를 읽는다. 몇 분짜리 가짜 목소리를 뽑아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목소리가 아니라 말이었다. 그 목소리에 실어 보낼 내용, 실어증을 들키지 않을 만큼의 생애라는 소스가, 과연 저 침묵한 노인에게서 나올 수 있는가.
"그러니깐 청명상하도를 디지털로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든 걸 유튜브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것으로 대사를 만들어 애니메이션영화를 만드는 것 같은 것입니다 "
"아니죠 그것을 연기자를 통해 영화로 만들 수도 있는 시대죠 "
"중국에서 그걸 시도하려고 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제가 수년간 한 작업이 바로 그런 작업이었죠
실제의 마을 주민들이 함께 실제와 가상의 드라마를 함께 으쌰 으쌰 하면서 만들어 가는 "
'최악의 경우라도 말 못 하는 그분이 아들과 같이 저 금정산을 등산할 수도 있겠네요 "
"구술 목소리 정도는 나올 겁니다." 내가 말했다. "일단 그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야지요. 병원에서 흘린 조각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박혀 있는 그 노인의 삶의 파편들. 깨어진 유리를 바닥에서 하나씩 주워 이어 붙이는 작업이 될 겁니다."
"그 유리로 창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선 작가가 되물었다. "힘들고, 결과도 불투명하고, 어쩌면 완성되어도 그건 그분의 말이 아니라 조각조각들이 이어진 것일 텐데요.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 하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래야 할까요?"
"그 남자의 시간을 버는 거지요?"
" 감독님의 생각 아닐까요? 전 전혀 그 정도까지는 생각이 안 들던데요 "
"아내와 이혼하고 딸이 극단의 선택을 했는데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