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키호테다

by신지승

그날 이후로 나는 자기 전 유튜브에서 한 여자가 낭독하는 소설 『돈키호테』 오디오북을 켜고 듣다가 잠이 든다. 그날이란 요양병원에서 만난 그 남자와 다시 만난 그날이다.

"자서전 작가를 구해줄 수 있어요? 여자 작가로요. 그래도 울 아버지가 동성보다는 이성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갖는 것도 좋겠고요."

"예쁜 여자 작가를 구해달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왜요? 굳이 이쁘지 않아도 무력하고 고립된 남자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모두가 돈키호테의 둘시네아 같은 거죠. 그냥 머릿속에라도 있어야 하는 환상 같은."

"둘시네아?"

그 순간 나는 놀랐다. 돈키호테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온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었지만 , 심지어 '듈시네아'라는, 50대의 돈키호테가 기사의 귀부인으로 꿈꾸는 20대 여자가 평범한 삶을 사는 남자의 입에서 저렇게 쉽게 튀어나오다니.

"왜요? 어릴 때부터 돈키호테라는 말을 듣고 살았어요. 이상한 짓을 하도 많이 해서 친구들이 '돈키호테 간다', '돈키호테 같은 놈' 뭐 이런 소리를 듣다 보니 궁금하더라고요. 누구지 싶어서 보니 소설 속 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읽어봤어요. 오래전에 바카라이라고는 그것밖에 읽은 적이 없어요. 아마 수백 번은 읽어봤을 거예요." "수백 번요? 가만 생각해 보니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이라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그냥 교과서에서 듣고,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본 것 같아요."

"작가님은 공부를 많이 하신 분 같은데... 안 읽어봤다고요?"

식은땀이 났다.

그냥 영화 한다고 지금이라도 말해버릴까 싶었지만 그것도 심문의 깊이나 대화를 어디로 튀게 할지 모를 일이라 꾹 참았다. 일단 작가로 가자. 돈키호테 한 권 밖에 안 읽었다니.

"그런 것 같네요. 너무 가까이 있는 가족처럼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읽어봤는지 그냥 건성건성 읽고 넘어갔는지."

사실 심지어 온라인카지노에 돈키호테에 관한 글을 쓴 적도 있다는 것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다.

"작가님은 돈키호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돈키호테... 돈키호테는 기사도 바카라을 너무 많이 읽고 방랑기사가 되어 갑옷과 창으로 치장하고 늙은 로시난테, 산초와 함께 길을 떠나죠.

" "당나귀 한 마리도 있죠."

"그런가요? 맞아요. 짐을 싣고 가는 당나귀."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고.

이 무슨 독서감찰, 지적 검열을 받아야 하다니. 나는 묘한 당혹감 그리고 괴로움 그러나 또 묘한 즐거움을 가지게 된다. 돈키호테를 수백 번 읽은 사람 앞에서 한 번도 온전히 읽은 기억이 없는 사람이 해석을 하려 하다니.

내가 쓴 글은 그랬다.

"많은 이들이 과거의 자기 편견이든 세계관이든 그것으로 다가오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돈키호테처럼. 그러니 그것이 궁합이 좋을 수 없다. 불화와 조롱은 당연한 것이다. 돈키호테처럼. 단지 그 과거의 세계관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운 좋게 합을 맞춘 이들은 극히 소수의 운 좋은 이들뿐이다. 운 좋은 돈키호테를 성공, 유명의 투구를 잠시 써는 것이다. 그뿐이다. 다수의 돈키호테들이 소수의 운 좋은 돈키호테를 욕망하고 찬양하는 데 오늘날의 다수 돈키호테의 불행이 있다. 다시 말하면 세상에는 다수의 돈키호테와 운 좋은 한 줌의 돈키호테밖에 없다. 뛰어난 능력도, 뛰어난 천재성도 그냥 운이다. 부모의 운이거나 깊은 고독의 운이거나, 같은 량의 땀이라도 로또 같은 운이거나 인연의 줄을 잘 섰거나 . 운이 좋은 돈키호테는 있지만 운이 나쁜 돈키호테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냥 돈키호테인거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돈키호테인지를 모르고 산다. "

나는 돈키호테에 대해 쓴 이전의 글을 어렵게 떠올리며 그 남자에게서 자존심을 챙겨야 했다.

"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와, 대단하네요. 역시 수백 번을 읽어도 그런 생각은 못 했어요. 작가님은 역시 똑똑한 것 같아요.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네요. 전 똑똑한 사람이 좋아요 "

헛똑똑이의 처지를 모르고 추켜올려주는 이 남자의 의도가 혹 숨어 있는 것 아닌지 식은땀이 났다.

순간의 당혹감을 모면하기 위해 온전히 읽지도 않은 바카라의 주인공에 대한 해석을 꺼내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하지 못하면 나의 인간적 존엄이 더 큰 궁지에 몰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로또 하세요?" "로또요? 한 달에 한번 많으면 두 번. 자주 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 없다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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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 -생활인과 공동창작 ,탈상업적 상상력의 대중창작시대 돌로 영화만들기 저자.현재 5060영화제작단 ,부산국제마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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