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보다
무서운 '선망의 점유율'

룰루레몬이 만든 애슬레저, 알로가 가져간 선망

by정나영

지난 9월 8일 취임한 하이디 오닐(Heidi O’Neill) 룰루레몬 CEO는 첫 일정을 회의실이 아닌 요가 매트 위에서 보냈다. 밴쿠버 매장 직원들과 함께한 커뮤니티 요가 수업이었다. 위기의 회사를 떠안은 수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다.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33.07.png


위기는 숫자에 선명하다. 시장조사업체 M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룰루레몬의 미국 애슬레저 시장 점유율은 43.9%로 1년 새 10%포인트 빠졌다. 같은 기간 알로(Alo)와 뷰오리(Vuori)는 각각 5.9%포인트, 2.2%포인트를 늘렸다.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레깅스 판매는 2분기에 20% 안팎 줄었고, 주가는 2023년 고점의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표면은 시장점유율 경쟁이다. 본질은 '선망의 점유율' 싸움이다. 사람들이 여전히 룰루레몬을 사느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더 갖고 싶어 하느냐의 싸움이다.


기본값이 된 혁신

1998년 밴쿠버에서 출발한 룰루레몬은 두 번의 혁신으로 시장을 열었다. 하나는 제품이다. 기능성 소재와 움직임을 읽는 디자인으로 요가복을 일상복으로 끌어냈고, 10만원을 훌쩍 넘는 레깅스를 누구나 갖고 싶은 옷으로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커뮤니티다. 지역 요가 강사와 러닝 코치를 앰배서더로 세우고, 매장을 운동과 만남의 장소로 바꿨다. 판매 직원은 '에듀케이터'라 불렀다. 룰루레몬을 입는다는 것은 운동복을 사는 일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의 세계에 들어서는 일이었다. 룰루레몬은 지금도 커뮤니티를 브랜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두 혁신은 모두 성공했다. 그리고 성공한 만큼 평범해졌다. 기능성 레깅스는 모든 브랜드의 기본 사양이 됐고, 커뮤니티 클래스는 흔해졌다. 시장이 따라잡자 룰루레몬만의 차별점은 흐려졌다. 유통 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는 룰루레몬의 상품 구성을 두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다"고 평했다.


많은 이들이 원인을 혁신의 정체에서 찾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이 만든 혁신이 너무 잘 성공해 시장의 기본값이 됐다는 데 있다. 블랙베리의 모바일 이메일이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이 되고, 후버의 강력한 흡입력이 진공청소기의 당연한 조건이 된 것처럼. 혁신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했을 때가 아니라, 성공해서 더는 혁신으로 보이지 않을 때다.


카테고리 리더의 과제는 과거의 우위를 지키는 데 있지 않다. 소비자가 다음에 무엇을 선망할지 먼저 정의하는 데 있다. 지금의 욕망이 당연해지기 전에 다음 욕망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동경을 파는 알로

룰루레몬은 다음 혁신 대신 논란을 수습하느라 바빴다. 2024년에는 뒷면 봉제선이 어색하다는 혹평에 신제품 레깅스 '브리즈스루'를 거둬들였고, 올해 1월에는 '겟 로우' 레깅스가 비친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북미 온라인 판매를 잠시 멈췄다. 경영도 흔들렸다. 지난해 12월 캘빈 맥도널드 CEO가 퇴진을 발표했고, 창업자 칩 윌슨은 이슬롯를 상대로 위임장 대결에 나섰다.


aYeiss8QqAuD89ZleBqpq6AWuFkHpPQCE4eWE8LkQcOXC0lQF9VWEBJTtnxqdowmp84pPD4eVDlF7MBpumt17UKvXpmgV57nmnbexWW-X5VFZHEzj2f422oMDLR-4__uL-yIkDCd8NqH0_wqSHWwztrdKXNlXlki4o-7SUWXY177ehOs8XxHSYFbPEf7WeOA.jpeg
gettyimages-2256781023-2048x2048.jpg
CzeppCAYBbTnzV50074xJvx00AMgv7EHT_Ew7RvJEPEWYyAHgX9F5EKSdnoTR9h4LC16LJJd7Gc1x_yUP_0KWNKoDeLDIqu51w2m-xdg97G7KH--zrN2Hr8YnQDukwOM9bJ2IoT4pMgWYBOBw_TBkRZQYPB8Tum-sw84PQd0W_kY6GlUoeBfp7h4j4afzeA9.jpeg


룰루레몬이 제품 논란과 경영 공백에 발이 묶인 사이, 알로는 셀러브리티를 앞세워 선망을 쌓았다. 헤일리 비버와 켄달 제너, 지지 하디드가 알로를 입은 일상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채웠다. 알로의 마케팅·크리에이티브 부사장 서머 나세위츠는 "셀러브리티들이 편안한 옷차림 트렌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파파라치 사진 속 편안한 차림이 표준이 됐고, 건강을 중시하는 로스앤젤레스의 문화가 더해져 요가복이 일상복이 됐다는 설명이다. 알로는 모델 로지 헌팅턴휘틀리와 블랙핑크 지수를 앰배서더로 세웠다.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51.54.png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51.49.png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51.58.png


무대도 넓혔다. 2022년 뉴욕패션위크에서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였고, 올해 5월 생트로페와 칸에 매장을 열었으며, 칸영화제 기간에는 72m 요트를 '웰니스 클럽'으로 띄웠다. 사업도 체육관과 디지털 피트니스,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확장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알로 웰니스 클럽'은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만 초대받아 들어가는 곳으로, 지수도 이곳에서 광고영상을 촬영했다.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오히려 살 수 있는 옷의 가치를 높인다.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43.02.png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42.55.png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5.18.42.png
스크린샷 2026-10-12 오전 12.27.15.png


시장점유율은 이미 일어난 구매의 기록이고, 선망의 점유율은 다음 구매의 예고편이다. 품질은 높은 가격을 설명하지만, 선망은 그 가격을 기꺼이 치르게 한다. 월가가 룰루레몬의 브랜드 열기가 식었다고 진단하는 것도 실적보다 먼저 빠져나가는 선망을 읽었기 때문이다.


선망을 되찾는 조건

룰루레몬도 재정비를 시작했다. 오닐 CEO는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제품"에서 다시 출발하겠다고 밝혔고, 10월에는 나이키 출신으로 애슬레타 CEO를 지낸 매기 가우거(Maggie Gauger)를 최고제품바카라임자로 영입했다. 10월 15일에는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와 함께 기능성 소재에 패션의 언어를 입힌 협업 컬렉션을 내놓는다.


알로를 흉내 내는 것은 답이 아니다. 셀러브리티와 초대제 공간은 알로의 문법이다. 룰루레몬에게는 사반세기 동안 지역에 뿌리내린 앰배서더와 에듀케이터가 있다. 커뮤니티의 가치는 크기가 아니라 밖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나온다. 룰루레몬의 과제는 커뮤니티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시험대

한국에서 룰루레몬은 아직 성장세다. 룰루레몬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2197억원으로 40.2% 늘었고,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에 아시아 네 번째 플래그십을 열었다. 알로도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도산공원 앞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과 공식 웰니스 센터를 열었다. 국내 시장 1·2위는 여전히 안다르와 젝시믹스 같은 토종 브랜드가 다투고 있다. 그러나 선망은 이미 경쟁 중이고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룰루레몬을 만난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새 레깅스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운동하고, 몸과 마음을 돌보고,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삶. 룰루레몬이 판 것은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제 그 삶은 누구나 산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지금 사람들은 어떤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가.


시장을 만드는 것은 제품이지만, 시장의 선망을 지키는 것은 브랜드다.



참고 자료: Reuters · Fortune · The Wall Street Journal · Vogue France · Retail Dive · Elite Daily · Alo · South China Morning Post · FashionNetwork · FashionUnited · Jing Daily · Retail Gazette · Marie Claire · lululemon Corporate Newsroom · M Science · 한국경제 · 뉴데일리 · 디지털데일리


브랜딩 칼럼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어집니다. 매일의 브랜딩 이야기는 스레드 @nwhy.collective에서도 만나보세요.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채용도 브랜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