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를 계산대에 세우고, 지원자에게 오지 말라는 기업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편의점 계산대에 섰다. 상품을 진열하고 매장을 청소한다. 일본 패밀리마트가 9월 25일 창립 45주년을 맞아 선보인 채용 캠페인이다. 신제품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기 위해 가가를 불렀다.
유명인을 앞세운 화제성 광고만은 아니다. 패밀리마트는 근무 환경부터 지원, 면접까지 손을 댔다. 머리색과 액세서리 등에 관한 근무 규정을 완화하고 유니폼을 바꿨다.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채용 사이트 ‘파미JOB’을 개편했으며, 실시간 웹 면접과 답변을 미리 촬영해 제출하는 녹화 면접도 도입했다. 간편 지원으로 첫 단계의 문턱도 낮췄다.
신문 구인란이 온라인 채용 사이트로 옮겨간 뒤에도 채용의 골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기업이 공고하고, 지원자가 이력서로 자신을 증명한다. 1996년 '고용주 브랜드(Employer Brand)'라는 개념이 학계에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이 개념을 채용 방식 자체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이제 채용은 많이 모으는 것보다 제대로 만나는 데 집중한다.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의 2025년 채용 광고가 대표적이다. ‘Work at Anduril’이라는 문구 위에 누군가 ‘DON'T’를 스프레이로 덧칠한 듯한 광고였다.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의 주요 테크 기업과 하버드·MIT 인근에 걸렸다.
2017년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 등이 설립한 안두릴은 AI와 자율 시스템을 군사 기술에 적용하는 방산 테크 기업이다. 자율 드론과 무인 수중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AI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통해 센서와 무인 시스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합한다. 안두릴에서 일한다는 것은 첨단 기술 기업에 입사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코드와 하드웨어가 실제 군사 시스템에 쓰인다. 높은 기술적 난도와 함께 군사·감시 기술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개인의 판단도 요구된다.
'Don't Work at Anduril'은 역발상 카피 이상의 기능을 한다. 모두에게 좋은 회사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먼저 드러내고, 판단을 지원자에게 넘긴다. 채용 광고가 설득의 도구이자 선택의 장치가 됐다.
안두릴은 올해 ‘AI 그랑프리’를 열었다. 3,000여 팀이 AI로 드론 자율비행을 겨뤘고, 최종 10개 팀은 오는 12월 결승에 오른다. 총상금 50만 달러와 안두릴 채용 기회도 걸려 있다. 이력서에 적힌 실력 대신 실제 실력을 겨루게 하고, 그 과정 자체를 브랜드 콘텐츠로 만들었다.
르노는 인재를 찾는 곳부터 바꿨다. 정비 인력이 부족하자 2025년 레이싱 게임 '포르자' 등에서 '채용 레이스'를 열었다. 게임 속 차량을 직접 개조하게 하고, 실력을 보인 참가자를 정비 교육 과정으로 연결했다. 게임 속 자동차가 이력서가 된 셈이다.
이케아는 2024년 로블록스에 가상 매장을 열고 이케아의 일을 경험하게 한 뒤 실제 채용으로 연결했다. 일자리를 설명하는 대신 먼저 경험하게 했다. 채용의 무대가 채용 사이트와 면접실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채용에서는 기업만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지원자도 공고부터 지원, 면접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일할 곳인지 판단한다. 기업이 사람을 고르는 방식은 곧 기업이 스스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인재 부족도 같은 채용 방식을 반복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정비사가 부족한데 공고를 더 내보낸다고 새 정비사가 생기지는 않는다. 편의점 일의 매력이 낮은데 광고만 늘리는 것도 답이 아니다. AI 인재를 학력과 경력만으로 찾으면 현업에서 이미 실력을 증명하는 사람을 놓친다.
기업은 고객을 얻는 일에는 집요하다. 제품부터 구매 경험까지 끊임없이 바꾼다. 사람을 얻는 일도 그래야 한다.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지원하게 하고,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채용은 공고가 아니라 과정 전체의 설계다. 설계의 기준은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여야 한다. 혁신을 말하면서 낡은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모순은 채용 과정에서 먼저 드러난다.
브랜드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에서 선명해진다. 채용도 예외가 아니다.
Sources: FamilyMart · The Boston Globe · Anduril · Business Insider · AI Grand Prix · Renault/Publicis Conseil · D&AD ·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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