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 왜 젠데이아와 영화를 찍는가

러닝화 넘는 온(On)·젠데이아, 나이키와 다른 길

by정나영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이 10월 1일 배우 젠데이아를 앞세운 액션 영상을 공개했다. 젠데이아는 신제품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대신 추격자들과 무술 합을 주고받고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아르헨티나 3인조 감독 그룹 판테라가 연출했다.



영상 한 편만 보면 잘 만든 셀러브리티 광고다. 그러나 지난 2년을 이어 놓으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2024년 젠데이아와 손잡은 온은 2025년 4월 가상의 SF 영화 예고편 '존 드리머스(Zone Dreamers)'로 젠데이아를 우주에 보냈다. 2026년 4월에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과 초현실 단편 '셰이프 오브 드림스(Shape of Dreams)'를 내놨다. 셰이프 오브 드림스는 2026년 칸 라이언즈에서 연출 부문 골드와 편집·오리지널 음악 부문 실버를 받았다.


Shape of Dreams


장르는 매번 바뀌는데 영화라는 형식은 되풀이된다. 답은 매출 구조에 있다. 2026년 2분기 온의 의류 매출은 약 875억 원(5,420만 스위스프랑)으로 1년 전보다 47.7% 늘었다. 신발 성장률(10.9%)의 네 배가 넘는다. 그러나 전체 매출 약 1조 3,730억 원(8억 5,030만 스위스프랑) 가운데 의류는 6.4%에 그치고 신발이 92%를 차지한다. 온은 여전히 신발 회사다.


제품의 카테고리를 넓히는 일과 브랜드의 카테고리를 넓히는 일은 다르다. 러닝화 회사가 재킷과 팬츠를 내놓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소비자가 새 옷을 온의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이다. 제품보다 인식의 확장이 먼저다.


젠데이아는 인식의 이동을 이끌 적임자다. 배우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스포츠와 패션을 자유롭게 오간다. 온은 젠데이아를 처음부터 제품과 캠페인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대했다. 젠데이아는 2025년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와 운동화 '클라우드존 문'을 디자인했고, 2026년부터 신발과 의류를 아우르는 공동 제작 컬렉션을 내고 있다. 이번 액션 영상도 두 번째 컬렉션을 알리는 작품이다. 온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젠데이아 컬렉션이 기대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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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바꾸는 것도 같은 계산이다. 러닝 장면만 반복했다면 출발점은 단단해져도 운신의 폭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온은 우주와 꿈, 액션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 장르에 브랜드를 심는다. 바뀌는 것은 장르이고, 남는 것은 젠데이아와 '움직임'이다. 직접 뛰고 싸우는 액션 장면은 그 자체로 스포츠웨어의 기능을 증명한다.


Zone Dreamers

시리즈의 힘은 축적에서 나온다. 컬렉션마다 광고를 원점에서 시작하는 대신 전작의 기억 위에 다음 편을 쌓는다. 알렉스 그리핀 온 최고마케팅바카라임자(CMO)도 칸 수상 직후 관심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엔터테인먼트라고 했다. 러닝에서 얻은 퍼포먼스의 신뢰는 지키면서 젠데이아의 문화적 영향력을 덧입혀 무게중심을 스포츠웨어로 옮기는 전략이다.


업계 1위 나이키의 처지는 온의 선택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나이키는 9월 21일 미국 초대형 우량주 지수인 S&P 100에서 18년 만에 빠졌다. 시가총액은 2021년 11월 정점이던 약 355조 원(2,640억 달러)에서 10월 초 약 67조 원(500억 달러)으로 80% 넘게 줄었다. 6~8월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4% 감소했고, 연간으로도 한 자릿수 후반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키는 2024년 10월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2020년 은퇴했던 엘리엇 힐이 복귀했다. 힐 CEO는 취임 직후 나이키가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에어포스1·덩크·조던 같은 라이프스타일 운동화에 기대다 할인 판매만 늘었다는 진단이었다. 그사이 전문 러닝화 시장에서는 호카와 온이 나이키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나이키는 러닝 등 퍼포먼스로 무게중심을 되돌리는 중이고, 지난 9월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아들로 티파니의 브랜드 재건을 이끈 알렉상드르 아르노를 이사로 영입했다.


나이키가 러닝으로 돌아오는 사이, 러닝에서 성장한 온은 반대 방향으로 경계를 넘고 있다.


브랜드 확장은 새 제품에 로고를 붙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허락하는 영역이 함께 넓어져야 한다. 온은 광고로 제품을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로 브랜드의 경계를 옮기고 있다.


온(On)은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철인 3종 챔피언 출신 창업자 등 세 명이 세운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정원용 호스를 잘라 밑창에 붙인 실험에서 출발한 쿠션 기술 '클라우드텍(CloudTec)'으로 러닝화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파트너 겸 투자자로 합류했고,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25년 매출은 약 4조 8,700억 원(30억 1,400만 스위스프랑)으로 처음 30억 스위스프랑을 넘었으며, 의류와 액세서리가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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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온(On) 보도자료·2025년 연간 및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나이키 실적 발표·공시, S&P 다우존스 인디시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칸 라이언즈, 로이터, 비즈니스 오브 패션, 포천, 캠페인, L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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