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공감에서 모은 발견을 답할 수 있는 문제로 바꾸는 법

by장서우

온라인 게임에서 공감하는 세 가지 방법


첫째, 교류한다. 요구가 어디에 쓰이는지 묻고, 내가 이해한 맥락을 상대에게 확인한다. 팀장에게 "회의에 가져갈 보고 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들었다면 누가 그 자료를 보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며, 지금 그 판단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묻는다. 지시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청한 산출물이 해결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아야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어낼지 결정할 수 있다.


둘째, 관찰한다. 다른 실무자로부터 데이터 분석이나 업무 화면의 수정 요청을 받았다고 하자. 이때 설명만 듣지 말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며, 요청한 결과를 업무에서 어떻게 사용하려는지 살핀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자리에서 화면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좋다.


셋째, 가능하다면 직접 경험한다. 실무자가 사용하는 화면과 문서를 같은 순서로 따라가거나, 권한과 보안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같은 과업을 수행해 본다. 짧게라도 직접 해 보면 반복 입력과 대기 시간, 도구 사이의 이동처럼 설명만 들을 때는 사소해 보였던 불편이 구체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모든 일을 대신 해 보라는 뜻은 아니다. 그 사람이 일하는 조건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묻고 관찰하고 직접 경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 과정에서 처음의 요구에는 담기지 않았던 맥락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와 그 맥락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청을 받는 사람도 그 배경을 알 것이라 여기고 필요한 설명을 빠뜨리기 쉽다. 자신이 아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가 요구 사항을 전달할 때도 나타나는 것이다. 어떤 화면과 문서를 오가는지, 어디에서 멈추거나 되돌아가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는지를 직접 살펴보면 설명에서 빠진 맥락과 불편이 보인다.



분석가 이야기 1 - 온라인팀의 시큰둥한 반응을 따라가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패션 커머스 회사에 입사 4년 차 커머스 분석가가 있다고 가정하자. 회사는 채널을 연결한 회원 경험을 중요한 비전으로 제시했고, 온라인 채널팀은 데이터 분석 조직에 옴니채널 고객 전략을 구체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분석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원의 규모, 두 채널을 함께 이용하는 회원의 비중, 구매 금액과 이용 빈도를 분석했다. 앱에서 보던 상품의 재고와 가까운 매장의 위치를 알려주고 매장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방향도 제안했다. 고객의 탐색 수고를 줄이고 매장 방문과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전체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답이었다.


그러나 온라인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좋은데, 그래서 온라인 채널팀은 무엇을 해야 하지?


자료의 근거가 부족했던 것도, 옴니채널이라는 방향이 틀렸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온라인팀의 질문은 다른 곳에 머물렀다. 한 담당자는 성과 관리표를 열어 자신들이 바카라임지는 온라인 회원 수와 매출 지표를 가리켰다. 대화를 이어가자 온라인팀이 매장운영팀과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회원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따로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이 고민하던 것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이후에도 앱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제야 반응의 맥락이 보였다. 온라인팀은 이번에 분석가가 제안한 옴니채널 전략 자체를 신뢰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성과는 온라인 신규 회원, 앱 이용과 구매 전환으로 평가되었다. 분석가의 제안은 회사 전체와 고객에게는 타당했지만, 온라인팀의 자원으로 오프라인 성과를 높이는 일처럼 보였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의 바카라임과 이해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분석가는 보고서와 대시보드를 사용할 사람을 다시 바라봤다. 미팅에서 드러난 행동과 바카라임 지표, 논의 중인 전략 방향을 바탕으로 온라인팀에게 실제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다시, 그들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보고서 한 장을 만들 때도 누가 어떤 업무 맥락에서 사용하고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이해하면, 더 많은 정보를 넣기보다 필요한 정보를 고를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공감은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에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증상에서 문제 정의로


관찰과 공감으로 재료가 모였다면, 이제 문제의 다이아몬드를 닫을 차례다. 문제를 정의하는 수렴이다.


스탠퍼드 디스쿨은 문제 정의를 공감 과정에서 모은 발견을 풀어놓고 종합하여, 의미 있는 필요와 인사이트를 찾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로 특정 사용자와 필요, 인사이트를 담은 실행 가능한 문제 진술문, 즉 관점(Point of View, POV)을 만든다. 여기서 필요는 기능의 이름이 아니라 사용자가 해내려는 일이나 바라는 변화다. 인사이트는 관찰한 사실을 되풀이한 문장이 아니라, 여러 자료의 모순과 뜻밖의 장면에서 발견한 새로운 해석이다.


디스쿨이 제시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펼쳐 놓고 묶기(Saturate and Group)'다. 관찰과 인터뷰에서 얻은 발견을 작은 단위로 펼쳐 놓고, 묶음을 여러 번 바꾸어 보며 반복되는 패턴과 말과 행동의 차이, 서로 충돌하는 필요를 찾는다. 그 패턴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해석을 더해 인사이트 후보를 만든다.


pexels-brunogobofoto-3854816.jpg발견을 펼쳐 놓고, 그 사이의 관계를 찾는다


발견을 종합했다면 여러 후보 가운데 지금 집중할 사용자와 필요, 인사이트를 선택해 하나의 관점으로 엮는다. 디스쿨이 제시한 관점 문장 틀은 이 작업을 다음과 같이 돕는다.


[구체적인 사용자]는 [해내려는 일이나 바라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발견에서 도출한 인사이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점은 숨어 있던 진짜 문제를 단번에 찾아낸 정답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은 근거를 바탕으로 어떤 사용자의 어떤 필요에 집중할지 선택한 문제 진술이다. 이 장의 언어로 말하면, 문제의 다이아몬드를 닫은 현재의 문제 가설이다.



분석가 이야기 2 - 전사 전략을 온라인팀의 문제로 다시 정의하다


이제 앞에서 모은 온라인팀의 말과 행동을 문제 정의의 재료로 사용해 보자. 공감이 문제의 맥락을 넓혔다면, 문제 정의는 그중 지금 집중할 필요와 인사이트를 선택하는 일이다.


분석가는 인터뷰와 회의에서 본 행동, 시장 조사와 기존 데이터를 작은 문장으로 나누어 펼쳐 놓았다. 처음 제안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탐색하던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연결하는 방향이었다. 고객의 편의와 매장 성과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온라인팀이 바카라임지는 신규 회원과 앱 이용, 구매 전환을 어떻게 높일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온라인팀이 별도로 준비하던 실행안은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온라인 회원으로 연결하고, 이후에도 앱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사 전략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바카라임지는 온라인 성과도 높일 수 있는 방향이었다.


이 발견들을 묶자 온라인팀의 반응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옴니채널 전략을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채널 연결이라도 고객을 어느 방향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팀이 기여하고 바카라임질 수 있는 성과가 달라졌던 것이다. 분석가는 집중할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옴니채널 과제를 맡은 온라인 채널팀은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접점을 온라인 회원 가입과 앱 이용, 구매로 이어 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사 차원의 채널 연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바카라임지는 온라인 성과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제를 정리하면 분석의 방향도 달라진다. 온라인 고객을 어느 매장으로 보낼지에서, 어떤 오프라인 고객이 온라인을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무엇이 이들의 가입과 이용을 가로막는지로 질문이 옮겨 간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안을 곧바로 정하기 전에, 이 관점을 해결의 가능성을 여는 질문으로 바꾼다.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된 고객 경험을 온라인으로 이어, 고객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앱에서 다시 탐색하고 구매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문제의 범위는 전사 차원의 막연한 채널 통합에서 오프라인 고객의 온라인 이용을 돕는 일로 좁혀졌다. 그러나 어떤 고객과 접점에 집중하고, 어떤 경험과 혜택을 제공하며, 무엇을 시험할지는 아직 열려 있다. 이것은 옴니채널 전략의 유일한 정답을 발견한 일이 아니다. 전사 전략과 온라인팀의 바카라임을 함께 고려해 지금 집중할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답을 만들기 전에, 문제를 제대로 만들다


우리는 지금 답이 없는 문제에 답하는 여정을 지나고 있다. 공감과 문제 정의까지 왔지만 아직 답을 만든 것은 아니다. 답이 없는 문제에 답하려면 먼저 답할 만한 문제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세운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가능한 아이디어를 펼칠 발판이 된다.


디자인 사고에서 공감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공감이 중요한 만큼 실제 경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도메인 경험이 있고 실제 사용 맥락을 아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와 분석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사용자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은 그 문제에 더 가까운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의 경험이 곧 모든 사용자의 경험은 아니다. 익숙함 때문에 보이지 않는 단계도 있고, 나에게 당연한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안다고 여기기 쉽다. 경험은 관찰을 날카롭게 만드는 단서이지, 문제를 미리 닫는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볼품없는 일은 자신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스스로도 경험하거나, 이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사용자의 문제, 고객 중심을 논하는 것이다. "누군가 요구했으니", "팀장이 지시했으니", "원래 해 오던 일이니"만 남으면 문제는 사람의 경험에서 떨어져 나온다. 그러면 문제 해결은 출발점부터 흔들린다.


디자인적 사고를 설명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앞서 보았듯 조직의 동료와 상사도 내가 만드는 보고서와 대시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말만 받아 적는 대신 실제로 필요한 것을 찾아 제공하는 일이 결국 내가 만드는 가치도 높인다.


우리는 이제 답이 없는 문제에 답하기 전에, 어떤 문제에 답해야 하는지를 정했다. 다음은 해결의 다이아몬드를 열고 가능한 답을 형태로 꺼낼 차례다.



이전 08화말한 요구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