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해 기도하다

by최이삭


# 21.


한 달간,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볼 때마다 기다리던 것이 있었다. 바로 보편지향 기도다.


보편지향기도는 고통과 아픔을 겪는 누군가를 위하여, 또는 누군가의 평화를 위하여, 또는 국가를 위하여 등 공동체가 함께 한목소리로 마음을 담아 올리는 기도다.

매주 미사마다 보통 네 가지, 다섯 가지 정도의 기도를 하는데, 이달엔 이태원 참사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들었던 그 참사 주기 부근에 미사에서는 관련 기도문이 한 번도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어라. 오늘도 안 하네..’ 나는 그것이 조금 서운했다. 난장판인 이 시국에 정치인들을 위하여서도 매주 기도하는데, 진정 기도와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성당에선 그동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많이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갈 때마다 빠져있으니 매주 서운한 마음만 드는 것이다. (**내가 놓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후에서야 정순택 대주교님 추모 메시지 발표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 미사가 마련돼 별도 진행된 것을 알았다.)

다음 날, 일을 하다 잠시 틈이 난 사이 포털 사이트에 ‘이태원 참사’ ‘천주교’ ‘미사’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러다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참사 2주기 미사가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별도로 열렸던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반가운 마음으로 그렇게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나는 미사에서 앞서 대표로 인사말을 전했다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선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쓴 글을 어디에서 볼 수 있냐’ 물었던 그 유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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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단 하나 뿐인 외동딸, 상은이 있었다. 미국 회계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서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한 지 두 달 가량 됐을 때, 할로윈을 맞아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상은은 그날 밤 사고를 당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취뽀’를 바로 며칠 앞두고.


상은은 시험에만 합격하면 하고 싶은 것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명동대성당에서 결혼하기’ 라는 꿈이 있었다. 마침내 원하던 시험에 합격하고, 상은은 세례를 받기 위해 명동 성당 교리반에 등록했다. 하지만 수업은 몇 번을 채 듣지 못했다.


딸의 소원을 대신이나마 이루어 주고 싶었던 엄마와 아빠는 함께 교리 수업을 등록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딸의 소망대로 성당에서 대신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서 세례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고, 같은 성당에서 이들이 세례받을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선 이들에게 관심이 갔다. 이때 나는 상은의 엄마가 누군지도 알게 되었다. 걷기 행사에서 만난 따뜻한 미소의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 그녀가 상은의 엄마였다.


이후 몇 개의 기사를 더 검색해 읽었다. 한 신문사 기자들이 한 달 동안 이들을 동행 취재하며 썼다는 기사에는 이들이 지난 한 달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기사를 읽다 법원 앞에서 눈물을 훔치는 상은의 엄마와 눈물을 참으며 입을 꾹 물고 있는 상은 아빠의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 한 컷에서 마우스 스크롤을 아래로 더 내리지 못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앞에 보이는 휴지를 급하게 집어 눈물을 닦는데, 옆에서 일하던 작가 동생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슨 일로 우는지 왜 우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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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퇴근하는 길에 버스에서 궁금해져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해 들어가 봤다. 그곳에 뽀얗고 하얀 얼굴로. 풋풋하고 노란 봄의 꽃 같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상은이 있다.


‘아, 이 친구가 나처럼 세례를 받으려고 했던 친구구나.’

‘혹시 내가 조금 더 일찍 성당에 왔으면, 우리 같이 수업을 들을 수도 있었을까.’


주일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간 날, 나는 나의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기도를 하다가 상은과 상은의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함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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