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기다리던 세례식 날이 됐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단장을 하고 미리 준비해 둔 원피스를 입었다. ‘결혼식에 갈 때처럼 잘 차려입고 와야 한다.’ 말에 안 입던 옷을 꺼내고 오랜만에 머리끝에 살짝 펌을 줬다.
들뜬 마음으로 성당에 가는 길.
일요일 이른 아침이지만 문을 연 꽃집이 없는지 검색을 해봤다. 세례는 다시 태어나는 날이기도 하니 우리 조원들 모두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 한 송이씩 안겨주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안국역에서 본 작은 꽃집이 생각나 중간에 내렸다. 다행히 꽃집 문이 열려있었다. 나는 꽃을 한가득 안고 성당으로 갔다.
세례를 받겠다고 결심한 것도, 성당에 스스로 찾아간 것도. 여전히 무슨 이유라고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교리 수업을 받는 시기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도, 이상하게 가톨릭 신자들을 우연히 만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은 내가 세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면 ‘하느님이 당신을 부르신 것이다’ 말했다. 그 말이 낯설기도 하여 ‘그렇다. 나를 부르셨다.’ 100%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는데, 세례 받는 시기가 되니 80%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몇 년 전부터, 혹시나 내가 세례를 받게 된다면 자신이 대모님이 되어주겠다고 줄곧 얘기해 온 현경 피디님이 하얀 미사보를 쓰고 내 등 뒤에 섰다. 그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세례를 받는 내내 뒤에서 지켜봐 주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마에 세 차례 물이 부어진다.
이어서 십자가 모양으로 성유가 발라졌다.
하얀 미사보가 머리 위에 얹어졌다.
그 순간들의 묘한 느낌은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몸이 살짝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따뜻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마지막 촛불 수여식에서 현경 피디님은 불이 켜진 초를 나에게 건넸다. 나는 차분하게 그 불을 옮겨 받았다. 초의 크기가 커서인지 유난히 불빛이 크고 밝았는데 피디님 눈에 노란빛이 가득 담겨 반짝이는 게 보였다.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처럼 피디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세례를 받은 후, 나의 마음가짐은 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나는 나에게 신앙심이란 것이 뿌리 내려지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