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4년 있었던 일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 있었던 일들은 제 삶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는데, 저는 이것을 한 번쯤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글은 2025년 가을쯤 쓰기 시작했고, 2026년 6월 마무리했습니다.]
“혜정 씨. 혜정 씨는 나에게 감동을 줬어.”
무더운 어느 여름날, 어떤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식사를 마치고 막 나오는 길에 들은 말이다. 중년 부부와 인연이 된 지 이제 막 1년 남짓 되어간다.
#1.
2년 전부터 우울 증상이 다시 심각해졌다. 한 1년 간 약을 꾸준히 먹고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이제 괜찮구나' 생각할 정도였는데, ‘개박살’이란 표현처럼 한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앞이 깜깜했고 다음이 뭔지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시 사는 것은 최악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다음 날 방송을 위한 회의까지 마치고. 부장 면담을 신청했다. 차분히 말하려고 했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펑펑 울면서 ‘도저히 못하겠다’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예전엔 우울하거나 죽고 싶어도 다음 날 회사를 가거나 학교를 가거나 무조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 했기 때문에 가서 죽상을 하고 앉아 있든, 잠시 무언가에 몰입하든, 누굴 잠시 만나는 것만으로 잠깐 환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일 굳이 돈 벌자고 회사에 안 가도 됐다.
밥을 안 먹고 햇빛을 안 보고 3주가 지났다.
엄마가 대체 왜 그러냐며 "너까지 그러면 어떡해!"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아, 몸 일으킬 힘도 없는데..'
갑자기 미세한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아닌 거 같다. 다음 날, 바로 병원을 예약하고 다시 약을 지었다. 약을 먹으면 다시 괜찮아질 수도 있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인스타그램에 글쓰기 모임의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이 자꾸 떴다. 예전에 한별이가 소개해주고 싶다던 작가님이 새로운 모임을 꾸리는 것 같았다. (*한별이는 방송작가 동료이자 아끼는 동생이고 친구다.)
당장 아무것도 할 게 없는데 이거라도 해볼까. 일단 신청했다.
침대에 다시 드러누워 생각했다 '또 뭐 하지..' 그때 바카라장에 꽂혀있는 성경에 눈이 꽂혔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유행할 즈음, 친한 피디님이 같이 세례를 받자면서 내 손을 이끌고 성당에 갔는데 그때 샀던 것이었다. 수업을 몇 번 듣고 포기했었고 그 이후로 만져보지도 않았다. 그곳에 있는 지도 있고 있던 성경바카라이 눈에 들어왔다.
할 것도 없는데 세례 수업을 마저 들어볼까.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성당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