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빡침3.

자잘한 빡치는 순간이 일상의 평화를 깬다

byChanghee

세 번째, 랩은 누가 벗기나


개도 "기다려" 하면 기다린다.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눈앞의 간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그게 잘 안 된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랩을 벗겨야 한다.

그리고 그 랩을 벗기는 사람은 대개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은 늦게 먹는다.


각자 자기 음식 랩은 각자 벗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

하지만 중국집에서 같이 보낸 단무지와 양파의 랩도 누군가는 벗겨야 한다.

치킨집 치킨무는 단촛물을 따라 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고,

집에서 먹을 때는 밑접시와 티슈를 챙기는 사람이 또 따로 생긴다.


간단히 때우고 싶어서, 하루 종일 일해서 지쳐서, 끼니를 걸러 배가 고파서. 누군들 빨리 먹고 싶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그런데 나는 랩을 벗기고, 손에 묻은 걸 닦고, 돌아와 보면 누군가는 이미 식사를 시작했다.

그럴 때 한숨정도의 빡침이 올라온다.


며칠 전, 엄마가 좋아하는 탕수육을 시켰다.

동네에 탕수육 잘하는 집이 있어 오랜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짬뽕도 한 그릇 같이 시켰다. 음식을 보고 반가워하는 엄마 얼굴에,

탕수육 랩부터 뜯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우리 집은 배달시킬 때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주방으로 가 수저와 개인접시를 챙기고,

단무지를 안 드시는 엄마를 위해 내가 담근 오이피클도 덜어 담아 왔다.


돌아와 보니 엄마는 벌써 탕수육을 손으로 집어 와그작와그작 드시고 있었다.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지.

물론 그렇다.

잘 드시니 좋았다. 정말 좋았다.

그래도.

그날은 유난히 얄미웠다.


엄마는 뜨거운 탕수육을 먹었고,

나는 식어가는 짬뽕을 바라봤다.


***

문득 어릴 때 친척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가족 중 아무도 안 닮은 나를 보고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고 했었다.


그땐 그냥 뿌엥하고 서럽게 울었는데,

오늘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친모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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