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어? 제대로 걷는 사람이 별로 없네

byChanghee

"무릎과 무릎을 스치면서 걸어."


교복을 입던 중학생 시절에 누군가 알려준 그 말을 30년이 넘은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 왜인지 짝다리를 짚거나 팔자로 걷거나 했었다.

제대로 걷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크게 'O'다리는 아니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교복 치마를 입게 되면서 팔자로 걷는 다리가 그 자세가 참으로 보기에 안 좋아 보였다.


여자니까 얌전하게 걸어.. 가 아니라 무릎과 무릎을 스치면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자걸음도 고쳐지고 자세도 펴지는 것이 보기에도 좋았기에 의식적으로 그렇게 걷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최근 81세에 척추시술을 받은 엄마와 척추병원을 자주 방문하면서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관찰하게 되었는데

슬리퍼를 질질 끌며 팔자로 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앞서 가는 사람들을 보면,

잘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정장구두를 신고 팔자로 풀럭풀럭 걷는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많다.


아, 조금만 벌리지 않고 걸으면 진짜 예쁠 텐데…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가 휘어지고 자세가 불안하다.

스마트폰 때문에 고개까지 거북목이라 가만히 보면 어느 곤충들 무리 같기도.


걸음마.


무릎과 무릎을 스치면서 걷는 것을 알게 된 지 20여 년이 흘렀을까, 삼십 대 중반에서야 나는 걷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재활과 물리치료 자격증을 갖춘 필라테스 개인 PT 선생님이

내 몸과 자세의 전반적인 상태를 체크하며 지나가는 말로 하던 말.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어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걸을 때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걷는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내 발목과 내 발에 생긴 양발 안쪽의 두툼해진 근육이 내가 바른걸음을 걷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는 걸 알았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으니 무릎에 무리가 덜했다.

그저 걷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게 당연한 줄 알고 한 번도 제대로 걷는 자세와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본 적이 없었다.


걸음마, 걸음마… 한 발씩 한 발씩 떼내는 그 자체로도 박수받던 아기였을 때부터

제대로 된 걸음걸이를 알았더라면.

그저 걸을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제대로 걷는 법을 누군가 알려주었더라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와 한 번쯤 이야기해봤더라면.


제대로 숨 쉬는 법

제대로 자는 법

제대로 먹는 법

제대로 우는 법

제대로 화내는 법

제대로 참는 법

제대로 사랑하는 법

제대로 사랑받는 법...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조금 덜 불안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저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어긋난 걸음걸이에 신경이 쓰인다.


무릎과 무릎을 스치면서 걷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어깨너비의 보폭으로 너무 좁거나 너무 넓지 않게 내딛고, 정면 위 15도 정도를 보며 걷는다.


가끔이라도 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 점검하다 보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40분 이상 앉아있지 말기. 중간에 한 번씩 일어서서 움직이기…

아, 먹고살기도 바쁜데, 신경 쓸 디테일이 이리도 많다.


그래도 어쩌랴. 더 나이 먹어 골반이 틀어졌어, 척추가 휘었어, 무릎이 시큰거려… 어쩌고 하며 병원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봐야지.


대한민국에서 팔자걸음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당당하게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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