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위층에서 내려온 아이와 엄마가 보더니 한마디 한다.
"이야, 이모 여행 가나 보다, 좋겠다. 그지?"
부러움이 섞인 그 엄마의 시선과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망울
난 그저 웃었고, 그들은 1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미소를 풀었다.
사실은.
엄마가 갑자기 수술을 해서 입원 짐 챙겨 병원 가는 길이에요.
중학생 때, 대낮에 놀이공원을 돌아다녔다.
세 살 많은 오빠와 회전목마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가 한 마디씩 한다.
"어린애들이 이 시간에 학교 땡땡이치고 데이트 하나?"
"쯧쯧쯧"
알고 보면 되게 민망할 텐데 달려가서 확 말해줄까 하다가
나도 속으로 '저 아줌마 아저씨들 바람피우나?'
의심했기에 그냥 지나갔다.
사실은.
우린 친남매예요.
시험 끝난 날, 오빠가 병으로 휴학 중인 동생 데리고 바람 쐬러 나온 거예요.
석 달만에 외출입니다.
사실은
사실은
사실은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보이는 것만 보고, 틀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지도 모른다.
여행 가는 사람처럼 보여도 병원에 가는 길일 수 있고,
학교를 빼먹고 노는 아이처럼 보여도 겨우 밖으로 나온 하루일 수 있다.
제발 부디 쉽게
누군가를 의심하지 말고 단정 짓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 사람의 캐리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는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