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님들 욕하자는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 쑤셨다
이유를 모르니까 병원에 갔다
빈혈 증세가 있으니 이 약을 드세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껏 먹었다
몸이 낫기를 바라며 매일 밤 꼭꼭 씹어 먹었다
두 달 후 의사는 놀란 눈을 했다
빈혈이 더 심해졌다고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고
3차 병원을 당장 예약하라고 했다
혈.액.암
그 글자가 입 안에서 한참을 굴러다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서만 굴렸다
대학병원 교수는 소견서와 검사지를 훑어본다.
다시 똑같은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하다가
몇 가지를 질문하더니
평소에 단백질을 잘 챙겨드세요
그리고 그 약은 끊으세요,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 약은 임산부용이었다
정상인이 먹으면 오히려 철분 수치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 보고가 있는 약이었다
동네 내과에서 과잉진료 한 거죠?
교수는 오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덕분에 이상 없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그 덕분에
마음 졸였던 시간
그 덕분에
말도 못 하고 혼자 삼켰던 밤들
그 덕분에
임산부 철분제를 두달동안 먹었던 날들
참 다행이네요 참 다행이에요 참——
다행이라는 말이 이렇게 찝찝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