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평짜리 집을 구했다-2

by도시은둔자

“몇 평이라고 했죠?”

“3평.”

“진짜 3평이네요.”

할머니가 웃었다.

“3평이면 3평이지.”

나는 웃다가 다시 방을 보았다.

화장실은 밖에 있었다.

전기는 들어왔다.

물도 쓸 수 있었다.

휴대전화도 터졌다.

인터넷은 설치하면 된다고 했다.

최소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있었다.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낡은 흔적이 있었다.

“비 오면 괜찮아요?”

할머니가 잠깐 생각했다.

“많이 오면 조금 새요.”

“조금이 어느 정도예요?”

“양동이 하나 놓으면 돼.”

이번에는 내가 웃었다.

“그게 조금이에요?”

할머니도 웃었다.

“살면 익숙해져요.”

나는 천장을 다시 올려다봤다.

익숙해진다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나는 아직 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할머니는 벌써 내가 익숙해질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겨울에는요?”

“추워.”

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

“많이 추워요?”

“산 밑이잖아.”

그 말로 끝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나뭇잎이 흔들렸다.

창문 너머로 북한산 능선이 보였다.

사진으로 볼 때와 달랐다.

산이 생각보다 가까웠다.

능선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끊어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산길도 보였다.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다.

혼자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고 둘씩 걷는 사람도 있었다.

조금 멀리에서는 외국인 몇 명이 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지도와 산을 번갈아 가리켰다.

나는 그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북한산은 오늘 올라가야 할 산이었다.

나에게는 집 뒤에 있는 산이었다.

그때는 그 차이가 별것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남들이 등산을 갔다가 하산을 할 시간에 나는 움막을 향해 등산을 하게 될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운동이 끝나는 시간에,

나에게는 하루의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반대로 산 쪽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3평짜리 집이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나는 평생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산을 잘하지도 않았다.

등산복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산을 오르는 일이 내 귀가가 될지도 몰랐다.

할머니가 물었다.

“산에는 안 올라가요?”

“제가 등산을 별로 안 해서요.”

“살다 보면 올라가게 돼.”

나는 웃었다.

그 말을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멀리서 종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섞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절에서 나는 소리예요?”

“응. 근처에 절이 몇 군데 있어.”

나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사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소리는 들렸다.

잠시 뒤에는 독경처럼 들리는 낮은 소리도 섞였다.

정확한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산에서 사람이 내는 소리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나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집이 작아서인지 바깥이 너무 가까웠다.

서울에서 살 때는 창문을 닫으면 바깥과 내가 분리되는 느낌이 있었다.

여기서는 창문 하나를 열어놓는 것만으로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바람이 세게 불면 나무가 먼저 흔들릴 것이고,

겨울이 오면 산에서 내려오는 추위를 먼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면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저녁이면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갈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방 안에 들어가 침대가 놓일 자리를 바라보았다.

침대 하나를 놓으면 그 앞에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얼마나 남을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바카라상은 창문 쪽이 좋을 것 같았다.

냉장고는 문 가까이에 두면 될 것 같았다.

옷은 많이 둘 수 없었다.

바카라도 많이 가져올 수 없었다.

나는 갑자기 이 집에서 살아가는 일이 물건을 줄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작아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집이 작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일 것 같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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