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짜리 집을 구했다.
부동산 앱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정확히는 3평 남짓이었다. 방 하나와 작은 창고 같은 공간이 붙어 있었고, 화장실은 밖에 있었다. 사진에는 나무로 된 낡은 문과 낮은 지붕, 그 뒤로 나무들이 보였다.
나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3평.
서울에서 집을 구하면서 처음 보는 숫자였다.
원룸이라고 해도 보통은 이보다 컸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숫자가 마음에 걸렸다. 작아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해서였다.
3평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침대 하나.
바카라상 하나.
냉장고 하나.
그리고 나.
그 정도면 될 것 같았다.
그때까지 나는 집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출근하고 돌아와 잠을 자는 곳이었다. 아침에는 집을 나서고 밤에는 집에 들어왔다. 집이 넓어도 내가 사용하는 곳은 비슷했다. 침대와 바카라상, 냉장고와 욕실. 나머지는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이 이상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방 하나를 얻으려면 월급의 상당 부분을 내야 했다. 월세를 내고, 관리비를 내고, 교통비를 내고, 다시 출근해서 돈을 벌었다.
집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그렇다고 서울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온라인 게임이 서울에 있었고, 내가 살아온 생활도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조금 작은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그 집을 보았다.
북한산 자락.
나는 매물 설명을 다시 읽었다.
사진을 확대했다.
나무 사이로 산이 보였다.
아파트나 원룸 사진에서 보던 창밖 풍경과 달랐다. 바로 앞에 다른 건물의 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산이 있었다.
나는 지도를 열었다.
서울이었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조금 걸으면 된다고 나왔다.
다음 날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까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이었다.
차가 다녔고, 사람들이 걸었고, 편의점이 있었고, 카페도 있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린 뒤 한동안 휴대전화를 들고 서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길은 분명 맞았는데 눈앞의 길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건물이 조금씩 낮아졌다.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길이 조금씩 올라갔다.
나는 몇 번이나 지도를 확인했다.
분명 같은 서울인데 걸을수록 서울의 밀도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줄었다.
차 소리가 작아졌다.
대신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올라가자 뒤쪽으로 도시가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아파트들이 겹쳐 있었다.
빌딩도 보였다.
도로를 따라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 안에 있었다.
그런데 앞을 보면 산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서울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조금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집은 골목 끝에서 다시 한번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나는 그 길을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매일 이 길을 올라와야 한다고?
처음에는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곧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퇴근하고 여기까지 올라오면 하루가 끝나는 건가.
아니면 여기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건가.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자 낮은 담장이 나왔다.
그 너머에 나무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움막이 보였다.
할머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찾아왔어요?”
“네.”
“사진보다 작지?”
나는 웃었다.
“조금요.”
“그래도 사람은 살아요.”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나는 허리를 조금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작았다.
사진에서는 방 하나가 어느 정도 넓어 보였는데 실제로 들어와 보니 침대 하나만 놓아도 방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 같았다.
벽 한쪽에 작은 창문이 있었다.
바카라상을 놓으면 의자를 뒤로 빼기 어려울 것 같았다.
냉장고를 놓을 자리도 따로 계산해야 했다.
나는 방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한 바퀴를 도는 데 몇 걸음이면 충분했다.